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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금욕의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8. 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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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집은 사는 곳이라고 발언했다. (사진=MBN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주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청와대도 13일 “국정 운영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특히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 것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사실 부동산 개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민 거의 모두가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이나 언론개혁과는 성격부터 다르다. 검찰개혁에는 검사라는 특정집단이 있고 언론개혁에는 기자가 있다. 개혁의 대상이 비교적 선명하다. 물론 그 개혁들도 쉽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은 다르다. 부동산 문제에는 특정한 누군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은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가격과 전세금, 월세, 대출이자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평생 모은 재산과 노후,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까지 걸려 있다. 그래서 국민 개개인의 평온한 삶과 재산권에 직접 닿는 가장 민감한 민생정책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를 걱정하지만 원하는 해법은 또 제각각이다. 과천 승마대공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는데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교통정체’와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만 봐도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으로 풀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집이 부족해 가격이 오른다면 집을 더 지을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수요가 몰린다면 왜 그런지 따지고 재건축과 재개발이 막혀 있다면 어떤 규제가 공급을 가로막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도시의 일자리와 교육, 교통 인프라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면 그것 역시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이 오르면 어느 순간 집보다 사람(정부는 투기꾼이라고 말하지만)을 먼저 보기 시작한다. 누가 집을 몇 채 가지고 있는지, 얼마짜리 집에 사는지, 실제 거주하는지, 공동명의인지 단독명의인지 따진다. 다주택자의 세금을 올리고 고가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높인다. 그래도 가격이 오르면 대출을 조인다.

‘왜 집값이 오르는가’라는 질문이 어느 순간 ‘누가 집을 몇 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는 것이다. 자기 집에 불이 났는데 옆집에 물을 뿌리는 격이다. 세금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조세에는 조세의 역할이 있다.

소득과 자산에 맞는 적정한 부담을 지우고 부의 지나친 편중을 완화해야 한다. 부동산에서 과도한 개발이익이나 자본이득이 발생한다면 이를 적절하게 환수하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도 장기적으로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세금은 과세형평과 재분배의 수단이다. 부동산 정책의 본령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이 공급되고 주거시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세금으로 집값까지 잡으려 들면 목적과 수단이 뒤섞인다. 최근 부동산 세제 논란이 반복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한국 부동산 정책이 좀처럼 풀지 못한 더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한국인의 ‘내 집’에 대한 욕망이다. 사회안전망이 빈약했던 시절 집 한 채는 노후연금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집값이 비싸다고 분노하면서도 어렵게 마련한 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더 좋은 지역, 더 좋은 집으로 옮겨가고 싶어 한다.

이것을 모두 탐욕이나 투기심리라고 몰아붙일 때 정책의 본질이 왜곡된다. 경제부총리가 아무리 집은 ‘buying’이 아니라 ‘living’이라고 강조해도 현재의 고관대작들 중 무주택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손꼽아 보면 그의 말에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호통치고 국민에게 집은 ‘사는 곳’이라고 백날 훈시해봐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말을 하는 정책 입안자들 역시 부동산 문제의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가운데 평생 자기 집 한 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재명 대통령 또한 이 ‘욕망의 이중성’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장관들에게 다주택은 처분하라고 하고 본인도 근저당 논란이 있긴 했지만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한 채를 팔았다. ‘공무원들부터 부동산의 욕망을 끊을 테니 국민들도 생각을 좀 바꿔주세요’라고 기대하면서.

정책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국민의 소유욕을 없애거나 부동산 인식을 계몽하려 하기보다 그러한 욕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이 등 뒤에 떡 쥔 손을 감춘 채 국민에게만 “떡 먹지 말라”고 말하는 금욕의 부동산 정책은 설득력이 없다. 욕망은 자본주의의 적이 아니라 동력이다. 정부의 역할은 그것을 무작정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데 있다.

 

*이 글은 2026년 8월 14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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