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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솔레이마니 제거작전 동원...미국 침묵의 암살자 '리퍼' 드론은 어떤 무기? 본문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해 폭사시키면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솔레이마니의 공습에는 미국의 최첨단 무인정찰기 MQ-9 리퍼 드론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혁명수비대에서 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솔레이마니는 피습 당일인 3일 새벽 일행과 함께 시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 공항에 도착해 친 이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 아사비(PMF)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의 환대를 받았다.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 일행은 잠시 후 공항 주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공항 밖으로 나가는 진입로를 지나던 중 미군 합동특수전사령부가 띄운 리퍼가 발사한 최대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가 탑승한 차량에는 2발의 미사일이 명중했고 두 사람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대형 폭발로 솔레이마니의 시신이 새카맣게 타 그가 평소 착용하던 혁명수비대 장교 반지로 겨우 신원을 확인했다. 미국의 공습으로 두 사람을 포함해 이란과 PMF 간부 10명 가량이 사망했다.
리퍼는 최대 항속거리가 1852㎞에 달한다. 원격 조정으로 1000㎞가 넘는 곳에 있는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셈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목표물들이 '침묵의 암살자'라고 불리는 리퍼가 접근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리퍼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제거할 때도 동원됐다.
NYT는 국방부가 솔레이마니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정보 제공자, 정찰기, 기타 감시 기법 등 고도의 기밀 정보를 총동원했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투사를 총괄하는 솔레이마니는 지난 수십년간 서방과 이스라엘, 아랍국가들의 제거 대상으로 꼽혔고 수차례 공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확전을 우려해 제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의 제거를 승인한 것은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이익에 대한 향후 공격을 계획하기 위해 바그다드로 가고 있다는 첩보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솔레이마니가 지난달 27일 미국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라크내 연합군 기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지휘하고,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도 승인했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고위 관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미국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이번 작전을 가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친이란 이라크 시이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면서 솔레이마니의 제거도 함께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당사국인 이라크는 물론 영국 등 서방 우방국에게 뚜렷한 경고 없이 제거작전을 단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군사작전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이번에는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
리퍼가 참전한 작전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테러리스트 지하디 존을 제거한 것이다. 지하디 존은 테러집단 IS에서 외국인 인질 구금과 처형을 담당했던 자로 인질을 처형하는 영상에 등장하며 악명을 높였다.
결국 미국과 영국의 합동작전으로 MQ-9 리퍼가 투입되었고 2015년 11월 공습으로 제거하게 된다. 무인기를 이용한 제거 작전에서 단 두 발의 미사일만을 소요한 작전이었다.
MQ-9 리퍼의 대략적인 제원을 보면 전체적으로 프레데터 기종보다 커진 날개폭 20.1m, 길이 11m, 자체중량은 2.2t이며 장착되는 무기의 무게만 1.7t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현재 실전 배치된 무인기 중 최상위 레벨에 속하는 초강력 타격기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미군은 공격용 드론 무기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드론을 실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도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기 재임 시절(2009~2013년) 미군은 드론 공격으로 중동 테러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 3300여명을 사살했다. 이 중 고위간부급만 5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 조직을 드론 공격으로 와해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알 카에다 예멘 지부(AQAP) 핵심 간부인 나시르 빈알리 알안시(2015년 5월), 알 카에다 핵심 테러리스트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2015년 6월), AQAP의 최고 지도자 나세르 알와히시(2015년 6월), 알카에다 이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2017년2월) 모두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살됐다.
드론이 이처럼 중동 테러 조직을 겨냥한 핵심 병기로 떠오르자 알 카에다는 22개 항목으로 된 드론 공습 대피 요령 지침서를 만들어 조직원에 배포하기도 했다. '드론이 보이면 일단 근처 가장 큰 나무 그늘로 숨어라', '실외에 모여있을 때는 인형을 들든지 위장을 해서 적을 기만하라' 같은 내용이다. 2001년 뉴욕 9·11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유서에도 "미국의 드론이 은신처를 찾을 수 있다. 구름 낀 날에만 외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드론의 군사적 활용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이란, 이스라엘 등도 드론 확보를 늘리고 있다. 과거엔 감시·정찰 용도로 국한했다면 이제는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공격용 드론이 활약하고 있다.
MQ-9은 950마력 터보프롭 엔진을 탑재하여 기존 드론보다 2.5배 빠른 순항속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MQ-9에는 AN/APY-8 링스 II 레이더, AN/DAS-1 MTSB 다용도 목표지시 시스템, 레이시온 시뷰 등의 레이더가 있어 주야간을 불문하고 목표를 탐색, 추적할 수 있다.
