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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위험한 도박 '예선 본선 같이 준비?'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2. 2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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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안희정은 현재 대선 레이스의 핫 후보입니다.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선의 발언으로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대선 판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해 요동치고 있습니다. 안희정은 '바른 말을 해도 재미없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지인들은 그걸 잘 압니다. 그래도 그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으니 그냥 편하게 들어주는 거죠. 하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안희정의 모호하고 철학적이고 다소 현학적인 표현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지도자의 힘은 말에서 나옵니다. 명쾌한 메시지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합니다. 들어도 들어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면 그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안희정도 본인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두고 보면 알겠죠. 저는 오히려 그가 소신으로 표현한 그 '선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 뜻과 순수성을 잘 알지만, 그가 이번 대선을 대하면서 머릿속에 중도개혁 세력에 대한 강한 애착과 전략적 선택이 숨겨져 있는 거 같습니다. 선의는 그런 세력을 포용하기 위한 표현에 불과한 것이고요.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 때 예선도 통과한 적이 없는 한국팀의 전력 분석 때 예선뿐 아니라 8강과 4강 상대팀까지 분석하고 연구했습니다. 안희정도 중도층을 위해 끊임없이 구애를 하는 것은, 그가 당의 예선뿐 아니라 대선 본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봤습니다. 정치를 맞고 안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의 미학으로 보고 한번 읽어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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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치전문웹진 '피처링'에 올린 제 기사 원문입니다.



현재의 대선레이스는 누가 봐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배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미미한 지지율로 헤매던 그였다. 충남도지사란 타이틀도 중앙정치무대에선 희미한 불빛에 불과하다. 손학규와 남경필도 경기도지사 타이틀 덕을 그리 보지 못했고, 대권으로 가는 확실한 루트 중 하나인 서울시장 박원순도 이번 레이스에서 중도 탈락한 것을 보면, 안희정의 급부상은 실적으로 보면 이미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치에서 ‘차차기’란 말은 망하는 회사가 남발하는 어음과도 같다. 예측 불가하기 때문이다. 안희정도 이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물 들어 왔을 때인 지금 사력을 다해서 노를 젓고 있다. 그게 보인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섰고, 그가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갑자기 뜰 것이라는 예상은 못했는지, 이제 서서히 안희정의 밑천,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대권후보들 누구나 단점은 있다. 그것이 치명적이라고 해도 화장술로 얼마나 그 단점을 가리는가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의 어눌하고 단편적이고 그리 지적이지 못한 화술을(전여옥은 ‘베이비토크’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한때 ‘휴전선은요?’ ‘대전은요?’라고 대변되는 단순하고 명쾌한 메시지 전도사로 받들고 열광하던 시기가 있었다. 일관된 언론 플레이에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의 단점도 커다란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집단망령에 빠졌고, 그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까지 부르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안희정이 지금까지 드러낸 단점이나 밑천도 어찌보면 잘 가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그는 ‘선의’ 발언을 통해 후보가 되고난 뒤 처음으로 국민적인 곤혹을 치렀다. 안희정의 화법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모호하고 철학적이고 현학적이고, 안드로메다 화법이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알 수 없는 화법과도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안희정은 충남도지사 재선을 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정치경력이 거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오래 했고, 국회의원 경력도 없다. 충남도지사를 하면서 비로소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안희정의 ‘말’은 없었다. 그래서 대중들은 그의 말을 몰랐고, 알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제 대선이라는 국민무대에 올라서자 대중들은 비로소 안희정의 ‘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위상으로까지 올라섰기 때문이다. 사실 안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화법’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오랜 한 지인은 “안 지사는 예전부터 쉬운 말도 어렵게 한다고 친구들이 말하곤 했다. 철학과 출신답게 현학적인 표현과 거창한 사고력을 표현하려고 했다. 때로는 너무 사변적이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겸손하고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화법도 이해를 해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아는 사람끼리는 그게 안희정의 표현 방식임을 알고, 그것을 감안하며 알아들어 주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처음 본 대중들은 안희정의 화법을 오랜 지인들처럼 그렇게 친절하게 필터링해서 들어주지 않았다. 처음 대화를 해본 사람은, 그게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가 아니라 마치 책과 대화를 하는 것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기자들도 ‘말은 맞는데 재미가 없다’고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직선적으로 표현해서 기자들이 ‘제목거리’를 쉽게 뽑을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한다. 최근 문제가 된 부산대 강연도 안희정의 강연은 재미없고 꺼리가 없기 때문에 기자들이 많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안희정은 이처럼 ‘말’로 사고를 치는 형이 아니다. 무리한 얘기도 안 하기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리 관심을 받는 정치인에 속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가 왜 화법의 단점에 갇혀버린 것일까. 말도 결국 생각이다. 본인의 생각이 발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은 곧 생각이다. 이 생각에는 평소 그의 소신과 함께 그의 대선에 대한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먼저 안희정의 ‘선의’는 그의 오랜 소신이었다. 처음 대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가진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줘야 올바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아래에서 ‘친노’들이, ‘운동권’이라서 ‘과격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사람을 재단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안희정 그는 그 어떤 누구에게도 그런 악의적인 덧씌우기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도정을 이끌면서 수많은 민원인들이 ‘어깃장’을 놓는 것을 겪었다. 그럼에도 어떤 때는 그 사람들을 무작정 끌어안고 포옹하면서 상대의 마음의 문을 열려고 노력했다(이는 유튜브에 올라 있는 동영상으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민원인들의 ‘선의’를 존중했고 그것을 들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정책에도 선의가 있으니 그것만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결국 사과를 해야만 했다.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민간인 국정 농단도 처음에는 선의로 시작됐다고 해석한다면, 전두환의 삼청교육대도 사회정화라는 선의를 인정해줘야만 하는 것 아닌가. 


