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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택한 문재인 대통령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5. 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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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사태 수습’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전격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여야가 대치하던 임명 정국에 물꼬가 트이게 됐습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소 1명 이상의 낙마’ 필요성을 제기했던 상황이라 청와대가 그 정치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10일)에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서는 “‘무안주기’식 청문회”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모두 ‘부적격’ 판단을 내린 야당의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합의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4.7 재보궐 선거의 ‘민의’를 수렴해 일부 후보자에 대해 임명 철회 ‘양보’를 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를 여지없이 꺾어버렸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 ‘워딩’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에 매번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의 검증이 신상털기 식으로 진행될 뿐이지, 인물 자체에 대한 문제는 크지 않다’는 인식을 하며 그대로 임명 강행을 밀어붙이는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입니다. 이 문제만큼은 야권의 반대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본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평소의 소신을 관철시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해석은 일종의 ‘페인트 모션’일 수 있습니다. 4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인사검증제도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며 원칙론을 고수한다고 밝혔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언적 의미’라는 것입니다. 야당의 부적격 판단을 아무런 ‘저항’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그동안의 인사 강행이 모두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에도 무조건 임명 강행만을 고집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4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혀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명분을 만들어 시간을 번 뒤 야당의 부적격 의사를 일부 받아들이는 2단계 전략을 택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청와대의 ‘정무적’ 접근도 엿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장관의 경우 야당에 재송부 요청을 하면서 단 하루만의 시간을 줬습니다. 형식만 갖추고 임명을 강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3명 후보자에 대해서는 4일이라는 긴 시간을 줬습니다. ‘묻지마 임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드는 동시에 문 대통령이 밝힌 인사 원칙의 소신도 여론 속에서 숙성시킬 수 있는 시간을 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4일 동안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문 대통령이 충분히 숙고했다는 메시지를 준 후에 1~2명의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쪽으로 대응을 할 경우 ‘대통령의 고민’과 ‘통합에 대한 진정성’의 효과도 배가됩니다. 

결국 청와대는 2단계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준영 후보자는 13일 오전 “저와 관련해 제기된 논란들이 공직 후보자로서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자의 결정을 청와대의 ‘오더’로 해석합니다. 장관의 거취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입니다. 본인이 직을 유지하고 싶어도, 아니면 그만두고 싶어도 청와대의 내락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불가항력적인 일신상의 사유가 아닌 한 후보자들도 청와대의 입장에 최대한 따릅니다. 

이런 점에서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청와대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최소한 1명 이상의 낙마’ 의견을 일단 존중해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사태를 선제적으로 수습한 것입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 사퇴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이것을 계기로 신속하게 완료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야당에서는 나머지 2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을 하고 있지만 장관 후보자 임명 정국은 청와대의 ‘1명 정리’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처리 문제는 향후 문재인 정권의 1년 국정운영 기조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내기가 오갈 정도로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재송부 요청 마지막 기한인 14일에는 문 대통령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이 잡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저항을 진압하고 임명 강행 의사를 관철시킬 경우 송영길 신임 대표의 모양새가 아주 우습게 돼 버립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선 이상 의원들과 이야기해 봐도 ‘셋 다 안고 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당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기류가 있었습니다. 송영길 대표가 인사 문제에 대해 며칠째 침묵하는 건 이미 청와대에 후보자 일부 임명을 철회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신임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문 대통령을 압박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임명 철회를 요청한 뒤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청와대는 송영길 신임 당 대표의 ‘첫 작품’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한명의 후보자를 ‘정리’하는 쪽으로 사태 수습을 한 것입니다. 이는 집권여당이 청와대를 ‘이긴’ 거의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권력의 흐름이 청와대에서 민주당과 차기주자로 넘어가고 있다는 상징적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청와대는 바로 이 권력 무게추의 기울어짐을 우려했기 때문에 고뇌의 시간을 보냈지만 밀려오는 새로운 물결을 막아내기는 버거웠다는 것이 이번 사태 수습으로 드러났습니다. ‘권력은 이제 차기로 넘어갔다’와 ‘마지막까지 권력의 문을 놓지 않겠다’는 양 갈래 길에서 갈등하던 문 대통령은 그 무거운 발걸음을 전자 쪽으로 옮기며 쓸쓸한 하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 13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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