원래는 정찰용으로 만들어졌지만 2001년부터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하면서 공격용도를 병행하게 되었고 여러 공습작전에도 참여했다.
대당 가격은 1700만달러 정도로 한화로 190억원에 달한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가 있어 주력이긴 하지만 소수로만 운용되고 있다.
주한미군에도 '그레이 이글(MQ-1C)'이란 공격용 드론이 배치돼 있다. 프레데터의 개량형이다. 그레이 이글은 리퍼보다 크기는 작지만 무장 능력(1.6t)은 맞먹는다.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4발과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 4발을 장착할 수 있다. 최대 30시간 동안 최고시속 280㎞로 비행할 수 있다. 한반도 전역을 고화질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그레이 이글은 자동차 바퀴자국까지 식별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탐색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8km 상공에서 400km의 작전 구역에 대해 감시·정보수집을 할 수 있다. 북한 주요 표적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주한미군은 2018년 그레이 이글 12대를 전북 군산 미군 기지에 배치하고 중대 창설식을 열었다. 북한은 공격용 드론에 대해 '침략 전쟁용'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이 보유한 그레이이글 규모면 북한 지상군이 휴전선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최근에는 무인기에 탑재되는 정밀유도폭탄도 진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5월 "미 중앙정보부(CIA)와 국방부가 기존 헬파이어 미사일을 개량한 일명 닌자 폭탄(Ninja bomb) '헬파이어 R9X'를 운용해 왔다"고 보했다. 목표 반경을 초토화하는 기존 헬파이어와 달리 폭발 없이 6개의 칼날이 튀어나오며 표적을 정교하게 제거한다는 것이다.
닌자폭탄은 작년 1월 미 국방부가 미 해군 이지스함 콜의 승조원 17명을 2000년 폭탄 테러로 죽인 자말 알바다위를 예멘에서 제거할 때 사용됐다. 2017년 2월 CIA가 알 카에다 이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를 제거한 것도 닌자폭탄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개된 사진을 보면 알마스리가 탄 승용차엔 폭파 흔적 없이 차량 지붕에 길쭉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앞 유리에도 금이 갔지만 와이퍼는 제자리에 있을 만큼 닌자폭탄의 정확성이 정교했다. WSJ은 이 미사일이 움직이는 차량의 운전자를 죽이지 않고 조수석에 앉은 표적을 제거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미 전직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중동 지도자들이 잇따라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살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 미국과 긴장관계에 놓여있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도 '드론 포비아(무인기 공포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군의 U-2 고고도 정찰기의 대북 정찰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단순한 정찰을 넘어 드론을 통한 공격 가능성에 대한 공포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군은 드론 대응 훈련을 강화했다. 지난 2011년 11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북한 육·해·공 합동훈련 영상을 보면 김정은이 지대공 미사일로 상공에 떠 있는 무인항공기를 격추시키는 장면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북한도 드론의 유용성을 간파하고 개발에 나섰다. 2014년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북한이 주요 시설 정찰을 목적으로 남쪽에 띄운 드론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이중 파주에서 발견된 드론에서는 청와대를 촬영한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다만 북한의 드론 기술력은 아직 조악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락한 북한의 드론을 해부해 분석한 결과, 탑재된 엔진과 정보수집용 카메라 작동 기능은 1980년대에 제작된 수준이었다.
북한의 드론 전력화 움직임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작년 4월 이스라엘에서 수입해 성능 평가와 운용 시험을 마친 드론 테러 방어용 탐지레이더 9대를 배치했다. 군은 드론 탐지가 가능한 3차원 국지 방공 레이더를 2021년까지 생산해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군 당국은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도 개발 중이다.
선진국에선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한 광섬유 레이저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아담은 10㎾, 아테나는 30㎾, 이스라엘의 아이언빔은 20㎾, 독일의 'HEL 이펙터'는 20∼30㎾ 출력의 광섬유 레이저를 사용해 1∼2㎞의 저고도로 침투하는 무인기를 요격할 수 있다.
미래의 국지전은 드론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드론의 무기수준은 점점 정밀 고도화되고 있다. 만약 미국이 '김정은 암살작전'을 수행한다면 특수부대를 보내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는 것보다 드론 한방으로 은밀하고 정확하게 타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에서도 확인이 된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솔레이마니와 김정은을 대비시키며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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