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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살권수’와 검찰개혁 본문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 조직은 기소권과 공소권을 양손에 쥔 채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대한민국에 어렵게 꽃피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라고 검사 탄핵 배경을 설명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민주당 검사 탄핵에 즉각 반발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11월 손준성 검사장과 이정섭 검사 탄핵안이 발의됐을 때에도 “저를 탄핵하시라”고 공개 반발한 바 있지만 당시는 퇴근길 도어스테핑 형식을 통해 입장을 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검 간부들까지 대거 거느리고 기자실을 직접 찾아 30여분 동안 “근거 없는 자가당착”이라며 강력하게 민주당에 항의했다.
지금까지 검찰 개혁 이슈는 정치권이 검찰을 압박하는 일종의 ‘으름장’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검찰 개혁도 더 이상 검찰에게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공조 입법’을 통해 검찰 개혁을 밀어붙일 경우 향후 엄청난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 이런 검찰 개혁의 현실화 가능성 때문에 이 총장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의 잇단 ‘탄핵 드라이브’가 일선 검사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부담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조직 전체가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장으로서는 민주당에 강하게 맞서는 ‘정치적 대응 퍼포먼스’를 통해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고 조직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금 후배들이 줄줄이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업무 정지까지 당할 위기에 빠지자 이 총장을 비롯한 선배검사들이 도저히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그들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뒤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해 검찰 개혁 저지선 역할은 언감생심이다.
검찰 개혁은 이제 더 이상 야당의 공수표가 아니라 검찰의 ‘직접수사’ 아킬레스건이 완전히 잘려나가는 ‘악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하던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이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칼을 양 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자신이 직접 기소할지 말지 결정까지 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이 수사권과 기소권은 검사의 양심과 상식에 맡기기에는 그동안 너무도 많은 폐해가 발생했고 자의적 판단에서 나오는 ‘힘’은 불행한 피해자들을 낳았다.
그래서 이제는 입법 과정을 통해 검사의 역할 자체를 매뉴얼과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 개혁이라는 단 하나의 절체절명 아젠다를 던져 총선에서 12석의 기적을 이룬 조국혁신당의 성공이 이를 말해준다.
일부 ‘정치 검찰’의 자의적인 수사권 기소권 남발에 대해 국민들은 더 이상 관대하지 않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5월 11~12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6.6%) 전체 응답자의 53.1%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만 가지게 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29.6%, 잘 모르겠다는 17.3%였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제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정의 최대 현안이 돼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정치가 완전히 실종된 것도 대선에 패배한 제1야당 이재명 대표를 무려 4가지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한 ‘사법 린치’가 그 단초가 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정치인 비리나 대통령 탄핵 등 민감한 권력형 비리를 직접 수사했던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후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또 다시 특수부 검사 출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당 대표로 뽑을 가능성까지 높아졌고 이제는 ‘검사=대권주자’가 마치 대통령 등극의 공식이 돼 버렸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기로 검사가 일부 정치권력형 사건을 객관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정파성’과 ‘권력야욕’을 가지고 덤빈다면 ‘제2의 윤석열 대통령 사태’가 또 다시 올 수 있다. 검사의 양심과 검찰조직의 자정노력에 의해 검찰 개혁이 이뤄질 단계는 윤 대통령 독주와 한동훈의 발호로 이미 지났다.
검찰 개혁은 22대 국회 최대 아젠다가 돼야 한다. 본연의 임무에서 한참 벗어난 검찰의 비뚤어진 정치 개입과 불공정 ‘솎아내기’ 수사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국민의힘은 빗나간 검찰 조직을 바로잡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 야당이 해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개혁의 선봉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6월 26일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수사절차법, 형사소송법 등 ‘검찰개혁 4법’을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을 기소와 공소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민주당도 검찰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것과 검찰청을 유지하되 기소권만 갖도록 하고 수사권은 국가수사본부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검찰 개혁 입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도 윤석열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국민의힘 ‘반 윤석열’ 성향 의원들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에서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 ‘반윤’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다면 검찰 개혁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온 1차적 책임은 바로 검찰에 있다. 그들은 윤석열 정권 들어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해 철저하게 무시했다. 사실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 여부는 ‘살권수’에서 판가름이 난다. 윤석열 대통령도 ‘사람에게 충성하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해 일약 ‘살권수’의 스타로 떠올랐고 대통령까지 꿰찼다. 하지만 지금의 검찰 조직은 과연 ‘살권수’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대검 간부들을 총동원해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맹렬하게 비난한 이원석 총장은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살권수’의 의지를 얼마나 표출했나. 검찰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기간이 문재인-윤석열 정권을 거치며 무려 4년이 소요됐음에도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사 은어 중에 ‘불장’이라는 것이 있다. 불기소장의 준말이다.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공소를 제기하면 공소장을 쓰고 기소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불기소 이유를 적은 문서를 그 판단의 근거로 남겨놓아야 한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그에게 혐의점이 없다면 소신 있는 검사가 ‘불장’을 써야 하는데 이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불장’을 써서 김 여사에게 ‘혐의 없음’이라는 ‘고양이 방울달기’를 할 용기 있는 검사가 없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변수가 생겨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에 혐의점이 발견될 경우 ‘불장’을 쓴 검사가 덤터기를 쓰기 때문에 그 누구도 김 여사 사건에 ‘불장’을 쓰지 않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 연루돼 있다고 해서 슬슬 눈치나 보는 검사들이 존재하는 한 ‘살권수’는 검사들이 정치로 향하기 위한 ‘장식품’에 불과할 뿐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주임 검사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대면 조사 없이는 공소장도 불기소장도 쓸 수 없다”는 것이 수사팀의 일관된 의견이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 명의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것은 드러난 팩트다. 이럴 경우 김 여사의 검찰 소환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검찰 지휘부는 김 여사 대면 조사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살권수’는 여전히 그들에게는 머나먼 성역인 것이다. 검찰은 법원 눈치만 보면서 공소시효가 지나기만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소시효를 핑계로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짓고 ‘살권수’는 외면하는 것이다.
이렇게 검찰은 ‘살권수’에 대해 비겁하리만치 의지가 없는데도 또 그런 검사를 탄핵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총장과 대검 간부들이 총출동해 ‘죽권수’(죽어있는 권력 수사)에 목을 매고 있다. 검찰은 민주당 탄핵에 대해 검사장 등 간부들과 일선 검사들까지 모두 들고 일어나 ‘법치주의 사수’를 외치고 있다. 법치주의만 놓고 보면 그 법을 가장 철저하게 준수해야 할 사람들이 권력자들이고 검사들이다.
왜 검사에게는 ‘준법’과 공정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되는가. 검사는 왜 성역이고 권능인가. 윤석열 정권 검찰지상주의로 정치는 절단 났고 국격은 무너지고 있고 민생은 외면 받고 있다.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는 공무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검찰 개혁은 의회정치를 복원하고 정치의 품격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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