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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집값 버블, 서울 상승률 80년대 도쿄에 버금간다는데...

성기노피처링대표 2018. 10. 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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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때아닌 팩트 체킹 바람이 불었다. 한 애널리스트가 최근 했던 부동산 강연 내용에 대한 논란이었다. 그는 “아직도 일본의 버블 붕괴를 얘기하면서 한국 집값이 버블이라고 얘기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라며 “우리나라는 지금 평당 1억으로 비싸다고 하는데 일본은 1990년대 당시 평당 100억 원 주택이 즐비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화된 강남발 아파트값 폭등에 다들 불안하다. 거품인 것 같은데 평당 1억 원을 돌파하는 아파트가 나올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일단,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9·13 대책으로 집값은 진정세다. 정확히는 진정됐다기보다 아예 거래가 끊겼다고 보는 게 맞겠다. 매수자도 매도자도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집값 강세론자의 변심”(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이라며 정부 대책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고 보는 이가 있다. 반면, “집값 여전히 비싸지 않다”(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며 최근 집값 상승이 버블이 아니라고 자신하는 이도 있다.


이 땅의 버블을 진단해 보기 위해 과거 일본의 버블을 조사해 봤다. 위 애널리스트의 근거가 된 자료는 지난해 독일 자유베를린대학 경제학 박사 과정에 있는 카트리나 크놀 등이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게재한 ‘집처럼 가격이 뛴 것은 없다(No Price Like Home): 글로벌 주택가격’는 논문이다. 논문 제목은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내 집만한 곳이 없다’를 패러디했다.


크놀 등은 1870년부터 2012년까지 14개 선진국의 주택 가격 변화를 분석했다. 카놀은 “일본의 주택 가격은 1949년부터 89년까지 매년 10%씩 오른 이후 연 3%씩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논문을 자세히 보면, 일본은 주택 가격이 아니라 도심 지가가 기준이다. 대체로 땅은 한정된 재화이기 때문에 주택보다 가격이 더 빨리,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관련 유명 블로거인 ‘봄날의 곰’은 해당 논문의 원 데이터를 찾아 “40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도심 지가가 52배 올랐다”고 계산했다.


한국의 땅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를 쓴 정재윤씨는 한국은행의 ‘우리나라의 토지자산 장기시계열 추정’(2015)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의 평균 토지가격은 ㎡당 1964년 19.6원에서 2013년 5만8325원으로 뛰었다고 분석했다. 명목가격 기준으로 49년간 2976배 뛴 셈이다. 해당 기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한국 토지의 실질 가격은 2013년까지 49년간 83배 올랐다.


정씨는 “땅값의 연평균 상승률을 따지면 한국이 9.4%로 일본(10%)보다 조금 낮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은 도심 지가를 따졌고 한국은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악과 농지 등을 모두 포함한 평균값”이라며 “한국도 도심 지가만 따졌다면 상승폭은 훨씬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집값은 버블 때 얼마나 올랐을까. 일본 주택금융공고에 따르면,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았다. 1980년 도쿄의 평균 주택가격은 4868만 엔이다. 버블의 정점인 90년에는 6214만 엔을 기록했다. 10년 동안 27.6% 오르는 데 그쳤다. 90년 평균 환율은 100엔당 532원 정도다. 버블의 정점기라 하더라도 도쿄에 집을 사는데 3억3000만 원 정도만 있으면 됐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집값은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1차 부동산 버블기로 평가할 수 있는 2003년 9월(구별 가격 자료 제공 시점)부터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까지 약 5년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22.1% 상승했다. 서울은 40.9% 올랐다. 특히 노원구는 63.2%, 용산구는 75.9%나 집값이 뛰었다.


다시 집값이 뛰기 시작한 2013년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최근 5년간 전국 주택 가격은 평균 12.6% 상승했다. 서울 전체로는 21.7% 올랐고, 강남구가 37.1%로 가장 큰 폭의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주택 가격 상승분만 놓고 보면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지나치게 과장된 게 아닌가 싶다.


숫자를 뜯어보면 일본 부동산 버블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그런데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건 버블의 팽창 속도 때문이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도쿄도의 주택 용지 가격은 1983년 100을 기준으로 91년 250.2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땅값이 1987~88년 사이에 유독 급등했다. 도쿄시의 87년 주택 지가는 169.8인데 이듬해에는 283.2까지 67% 올랐다. 도쿄 인근의 가나자와구는 같은 기간 86% 폭등했다. 1년 동안 매달 6% 이상씩 땅값이 오른 셈이다. 특히 거주지와 비교해 상업지구 땅값이 크게 올랐다. 87년 도쿄도의 상업지구 지가는 76.1% 폭등했다. 91년부터는 하락세로 전환, 93년에는 1년 사이 토지 가치의 5분의 1(20.5%) 가량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무섭게 땅값이 오른 87년이나 88년을 제외하면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규모(GDP)와 비교한 부동산 자산 비율이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은 4.1배에 이른다. 일본·호주·프랑스는 2.4~2.8배, 네덜란드 1.6배, 캐나다는 1.3배 등에 불과하다. 곧,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땅값이 비싸다는 의미다.


다만 한국에서 일본식 버블 붕괴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부동산 시장은 갈라파고스”라며 “국내 시장을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감소하니 집값이 하락한다고 했지만 일본은 인구 감소 5년 전부터 집값이 빠졌고,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은 인구가 줄고 있는데도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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