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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청년 일자리 위한 1400억원이 잠자고 있는 까닭 본문
청년희망펀드라는 것이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든 펀드라는 뜻이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부를 받아 조성되는' 펀드다. 즉, 정부 예산 투입이 아닌 사회 각계각층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청년 구직자에 대한 지원 및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 등에 사용된다.
기부금은 공익신탁 방식으로 모금되는데, 공익신탁은 공익 목적으로 위탁자가 수익자에게 재산을 분배하거나 특정 목적으로 재산을 처분 또는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부자(위탁자)가 은행 지점을 통해 기부하면 청년희망재단이 설립돼 사업 계획을 수립한 뒤 청년지원사업에 활용되는 구조로 진행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9월 제안한 뒤 제 1호로 가입한 바 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150억원, 신동빈 롯데 회장이 70억원을 쾌척하는 등 재벌들의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재벌 손목 비틀기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펀드 취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재벌들도 응했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이 펀드가 은행 금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1,400억 원 규모의 '청년희망펀드'는 사용처도 없이 현재 은행 금고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한 여러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펀드의 활용법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신탁관리인마저 신고리 5, 6호기 관련 태스크포스(TF)에 파견을 가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 2015년 펀드를 만들 당시 청년들을 돕는다는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펀드 계좌를 개설했던 사람들은 현재 이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조차도 모른다고 한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신탁형 기부금 펀드다. 청년희망재단이 운용을 맡고 있는데 기부금까지 합하면 현재 총 금액은 1,463억 원에 달한다.
펀드 신탁 금액은 2015년 20억 원대에서 지난해 5월 400억 원대로 늘어났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증가세는 멈췄고, 기부금도 뚝 끊겼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부터 12%대를 넘어섰지만 면접컨설팅, 모바일 게임 기획자 양성 등 청년희망재단의 사업은 일자리 창출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무조정실 소속인 청년희망펀드의 신탁관리인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TF로 파견돼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청년희망펀드 기금은 청년을 위해 조성됐기 때문에 다른 곳에 쓸 수도 없고 운용 원칙상 되돌려 줄 수도 없다. 청년희망펀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인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기관인 일자리위원회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거세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치적 장벽'이 가로막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청년 일자리 정책이었지만 최순실 사태 등으로 사업이 표류하자 현 정부에서도 선뜻 '뒤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 정권의 실정을 현 정권이 나서서 처리하다가 잘 못 될 경우 더 큰 비난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 부처 간의 유기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 등을 가지고 갈 때 청년희망펀드에 대한 새로운 운영 방식 그리고 사업 계획을 세워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현 정권을 떠나 국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와 자선으로 청년 실업 해소에 일조하겠다는 전 정권의 발상은 강제 기부로 개운치 않은 뒷말만 남긴 채 청년들에게 희망은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 박근혜 정부의 유산인 청년희망펀드는 골치 아픈 숙제 중 하나가 돼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과의 차별화 등을 이유로 현재 청년일자리 창출 정책 가운데 하나로 청년내일채움공제라는 것을 밀고 있다. 만 15세 이상~34세 이하의 청년 근로자가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으로 2년 동안 근무하면서 300만원을 납입하면, 여기에 정부가 600만원, 기업이 300만원을 적립해 총 1,200만원을 마련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이번에 추경이 통과되면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쌓여있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청년들에겐 10원도 아쉬운 때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일자리위원회는 "어떤 고려도 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 기금 등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도 정작 쌓여있는 거액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펀드가 재단 형태의 민간 자본이기 때문에 정부의 관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최순실 사태 등의 영향으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취지 자체는 좋은 것이기 때문에 이대로 없애버리는 것도 국가적 낭비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가 부담스럽더라도 이전 정부의 미완성 정책을 이어가고 완성할 의무가 있다. 미진한 것은 미진한 대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미운 것이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펀드를 조성했다는 자체는 미워할 까닭이 없다. 청년 일자리 창출 앞에 박근혜 문재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현 정권의 적극적인 수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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