손석희의 뉴스룸에 출연해 ‘본인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들이 그것을 선의를 가지고 봐주길 원하나’라는 질문에 그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정책에 언론이나 정치인이 합리적 의심이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그것의 배경에 선의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본적인 책무이자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다. 안희정은 최근 감히 대권까지 직행할 수 있을 정도의 지지율 급등을 보고 상당히 고무되었을 것이다. ‘내가 충남도지사 할 때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처럼 국정도 운영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을 법하다. 강한 자기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나르시즘에 빠져 국정과 도정의 큰 차이를 놓쳤거나 못 본 것은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의 예는 논리가 상당히 비약된, 부적절한 예를 든 것이다. 캠프 내부에서도 실수로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의견도 많았다.  




안희정의 화법은 누가 들어도 안드로메다 화법 같다. 그가 말하는 20세기 지성사나 21세기 지성사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하다. ‘이 시국에 선한 의지 타령이라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너무 모른다’고 질타하는 사람도 있다. 탄핵정국에서 어찌보면 ‘선의’ 논쟁도 말장난같다. 필자는 이명박 박근혜의 공적을 깎아내리기 위한 반어법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말이 길어져 논쟁이 다른 길로 흘러가버렸다. 손석희의 뉴스룸은 그 말장난을 해명하고 규명하는데 16분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대권주자 검증에 모두 할애했다. 관훈토론회에서도 안희정의 화법은 도마에 올랐다. “말이 너무 어렵고 관념적이다”는 것이다. “‘사이다’ 별명을 가진 이재명 시장의 얘기는 쏙쏙 들어오는데, 혹시 사모님과도 이렇게 대화하느냐”는 다소 과격한 말까지 나왔다. 


지도자에게 말은 처음이자 끝이다. 토니 블레어, 빌 클린턴에서 최근의 버락 오바마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말’을 잘하는 리더였고, 또 재임 기간 동안 성공한 대통령이었다. 모호한 화법은 국민들이 그 지도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장벽이 된다. 안희정도 자신의 단점을 충분히 인정하고 “내가 대선과정에서 훈련받을 대목이 요점을 간략하게 말하는 것이다.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안희정의 안드로메다 화법은 그 자체로 본인이 그 단점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일단락된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선의 논쟁을 보면서 필자는 좀 다른 생각을 했다. 말은 곧 정치인의 소신이자 철학, 생각이다. 그가 이번에 말한 선의에 안희정의 평소 정치적 노선과 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본다. 바로 안희정이 머릿속에 ‘중도개혁’ 세력에 대한 강한 집착과 전략적 노선 선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대연정, 사드 등의 현안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을 드러낸 것이 이번 ‘선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뿐이다. 그의 지향점은 예선이 아니라 본선으로도 직행하고 있음을 느낀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는 예선 한번도 통과하지 못했던 한국팀의 전력 분석을 하면서 8강과 4강까지 준비를 했었다. 안희정도 히딩크의 기적을 바라는 것일까. 최근 선의 발언은 그 거대하고, 어찌보면 무모한 도박의 일단을 살짝 들켜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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