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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상조와 장기표

성기노피처링대표 2019. 7. 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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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정책실장을 보면 남산골 딸깍발이 선비가 떠오른다. 그들은 신이 없어 마른 날에도 딸깍딸깍 소리가 나는 나막신을 신고 다녔고, 권력에 소외되어 있으나 양반으로서의 자존심은 대단했다. 지배 권력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김 실장은 한성대 교수 재직 시절 "물욕이 없어서 오래되고 낡은, 거적대기 같은 가방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시험감독도 반드시 본인이 직접 했고, 결강이 되면 주말에라도 반드시 보강을 하는 꼬장꼬장한 ‘선비’였다고 한다.  

김 실장은 한성대 교수(1994~)직을 역임하다가 1999년부터 활발하게 ‘권력 감시 활동’에 나서게 된다. 그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경제개혁센터 소장(1999~200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2006~2017년) 등을 두루 거쳤다. 김상조 하면 재벌개혁 ‘저승사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다 그의 인생은 드라마틱하게 전환된다. 제도권 밖에서 재벌들을 저격하다가,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확실한 감투를 쓰게 된다. 평생을 시민단체에서 야성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의 이런 변신 기저에 유연성도 깔려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남산골 딸깍발이 선비를 예로 들 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사가 한명 더 있다. 바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다. ‘장기표’라는 이름 앞에는 ‘영원한 재야 인사’라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50여 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다섯 차례 투옥돼 9년간 옥살이를 했고, 12년을 수배자로 도망 다녔다. 그의 ‘민주화 투사’ 경력으로만 따지면, 모르긴 몰라도 대통령에도 올랐을 법하다. 

기자는 장기표 원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다. 한때 그와 자주 만났을 때, 왜 그렇게 자신을 ‘영원한 재야’로 가두어두는지 답답해서 ‘이제 좀 제도권 밖으로 나오시라’는 조언도 많이 했다. 그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지난 정권에서 장관 자리를 제안받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건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 평생 내 정치적 양심대로 살아갈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근 그는 민주와운동 보상금 거절로 화제에 올랐다. 민주화 유공자로 보상금을 신청하면 아마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억 원은 넘는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이쯤 되면 그의 고집에 세상 사람들 모두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다. 그래도 그는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내는 ‘영원한 재야인사’다.


  

제도권 밖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제도권 안의 일이 궁금해서, 또는 자신의 주장이 언제나 허공에 흩날려버리는 게 허망해서 ‘밖’의 사람들은 가끔 ‘안’에 들어오기도 한다. 자신의 이념과 이상을 현실세계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보고 싶은 것은, 엘리트의 고유한 목마름이자 의무감이기도 하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바로 그런 참여의 갈증 때문에 공정거래위원장직에 도전했고, 이제는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 자리에까지 올랐다.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도 높게 진행한 바 있다. 실제 공정위의 강한 제재로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고, 공정위는 이를 ‘재벌개혁 우수사례’로 꼽기도 했다. 그가 청와대로 빠져나가자 공정위가 부처의 위상추락을 걱정할 정도로 ‘김상조’의 존재감은 막강했다. 

그는 지난 6월 청와대 정책실장에 취임한 직후 정책실 직원들에게 "정책은 ‘실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정책의 완결성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적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한다. 한국 경제도 침체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와 활황의 적기를 찾아야 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인생도 실기를 하면 안 된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그 적기를 찾아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반면 장기표 원장은 아직도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다. 어떤 길이 올바른 길이었다고 감히 답을 내릴 수는 없다. 두 사람의 마음은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었다고 믿는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재계에 기업가 정신을 꽃 피우고 이익창출의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적기 중의 적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그가 인생의 타이밍을 잘 찾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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