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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반기문의 이유없는 변신 본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하버드대 교수로 가는 모양이다. 그것도 종신교수로. 한국 정치판을 떠난 사람을 굳이 다시 불러내 이런 글을 쓰는 게 멋쩍긴 하다. 그럼에도 그가 만약 하버드대 교수로 가는 것이 확실하다면, 나는 일부 한국 엘리트 공무원들의 그 발 빠르고 이기적인 변신에 대해 한 마디 남기고자 한다.
그가 올해 초 귀국해 국민들에게 던진 메시지가 아직도 귀에 생생한 듯한다. 그는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규정하면서, 울분에 찬 모습으로 이런 귀국사를 읊었다.
“10년 만에 고국으로 와 조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며 제 마음은 대단히 무겁다. 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부조리로 얼룩졌다. 젊은이의 꿈은 꺾였다.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이상 안 된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 책임이 있다. 이들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그리고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 저는 분명히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 마음에 변함없다. 권력의지가 남을 헐뜯고 소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런 것이 권력의지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느냐, 그런 의지라면 얼마든지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다’는 그의 말에 국민들은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끝내려는 한 선량한 정치인의 열정과 의지에 잠시 마취가 되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지도자로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고 신문에 나온 여론조사의 허망한 신기루에 도취돼 대선 도전을 선언했었고, 결국 포기했다. 물론 개인 사정으로 대선 레이스에서 드롭은 했지만 한때 5천만 국민들의 대표가 되어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잘 살 수 있게 할까 고민하던 그였다. 그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대선 포기 선언 뒤 한 달도 안돼 미국 유수의 대학에 최고대우를 받고 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매끄럽지 못한 처신같다.
한국 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반기문은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측은 “지난해부터 하버드대에서 임기가 끝나면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교수로 모시고 싶다고 계속 요청했었다. 하버드대 측은 연구실과 집, 자동차, 연구비를 제공하고 강연도 해 달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선도전 결심을 하던 도중에 이런 제안을 받았고 결국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셈이다. 대통령도 하나의 직업이니 대학교수를 할지, 연금 많이 받는 대통령을 할지 고민했다는 건데, 너무 극단적으로 해석한 것일까. 귀국사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대한민국을 위해 그 동안의 유엔 사무총장 경험을 토대로 국가에 도움이 되겠다던 그 말이 순식간에 식언이 돼 버리고, 하버드대 교수로 가겠다니.
대통령 후보라는 ‘직책’은, 국민이 부여한 최고의 명예이자 헌사다. 비록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대권 주자로서 우리 사회에 던진 문제의식과 고민에 찬 한마디 한마디들은 그 자체로 우리 정치의 한 페이지이자 역사로 남는 것이다.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그가, 그 명석한 두뇌로 대통령 도전에 대한 계산을 해보고 난 뒤 이문이 안 남을 것 같아 포기는 했지만, 그가 그동안 대권주자로서 해왔던 일체의 행동과 언행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면서, 동시에 국민들이 그에게 부여한 역사적 책임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그 책임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의 말대로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사회에 헌신할 방법을 찾는 게 전직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도리이지 않을까. 그 자리가 하버드대 교수라니.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연구를 하고 강연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그가 하버드대 교수직을 수락했다는 공식 회견은 없다. 아마 하버드대 교수직으로 한국에서 논란이 되자 귀국한 뒤 ‘검토했지만 그럴 의사가 없다’라고 번복할지도 모른다. 그가 하버드대로 가든지 안 가든지 관심은 없다. 다만 한때 대한민국을 그렇게 걱정하며 기존 주자들을 구태정치인이라며 오징어로 만들어 버린 그가, 그 발언의 무게가 고작 하버드대 정도였다니 그의 지도자로서의 그릇을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말에 상처를 받았던 정치인이나 일반국민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일말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바람이지만, 그를 그토록 찬양하고 숭배하던 청주로 가서 유엔 사무총장의 내공을 지역의 젊은이들과 같이 나누며 헌신하는 모습을, 아무도 모르게 보여주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서울대 나와 외교부 장관 하고 유엔 사무총장 10년에 유력 대권주자까지 하며 비단길만 걷던 엘리트 공무원의 끝이 미국 하버드대라니, 그냥 웃픈 마음에 글을 남긴다. 저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취업을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자원봉사라도 하라'고 일갈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잘난 자원봉사, 동상이 세워진 고향에서 반기문은 왜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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