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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총기사고, "도비탄 아닌 유탄" 근처에 70여개 피탄 흔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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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총기사고, "도비탄 아닌 유탄" 근처에 70여개 피탄 흔적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10. 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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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6일 오후 4시10분쯤 이 일병은 진지 보수 공사를 마치고 부대원 20여명과 전술도로를 걸어 부대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대열 뒤쪽에 있던 이 일병은 갑자기 날아온 총알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같은 시간 사고현장에서 약 400m 떨어진 사격훈련장에선 12명이 K-2 소총 실사격을 하고 있었다. 이 일병은 사고 즉시 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오후 5시30분쯤 숨을 거뒀다.


그것은 도비탄이 아니라 유탄이었다. 도비탄이라는 군 제대자들에게도 생소한 '탄'에 의한 사망했다는 1차발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제기했고, 은밀히 침투한 북한군의 조준사격에 사망했다는 의혹마저 일었다. 결국 도비탄은 아니었다.


지난달 강원도 철원에서 도보로 이동하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이모(22) 일병은 인근 사격장에서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조사본부 9일 특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사격장의 '구조적 문제'를 공개했다.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 각도가 2.39도만 높아져도 탄환이 사고 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사고결과 발표다. 사격장 근처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사격을 하다 보면 반동으로 총구제어를 못해 총구가 들리는 게 다반사다. 그런데 이 철원 군부대 사격장은 총구가 조금만 높아져도 유탄은 바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근처로 향했다.


사격훈련 때 표적을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총구가 살짝만 들려도 탄환이 훈련장을 벗어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일병은 그렇게 사격장을 벗어난 탄환, 즉 '사격훈련 중 잘못 쏜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근거도 제시됐다.


사격장 사선에서 280m 거리에 방호벽이 있고, 그 방호벽 끝에서부터 60m 떨어진 지점을 걸어가다 이 일병은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사고 지점 주변의 나무들을 살펴본 결과 피탄흔이 70여개나 있었다. 이 일병이 맞은 총탄처럼 훈련 도중 잘못 쏴서 방호벽 너머로 벗어나 주변 전술도로까지 날아간 탄환이 그렇게 많았던 것이다.


이는 사실상 병사들을 운에 맡기고 이곳을 통과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한 두 차례도 아니고 이렇게 피탄흔적이 많이 발견됐는데도 불구하고 군은 애초에 도비탄이라며 사건을 '운 없는 사고'에 의한 것으로 발표한 것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항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한 직접 조준사격 가능성에 대해선 “사격훈련부대 병력들이 병력인솔부대 이동계획을 사전에 알 수 없었으므로 이동시간에 맞춰 살인 또는 상해 목적으로 조준사격을 계획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이 일병의 사망은 사격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도비탄' 사고의 불행이 아니라 안전대책이 턱없이 미흡했던 군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조사본부는 ①가스작용식 소총의 특성상 사격시 소총의 반동이 있고 ②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 각도가 2.39°만 높아져도 탄이 사고 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으며 ③사고 장소 주변의 나무 등에서 70여개의 피탄흔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유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본부는 “(회수한) 탄두에 충돌 및 이물질 흔적이 없고, 사망자 우측 광대뼈 부위에 형성된 사입구(탄두가 신체에 들어가는 입구)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른 물체와의 충돌 없이 사망자의 머리 속에서 파편화돼 박혀 있는 것으로 도비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육군은 이 일병의 사망이 도비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었다. 이 일병 사망 다음날인 27일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 이 일병은 도비탄으로 인한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일병이 사망한 장소 인근에서 같은 시간대에 사격 부대가 발견됐다는 것이 추정의 근거였다.


충분한 진상 조사 없이 도비탄을 원인으로 지목해 ‘책임회피용 발표’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격 훈련장에서 도비탄은 종종 발생하지만, 사격장 주변에 있던 사람이 도비탄에 맞아 숨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도비탄은 딱딱한 주변에 물체에 부딪혀 튕겨난 탄인데, 사격장 주변에는 나무와 흙벽이 대부분이었다.


조사본부는 이번 사망사고의 원인이 “병력인솔부대·사격훈련부대·사격장관리부대의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탄에 의한 두부손상이지만, 애초에 관련 부대들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격훈련을 하면서도 안전문제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조사본부 발표에 따르면 각 부대들 모두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을 안고 있었다. ①먼저 이 일병이 속한 병력인솔부대는 진지공사 후 도보로 복귀하던 중 사격총성을 듣고도 병력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도보로 이동했다. 여기에 ②사격훈련부대는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에 경계병을 투입할 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경계병에 의한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③사격장관리부대도 사고장소로 직접 날아갈 수 있는 유탄에 대한 차단대책을 마련치 못했고, 사격장 및 피탄지 주변 경고간판 설치 부실 등 안전대책에 미흡했다. ④또 사단사령부 등 상급부대는 안정성 평가 등을 통해 사격훈련부대와 영외 전술도로 사용부대에 대한 취약요소를 식별하지 못하는 등 조정․통제 기능 발휘가 미흡했다.


조사본부는 이 같은 결과에 기초해 “사격훈련통제관으로서 경계병에게 명확하게 임무 부여하지 않은 중대장과 병력인솔부대의 간부인 소대장, 부소대장 등 3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단장 등 사단 사령부 책임간부 4명과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지휘관 및 관련 실무자 등 12명, 총 16명은 지휘감독소홀 및 성실의무위반 등의 책임이 있으므로 육군에서 조치토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육군은 강원도 190개 전체 사격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0여개 사격장은 사용을 중지시켰다. 이 상병을 숨지게 한 6사단의 해당 사격장은 즉각 폐쇄됐다.


한때 대공 용의점까지 나오며 파문을 일으켰던 철원 군부대 피격 사망 사건은 이렇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직접 지시해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숨진 이 상병은 영원히 도비탄이라는 불운의 사고로 숨진 것이 될 뻔했다. 군의 사망 사고는 이렇게 허술하게 전개된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게 이번 사건의 교훈이라면 교훈이겠다.




특히 사망장소 근처에 수많은 피탄 흔적이 발견됐다니,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사격장'이 아니라 '사살장'이었던 셈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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