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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의 ‘멘탈 갑 정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2. 2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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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가 긴 정치적 후유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반대를 당론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자율투표에 맡길 만큼 의원들을 믿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판단착오였음이 드러났습니다. 30~40명에 이르는 의원들이 단일대오에서 이탈했고 이 대표의 리더십도 크게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당권파들이 ‘비명계 이탈자’ 색출작업까지 할 정도로 당 분위기는 험악해지며 내분이 격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뒤 무효표 논란으로 2시간 가까이 개표결과 발표가 지체되면서 ‘압도적 부결’이 아닐 수 있다는 중간보고에 안색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멘탈 갑’답게 이 대표는 의연한 표정을 최대한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기자들 앞에 서서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정권의 검사 독재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의원들과 일대일 면담까지 하며 그들을 ‘챙겼지만’ 결국 그것은 속이 빈 소통이었고 자신의 ‘가두리 작전’이 완벽하게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셈입니다.

웬만한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는 좀처럼 시인을 하지 않고 다른 해석으로 비켜가는 전략을 즐겨 구사했던 이 대표로서는 이번만큼은 ‘빼박’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체포동의안의 ‘정치적 찬성’ 충격파는 컸지만 이 대표는 최대한 평정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전 언론이 이 대표의 ‘패배’와 향후 거취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던 체포동의안 투표 다음날, 그는 놀랍게도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한 민생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전날 자신에 대한 ‘사실상의 탄핵’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공식행사는 물릴 만도 한데 역시 이 대표다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표의 멘탈은 역시 대단하다’는 반응들이 많습니다. ‘멘탈’이라면 여의도 득도파 중 한 사람인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이재명 대표의 정신력은 참 대단하다. 잡초의 생명력으로 살아온 인생이라서 그런지 참으로 대단한 정신력이다”라며 ‘엄지척’을 했습니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관한 글을 수차례 쓰면서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본인의 결단’이었습니다. 당내에서는 ‘60년 정통야당’의 본류인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들도 많았습니다. 의원들이 장외투쟁을 하며 이 대표와 스크럼을 짤 때도 진심으로 우러나는 ‘투쟁 의식’이 아니라 공천을 의식한 ‘징발 이행’의 의미가 더 컸습니다. ‘친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국민들에게 좀 감동을 주고 거저먹으려 하지 말라”는 따끔한 충고를 할 정도로 이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은 심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모든 법률안을 표결을 마치고 나서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결기는 강고했습니다. 체포동의안도 찬성이 1표 더 많았을 정도로 의원들의 ‘불신임’이 이번 투표의 정치적 의미이지만 이 대표의 멘탈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쯤에서 이재명 대표의 끝을 알 수 없는 강력한 ‘정신력’의 원천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대 정권에서 이 대표만큼 사법리스크를 비롯한 정치적 공세를 온몸으로 버텨낸 정치인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를 버티게 해주는 그 강한 멘탈의 ‘시원’을 분석해보면 앞으로 그가 어떤 수를 던질 것인지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정치인의 소명의식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대선에서 패배한 ‘원죄자’로 내세우며 사법리스크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정치적 탄압에 ‘목숨을 걸고’ 저항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런 강력한 투쟁의식은 최근 나온 각종 여론조사 결과지에서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여론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에 좀 더 높은 찬성표를 던지고 있고 이 문제를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에 대한 항거보다 이재명 ‘성남시장’ 개인에 대한 사법적 처리 여부로 대하고 있는 흐름입니다.

두 번째는 이 대표 특유의 ‘잡초 근성’과 ‘깡다구 정치’입니다. 이 대표가 이룬 ‘정치적 성과’는 가히 기적에 가깝습니다.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주류도 아니었고 ‘비주류’ 정동영계로 출발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라는 ‘변방’을 통해 60년 정통야당 본류에 진입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지금도 기자들은 민주당의 꼬장꼬장한 3-4선 의원들을 ‘데리고’ 다니는 이 대표의 ‘깡’을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처한 ‘국민 불신 지옥’은 이 대표의 ‘깡’으로만 돌파하기에 너무도 심각합니다. 진보성향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한 민주당은 때로는 무서운 장외투쟁으로 정권을 두들겼지만 합리적인 토론문화가 그나마 전통으로 자리 잡혀 의원들의 다양성도 존중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대표의 ‘깡’에 의원들이 모두 볼모로 잡혀 마치 ‘숨 참기 대회’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시 민주당의 전통으로 돌아가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내년 총선 공천을 바라는 ‘이재명 측근세력’들의 강권으로 할 수 없이 이 대표가 물러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정치적 처신을 볼 때 다소 느슨한 분석같습니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 재보궐 선거로 금배지를 달고 당 대표직까지 차지한 일련의 ‘극한 정치’에 주변 참모들의 부추김도 있었겠지만 이 대표 본인의 강한 ‘욕망’이 더 많이 투영돼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 28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해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이 대표를 ‘멘탈 갑’으로 묘사하면서 그가 왜 이토록 강하게 대표직에 집착하는지를 따지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정치인의 흔들리지 않는 ‘권력의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재명 대표도 자신의 ‘깡다구 정치’에 대해 복기해볼 시간이 됐습니다.

이번 체포동의안 사태는 사실상 이 대표 체제의 불신임에 준하는 ‘사변’입니다. 이는 이 대표의 검찰독재 타도 프레임과 이재명 ‘성남시장’ 비리 프레임의 싸움에서 그 무게추가 ‘이재명 개인 비리’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시그널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뒤 너무 일찍 ‘대선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그 무모함과 억지 전략의 후유증이 지금의 사법리스크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입니다.

야당은 집권세력 실정의 반사이익을 먹고 삽니다. 이 대표는 수시로 자신이 국정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야당이 국가운영에서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집권세력의 실정을 정확하게 짚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야당의 존재 이유입니다. 이 대표가 국정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실적을 내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멘탈 갑’ 정치는 과연 사법의 정의를 위한 저항인지, 아니면 한 정치인의 무한 야망의 발현인지 이제는 냉철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쏟은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윤석열 정권의 실정 지적과 대안 정책 마련에 쏟았다면 어땠을까요. 지금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입니까. 이재명 대표의 ‘깡다구 정치’에 소모적인 사법리스크 전쟁이 무한되돌이표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국가적인 낭비입니까. 한 정치인의 ‘벌률 문제’를 두고 온 나라가 두 동강이가 나 무한정쟁을 한다면 정치는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이쯤에서 이재명 대표는 멈춰서야 합니다. 그 이유가 검찰독재 타도이든 깡다구이든 측근들의 부추김이든, 이쯤에서 질식 상태에 빠진 ‘야당의 정치’를 책임 있게 복원해야 합니다.

 

(파이낸셜투데이 2월 28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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