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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말기 환자의 마지막 친구로 삶을 나누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되려면... 본문
▲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의 선발 기준과 역할은 기관마다 다르다. 사진은 인천성모병원 자원봉사자들이 병원 직원과 면담하고 있는 모습.
인간의 죽음을 함께 하는 호스피스는 어려운 자원봉사다. 무엇보다 죽음에 가까이 가 있는 환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너무도 지난한 길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는 것 자체는 커다란 영광이자 보람이다.
최숙희(84‧가명) 어르신은 최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50대 아들을 찾아 왔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망연자실해 있던 최 어르신에게 자원봉사자 허연무(58) 씨는 말없이 다가와 최 어르신 옆에 앉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최 어르신은 허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마음에 쌓인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어냈다.
최근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자는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확산되면서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가 최대한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고통 없이 남은 삶을 보내도록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도와주는 활동 또는 시설을 말한다.
이곳에 환자의 마지막 친구가 되어 남은 여정을 함께하며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감싸는 이들이 있다. ‘호스피스의 꽃’ 또는 ‘천사’로 불리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가 그 주인공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 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가 하는 일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들이 소화하기 힘든 영역의 업무를 한다. 봉사자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은 환자 곁에서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말벗이 되어주는 것이다.
발마사지, 침상 목욕 등 신체적 돌봄을 제공하기도 하고, 환자의 보호자가 오랜 간호로 지쳐있을 때 환자를 간호해 줌으로써 가족에게 휴식시간을 주기도 한다. 더불어 환자와 가족의 종교에 따라 종교예식에 함께 참여하거나, 환자가 사망했을 때 장례식장에 동행하기도 한다.
김데레사 사회복지사는 “기관마다 호스피스팀 구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달라진다”며 “현재 인천성모병원에는 완화의료 도우미 제도가 있어서 도우미들이 환자 간병을 도와주는 일을 맡고 있으나, 그분들이 없던 시절에는 자원봉사자가 신체 돌봄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의 자원봉사자는 정서적 돌봄을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소원 들어주기’의 진행도 돕는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기, 자녀들에게 영상편지 쓰기 등 환자들의 소원은 가지각색이다. 김 사회복지사는 “한 환자의 소원이 가족과 함께 바다를 보는 것이었는데, 멀리는 못가도 인천 앞바다에 자원봉사자가 동행해 사진을 찍어주는 등 환자와 그 가족에게 추억을 만들어 준 일이 있다”며 소원 들어주기의 한 일화를 들려줬다.
호스피스 병동은 크고 작은 이벤트가 자주 열린다. 설날, 어버이날, 추석, 크리스마스 등을 기념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일파티가 열리고, 작은 음악회도 개최된다. 당장 오늘이 마지막 하루일 수 있는 이들에게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에도 봉사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기존 봉사자 등 주변의 권유로 시작하거나 호스피스 교육 또는 방송을 통해 관심을 갖는다. 특히 이미 다른 곳에서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이 호스피스 교육을 접하고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의 길을 걷는다.
일반인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교육에 참석한 50대 남성은 “4년 정도 병원 봉사를 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려고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에서만 15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허연무 봉사자가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젊을 때 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 임종을 지키면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생전에 아버지는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남을 위해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자원봉사더라.”
호스피스 봉사가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환자와 가족이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봉사자들은 다가감에 있어 늘 조심스러워한다. 18년차 자원봉사자 유재문(59) 씨는 “환자가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환자의 어려움을 잘 듣고 공감하면서 환자의 마음을 털어놓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봉사를 계속한다. 봉사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자신의 좋은 에너지는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어서다. 유 봉사자는 “봉사를 하면서 우울감이 없어졌다. 삶의 의미를 찾고 가족 간 사랑도 확인하며 감사함과 행복을 느낀다”고 전했다.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 삶의 행위다. 그 엄숙하고 숭고한 순간을 같이 하는 자원봉사자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들도 그 죽음의 길로 들어설 것을 알기에, 더욱 그 순간이 소중해지는 것이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에게 마음의 응원을 보낸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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