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 "이츠 마이 스타일"… 대통령 순방중 대판 싸운 강경화·김현종

(사진=KBS캡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 당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언쟁을 벌인 사실을 국회에서 시인했다. 그간 외교가에선 두 사람 간 불화설이 끊임없이 거론됐지만, 당사자가 직접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강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4월 대통령 순방 때 김 차장과 다툰 적이 있지 않으냐"고 하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김현종 2차장이 외교부 직원들을 불러서 혼냈다고 들었다. 심지어 두 분이 싸우다가 말미에는 영어로 싸웠단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종 2차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공직을 마치고 삼성에 갔는데) 그 대기업 쪽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별로 안 좋더라. 여러가지로 사고를 친 것 같다. 김현종 2차장이 나가니 그 기업이 그렇게 속 시원해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정 의원이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을 불러다 혼내고 두 분이 막 싸우다가 말미엔 영어로 싸웠다는 얘기도 있다"고 할 때는 듣기만 했다. 당시 김 차장은 순방 관련 문건을 문제 삼아 외교부 직원을 강하게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영어로도 한참 설전을 벌였고, 김 차장은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요즘 외교관들 사이에서 강 장관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후임 장관으로 김 차장이 올까 봐 그렇다"고 했다. 관가에서 한때 '김현종 차기 외교부 장관설'이 돈 것을 지적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잠시 웃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김 차장이 근래 외교부 청사 9층에서 미 정부 관계자, 싱크탱크 인사들과 공개·비공개 면담을 가진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며 "강 장관으로선 불편했을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 차장의 집무실이 외교부 청사 9층이었다.

강 장관은 이날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와 관련해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함으로써 신뢰·우의가 회복되면 (파기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한·미 동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