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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권은희 짜증’ 영상 인터넷 부글…억울한 사람을 대하는 국회의원의 자세 본문

국회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적 갈등이 총집합하는 곳이다. 민원인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의원들의 손을 잡고 매달리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요즘은 의원들도 민원인들에게 최대한 협조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다. 인터넷 여론의 발달로 조금만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오만한 태도를 보이면 그것이 구설수로 연결되기가 예전보다 쉬워졌기 때문에 의원들도 민원인들과의 접촉에 민감하고 또 나름대로의 원칙을 마련해 최대한 성심껏 응대하는 편이다.
하지만 민원인들이 억울함만 내세워 가끔 지나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의원들에게 매달리거나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의원들은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민원인들도 그들이 지켜야할 상식적인 절차를 더욱 존중해야만 그들의 주장에도 품격과 권위가 더해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약자의 억울한 목소리에 힘과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려는 공적 책임감이 중요하다. 때로는 '민원인'의 호소에 짜증도 나고 반복되는 과정에 지치게 되면서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의원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일을 하라고 국회의원들에게 거액의 세비를 주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행태는 이런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 그를 향한 네티즌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여순사건 유가족과 시민단체 사람들이 특별법 통과를 부탁하려고 잡은 손을 권 의원이 거칠게 뿌리치며 짜증을 내는 영상이 커뮤니티 곳곳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국회의원 자질이 없다”는 비판이 쇄도했는데 권 의원은 “시간이 없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2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권 의원이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하는 장면이 담긴 ‘민중의소리’ 유튜브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법안소위에선 어린이안전법과 6월항쟁 기념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는 가족들이 회의장을 찾아와 의원들에게 일일이 통과를 호소했다. 또 ‘여순사건’ 유족과 관련 시민단체 사람들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회의 시작 직전 도착했다. 복도에 있던 여순사건 유족과 시민단체 사람들은 권 의원을 붙잡고 “법안소위를 열어 달라” “부탁드립니다” 등의 말을 던졌다. 권 의원은 그러나 짜증 섞인 표정으로 손을 뿌리치며 “하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라고 말한 뒤 회의실로 들어갔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혀를 찼다. 민중의소리 유튜브 영상 댓글과 커뮤니티에선 “카메라가 저리 많은데도 저 정도인데 카메라가 없다면 안 봐도 뻔하다”라거나 “오늘만 사는 국회의원” “따뜻한 손길로 잡아주는 게 그리 힘든가, 얼굴에 짜증이 드러나네”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광주의 딸’이라며 출마했던 권 의원의 말을 빗대 “광주의 실수”라는 댓글도 있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권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견을 말씀하시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의원회관이나 지역사무소에선 언제든 면담하고 의견을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짧아 답변을 말씀드리기 부적절했다”면서 “그래서 실랑이가 벌어졌으니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의 해명을 보면 앞서 얘기한 대로 평소 그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권 의원이 보인 짜증은 의원의 기본적인 자세를 망각한 미성숙하고 비도덕적인 행태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짧다'라는 변명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유족과 시민단체 사람들이 그를 막아선 것도 아니었고, 불과 몇 초 사이에 그는 회의장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수초의 짧은 순간에 권 의원은 손을 뿌리치며 짜증을 냈다. 평소 그가 '그들'을 어떻게 마음에 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의원을 자질을 논하기 전에 인간의 기본적인 인성이 결여돼 있다.
국회의원은 공직자인 동시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바람과 기대를 법률에 반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일 자체가 국민들과 접촉해야만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권은희가 시민단체와 유족에게 보인 행태는,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할 일도 부정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다. 손을 뿌리친 그 사람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설마 그것이 '쇼'라고 하더라도 지금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그런 위선적인 선의마저도 받지 못하는, 대단히 왜곡된 정치질서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거액의 세비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가장 기본적인 일을 제대로 하도록 감시하고 꾸짖어야 한다. 권은희는 다시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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