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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김정남 피살 변수에 여야 대권주자들 비상 본문
김정남 피살 변수가 대선 정국도 강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정남 피살 여파’로 2월 15일 예정됐던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 선언식 일정을 급히 취소했다. 애초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 대표실에서 선언식을 열어 선거인단 모집을 공식으로 시작한다는 점을 알리고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씨의 피살소식이 알려지면서 선언식을 생략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엄중한 국가적인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돌발사태에 민주당은 경선 선거인단 모집 흥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 개시 2시간만에 20만명이 등록해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는 곧 북한 변수가 대선 정국에도 크게는 작용하지 않으리라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읽힌다는 점에서 민주당에서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김정남 피살은 향후 대선주자들의 행보나 전략에도 일정 부분 수정 내지는 변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김정남은 백두혈통을 지닌 김정일의 첫째아들이란 점에서 북한 상층부 기류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는 인물이다. 김정은 지도체제의 존속과도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김정은이 그동안 수많은 인물들을 숙청하고 이제는 바로 위 형마저 제거함으로써 일각에서는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오히려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인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처단하고 오래 지탱한 정권은 없기 때문이다.
대권주자들도 김정남 피살 변수에 대북 정책도 상당부분 우클릭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제3지대를 자임하며 대선정국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는 국민의당은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보불안 해소를 내걸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반대’ 당론까지 재검토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대외변수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기에는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과 차별화를 하는 동시에 중도층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반면 40% 안팎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는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 제일 먼저 가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부 엇갈린 의견도 있지만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도 북한의 로열 패밀리 핵심이 사망한 사건임에도 대응은 차분한 편이다. 안보이슈가 커질수록 대북 유화론자 문재인에게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 민주당은 일단 “사실 파악이 먼저”라며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별도 회의를 열거나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등의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2월 16일 의원총회 역시 김정남 피살사태가 아닌 개혁입법을 주제로 열린다.
민주당의 이같은 신중론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무 조심스러운 태도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집권이 가장 유력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오히려 강력한 안보태세를 외치며 당 차원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 여전히 문재인에 대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정남 변수와 국내 대선이슈의 분리에 나서고 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 내부에서 촉발된 안보 불안을 제 입맛대로 확대해석해 국내 정치나 선거에 이용하려는 섣부른 시도는 경계돼야 마땅할 것이다. 정치권 일각의 선제타격론 등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매우 심각하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확대해석과 선동이 아니라 굳건한 안보태세와 평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계열의 범여권 정당들은 오랜만에 나오는 안보이슈에 일단 신이 난 분위기다.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방점을 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하는 등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다. 하지만 김정남이 이미 오래전부터 김정은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국외를 전전하는 초라한 신세였고, 잇단 ‘피의 숙청’으로 김정남이 북한 내부와의 연결선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의 피살이 우리 정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 김정남 피살과 대선정국의 연결성은 미약하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북한 김정은 체제는 그 누가 봐도 정상 국가가 아니다.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해 주변은 점점 피로 물들어가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통일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수 있다. 99번을 잘 하다가도 1번을 잘 못하면 전부 망하는 게 안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이 문제만큼은 대선을 의식하지 말고 공동대처해야 한다. 우리에겐 1950년 6.25 때의 600만명 인명피해라는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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