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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은 잘못 없다"는 정호성의 착각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9. 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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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과 핵심 참모간의 법정 '공감'이 화제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은 9월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65)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없다면서 증언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은 몇 차례 울먹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는 그의 말에 박 전 대통령도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비서관의 진술보다 '의리'에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보수층에선 "정 전 비서관이 끝까지 지조를 지켰다"며 높은 평가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의 증언거부와 '의리'는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그리 높이 살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일단 법률적 부분.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한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으로만 볼 때는 실제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과 박 전 대통령측 유영하 변호사의 신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전 비서관은 “내가 최씨에게 문건을 줬기 때문에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통령이 그것을 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도 않았고 건건이 어떤 문건을 줬는지도 모르셨다”며 “사적으로 이익을 보려 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해 보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또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내용이 기재된 조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조서는 조사를 받은 당사자가 자신이 말한 그대로 쓰여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같은 정 전 비서관의 행동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별로 유리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앞서 자신의 재판에서 피고인신문을 받았고 최순실씨 등 다른 피고인들 재판에 수차례 나가 법정 증언을 했다. 법정 증언을 담은 공판기록과 녹취록은 검찰 조서와 달리 당사자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정 전 비서관이 이날 재판에서 증언 거부를 했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는 것이다. 


공모관계에 대한 정 전 비서관 주장도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모는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해 그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성립한다.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진다. 정 전 비서관의 말대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혐의를 인정했다가 부인하고, 또다시 인정하는 등 정 전 비서관이 수차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정 전 비서관측 강갑진 변호사도 지난 1월18일 공판에서 “그동안 피고인이 공모관계에 대해 일반인의 인식과 법률적 인식간 혼동이 있었다”며 “혐의는 인정하고 다만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부분은 재판부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정작 박 전 대통령측은 정 전 비서관 신문을 통해 검찰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밝혀야 했지만 그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 됐다. 정 전 비서관은 “취임 초기 연설기록비서관실 일부 말씀자료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냐”, “조금이나마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것을 보고하고자 최순실에게 의견 구하기 위해 문건을 보낸 것이냐” 등 박 전 대통령에 유리한 유영하 변호사 질문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당장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꼼꼼하게 법리전을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법적으로 변호하지 않고, 그냥 그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재판부가 이런 퍼포먼스에 동정표를 줄 것 같지는 않다. 


법률적으로 그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치적으로도 정 전 비서관의 발언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그의 말부터 들어보자.




그는 “대통령께서는 가족도 없으시고 정말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다. 특별히 낙도 없으시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성과가 나면 그것을 그냥 낙으로 삼고 보람있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서 “어떤 마음으로 국정에 임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부정부패, 뇌물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정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 가진 분”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한 “대통령께서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정확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셨고 그래서 본인이 직접 어떻게든 잘해보시려고 내용 뿐만 아니라 문장 뉘앙스까지 다 손수 수정을 챙겼다”면서 “그 과정에서 최순실씨 의견도 들어보는게 어떠냐는 취지의 말씀도 있었다. 그것은 최순실씨한테 문건을 전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고 국정에 임하는, 어떻게든 잘하려는 국정 책임자의 노심초사였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 “사적 이익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하는 중에, 세계 어떤 정상들이 다 하는 일이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 참…”이라며 “저랑 대통령님이 무슨 공모를 해서 최씨에게 문건을 줬다는 그 부분은 너무 과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진술 도중 시종일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에만 전념했고, 부정부패 뇌물 등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식의 '변론'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확대해서 감정적으로 변명을 했다. 하지만 최순실과 관련된 부분은 적당히 뭉뚱그리고 넘어갔다. 전형적인 자기중심적인 사고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진술 태도야말로 객관적인 증거로 승부하는 재판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희대의 국정비리 핵심인물은 싹 빼고, 오로지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지극히 자의적이고 '친박' 중심적인 사고를 드러냈다. 역대정권에서 최순실만큼 대통령의 생활 깊숙이 들어가 국정을 농단했던 사람들이 있었던가. 이런 명백한 사실은 호도한 채 대통령이 평소에 뇌물에는 관심이 없고, 국정에만 올인했다는 식의 변명을 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일 안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오히려 '출근시간'으로만 따지면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오랫동안 혼자 밥 먹으며 '편안하게' 지낸 것은 아닌가.  


정 전 비서관의 변명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볼 때 억울하고, 대통령과 말을 나누진 못하지만 이심전심으로 그들의 처지를 비관하며 슬퍼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들의 국정농단에 의해 대한민국은 헌정이 무너졌고, 국민들은 더 큰 피해를 봤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정호성은 자신이 무슨 큰 의리를 지키는 것처럼, 주군에 대해 신의의 변론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대통령이 탄핵까지 가게 했던 가장 근원적인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에 불과할 뿐이다. 


그는 자신의 재판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일관되게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부정해왔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자신이 떠안으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여기까지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24시간 노심초사 국정에만 올인했다는 말하는 것은 올바른 증언이 아니다. 




한편 이날 법정엔 증인석을 비롯해 피고인석, 방청석에서 수차례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정 전 비서관은 박씨 측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형식적 표현이나, 특히 여성·일반인 시각에서 감정적인 표현과 관련해 최씨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냐”고 묻자 목이 메인 목소리로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이 증인신문 말미 소견을 밝히는 동안 방청석에 앉아있는 일부 중년 여성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유영하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 퇴정 후 눈이 빨갛게 충혈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재판 종료 전 재판 진행 상황을 밝히는 과정에서 십수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등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였고 여러 차례 울먹거렸다.  


박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이 서로 교감하며 울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여전히 그들은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헌정을 중단시킨, 국정의 최고핵심에 있었던 사람들의 책임의식 치고는 너무나 미성숙하고 어린애같은 신파극에, 슬픔이 밀려온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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