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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김경문 ‘믿음의 야구’ 본문
오늘(24일) 프로야구 한화 팬들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오금이 저릴 것이다.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바라보는 한화 팬들은 김경문 감독의 ‘믿음 야구’에 좌불안석이다.
김경문 감독은 신인 마무리 김서현이 결정적 순간마다 홈런을 맞아 중요한 경기를 내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님에도 여전히 그를 ‘믿고’ 있다. 하지만 한화 팬들은 ‘왜 신인을 그렇게 중대한 고비 때마다 믿는다면서 꾸역꾸역 내는지 모르겠다’며 기가 찬 표정들이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삼성과의 마지막 5차전에서도 김서현을 세이브 순간에 넣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화 팬들의 염장을 콕콕 지르는 김 감독의 ‘고집’이 과연 어떤 숫자의 스코어보드로 막을 내릴지 필자도 정말 궁금하다.
한화가 이기면 한화 팬들은 “김경문 믿음 야구의 승리”라며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불행하게도 지게 되면 19년 만에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날려 버린 김경문의 아집과 전략 부재를 집단으로 물고 뜯을 것이 뻔하다. 오늘 한화와 삼성의 경기는 지금 한화팬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노감독의 고집이 과연 들어맞을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김경문 감독은 정말 부처님과 예수님 수준의 인간 신뢰와 자애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유독 김 감독의 선수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신앙심만큼이나 깊은 것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야구는 데이터와 전략의 싸움이다. 감독이 아무리 특정 선수를 ‘믿는다’ 해도 그 믿음은 종교 수준의 애정과 믿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결과로 검증되는 계산의 산물일 뿐이다. 김서현은 정규시즌에서 세이브 2위(33개)를 올린 팀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이 데이터는 김 감독의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단순한 수치일 뿐 김 감독의 특정 선수 편애와는 상관이 없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정이 깊어도 무능한 선수를 내세우는 감독은 없다. 결국 김경문의 ‘믿음’은 덤덤하게 말하는 데이터의 경험칙과 그 확률 속에 녹아 있는 신뢰가 교차하는 어느 지점에 있는 감독의 전술 카드 중 하나일 뿐이다. 김 감독이 빵빵 홈런을 맞음에도 다시 김서현을 내는 것은 그 선수를 처절하게 애정하는 믿음이라기보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감독의 대안 부재와 그 고뇌의 산물로 보는 것이 데이터 야구에서는 더 맞다.
김경문의 믿음 야구는 그가 유별나게 특정인을 믿는 구석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선택지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한화 팬들이나 기자들은 김경문 감독의 ‘믿음 야구’가 절체절명의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호들갑이다(그럼에도 무관의 김경문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는 김 감독에 가하는 일종의 폭력이자, 야구를 데이터와 확률에 근거한 ‘과학적 스포츠’의 영역에서 신념과 서사의 영역으로 치환시키는 다소 위험한 ‘감정이입’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믿음의 야구’는 어느새 과학이 아닌 종교가 되고 전략이 아닌 서사적 믿음의 드라마로 소비된다. 그런데 정치부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화 팬들의 과도한 야구 몰입이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대안의 부재는 믿음이라는 허망한 서사를 낳는다. 이는 야구나 정치나 마찬가지다. 정치에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유별난 신뢰와 믿음이 드러난다. 전직 대통령의 성공 서사도 결국은 그의 지지층들이 끝까지 그를 믿고 응원해준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의 이면에는 대안의 부재, 더 나아가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맹신과 일방주의, 배타적 독점주의가 숨어 있다. 작금의 유력한 정치인들도 어찌 보면 대안의 부재를 ‘믿음’이라는 상상 속의 공동체 서사로 그럴듯하게 치장한 정략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정치에서 정작 중요한 믿음과 신뢰의 가치는 유권자와의 약속 이행, 일관된 철학과 소신, 그리고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올곧은 신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에서의 믿음은 다양성을 해하고 특정인만을 진영논리로 무조건 두둔하고 맹신하는 ‘조직의 논리’로 치환될 뿐이다.
오늘(24일)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5차전은 한화의 19년 만 한국시리즈 진출 경기가 아니라 김경문 ‘믿음의 야구’가 심판받는 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투수의 지략과 타자의 용맹함이 맞붙는 그 좋은 경기가 ‘믿음 때문에 이기거나 졌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안타깝다. 믿음은 죄가 없다. 그것 외에 떠들 게 없는 우리 사회의 빈곤한 서사와 승리에만 집착하는 호승심(好勝心)이 야속할 뿐.
*이 글은 투데이신문 2025년 10월 24일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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