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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준석의 ‘컴백홈’이 반갑다 본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0선 30대’ 당 대표로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어린 대표’에게 휘둘려 자존심이 깔아뭉개졌다고 느낀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심기경호’하는 ‘윤핵관’에 의해 쫓겨났다가 전당대회라는 장터를 만나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뉴스의 대부분이 ‘이준석’으로 장식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노잼’의 보수정당 경선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불판’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에 권력에 내동댕이쳐진 뒤 ‘칩거’하며 의기소침해있던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얼굴 ‘때깔’이 달라졌고 목소리에는 특유의 ‘건방진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정치인이 아니라 직장인이었다면 그의 ‘깐죽거림’에 열폭하는 상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다시 이준석일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지난 1월 초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도전 ‘간보기’로 일찍이 그 서막이 올랐다. 그 후 등장해 판을 정리한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대학 때 사법시험 준비까지 같이 하며 친하게 지냈던 ‘경원이 동생’을 냉정하게 찍어 누르면서 단박에 전당대회의 최대 ‘히어로’로 떠올랐다. 통상의 전당대회는 당권 주자에게 조명이 쏘아지지만 객석에 있던 윤 대통령은 ‘골목대장’의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대에 올라 주연배우들을 하나씩 장막 뒤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판을 정리한 윤 대통령은 ‘단일화 동지’ 안철수 후보만은 살려둔 채 김기현 후보를 업고 전당대회 무대의 정중앙에 떡 하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당무 개입 논란과 그에 따른 불법성 시비가 일자 마음껏 판을 주무르던 윤 대통령도 시큰둥해지며 뒤로 빠지려는 찰나, 이준석 전 대표가 화려하게 ‘컴백’했다. 전당대회 정국 초반 ‘윤석열 단독공연’이 히트를 쳤지만 이제는 ‘이준석과 아이들’(천하람 김용태 허은아 이기인 후보) 공연이 더 재밌는 상황이 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6일 밤 KBS 1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시전하며 여의도 복귀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그는 성추문 사건으로 징계를 받아 불쌍하게 쫓겨난 보수정당 전임 대표가 아니라 ‘이번 전당대회는 내 판이야’라는 자신감으로 큰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천하람 후보가 조만간 안철수 후보를 따라잡고 결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등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윤석열 아재 단막극’에서 ‘이준석 웹 드라마’로 만들 심산으로 얼굴마저 달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공중파 출연에 만족해 늦은 밤 ‘과음’을 했는지 다음날 라디오 생방송을 펑크 내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본인은 “선거 강행군 중 어제 심야 방송 일정을 마치고 늦게 귀가해 무음 해제를 못하고 잤다가 라디오 방송 시간을 못 맞췄다”고 해명했다).

지금 언론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뉴스는 ‘윤석열 당무 개입’은 쏙 들어가 버리고 이준석 발 뉴스가 그 빈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천하람 후보를 비롯한 ‘개혁 4인방’ 후보는 보이지 않고 이준석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 삐딱한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판을 휘젓고 다닌다.
‘이준석’이 이렇게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것은 아무래도 그가 시청률을 올리는 ‘치트키’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0년 방송 패널로 다져진 무지막지한 입담과 여의도 바닥 10년을 거치며 쌓은 직감과 정치에 과 몰입한 저잣거리 장삼이사들의 ‘은어와 사고체계’를 주저 없이 인용하는 자유분방한 영혼 등이 합쳐진 산물일 것이다. 과장되고 속된 표현과 ‘에라 모르겠다’며 내지르는 자신감 등은 ‘자뻑’에 간 똘끼의 청년이 아니라 여론이 수렴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정밀 타격하는 ‘정치 센스쟁이’로도 여겨진다.
이준석의 ‘컴백홈’은 확실히 단물 빠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풍선껌 하나를 입에 더 넣어주는 효과가 있다.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대통령실의 노골적 개입, 무리한 당헌 개정, (나경원에 대한) 거친 불출마 압박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전당대회지만 밝은 빛도 놓치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 ‘밝은 빛’은 이번 전당대회의 후보군 스펙트럼이 전통보수와 중도, 개혁으로 다양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자락을 깔자면 ‘이준석’이 무덤덤해지는 전당대회에 던지는 고추장 맛 양념들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특유의 ‘깐죽거림’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정치 고관여층 여론을 집중분석 재해석하는 ‘자기화’ 과정을 거친, 흥행의 ‘엑기스’ 요소가 함유돼 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관전 포인트 하나와 결선투표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을 했다. ‘이준석의 예언’이 어디까지 맞는지 지켜보는 것이 ‘어대현’(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 노잼 극장을 보는 것보다는 더 재밌을 것이다.

이렇게 이준석 전 대표가 ‘아재들의 놀이터’인 여의도 정치바닥을 그나마 MZ세대와 접점을 만들어 흥행의 극단까지 끌어올려준다는 점이 긍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화려한 입담’의 이면에는 그가 쓸어 담을 수 없는 ‘아니면 그만’식의 책임 방기가 들어있다는 비판도 들어 있다. 이것이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는 화려한 언변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언행불일치를 보일 때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양두구육’ 사건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윤핵관’과 한창 권력충돌이 일어났을 때 한 기자회견에서 “돌이켜 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곧 그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이라는 ‘불량품’을 파는 데 앞장섰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크게 논란이 됐다.
지금도 정치전문가들은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을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한 당대표로서 현 정권의 과오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그렇게 윤 대통령을 비판하고 야박하게 평가한다면 자신도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지적에 대해 “그런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하는 말이다. 굳이 사과를 한다면 당이 중심이 돼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내가 쫓겨나서 그렇게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여전히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양두구육’ 주장에 대해 자신의 책임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발뺌을 하고 있다. 이는 한번 뱉은 말을 제대로 주워 담지 못하는, 정치인의 무책임한 처신을 대변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준석 키즈 4인방’을 이끌면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정당에 희미한 존재감을 가진 ‘개혁꿈나무’들의 착근을 돕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 배신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이준석의 아이들’ 4명을 앞세워 자신이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 정국 초기 ‘골목대장’으로 판을 휘젓던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이 전 대표의 ‘오지랖 만렙 행보’를 두고 ‘이번 전당대회는 꼭 이준석이 출마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것이 ‘이준석 정치’의 또 다른 한계다. 이 전 대표는 개인플레이는 강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입신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개혁성향 후보들을 이용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이 전 대표의 ‘윤석열 복수극’도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천하람 후보와 3명 최고위원 후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그들이 돋보이게 ‘백지’ 역할을 해준다면 결국 자신들이 그 도화지에 직접 점을 찍어야 한다. 이준석을 넘어 ‘제2의 이준석’을 배출하는 전당대회가 된다면 그것으로 ‘윤석열 모노드라마’의 노잼을 능가하는 흥행요소가 될 것이다. 어쨌든 이준석의 ‘컴백홈’으로 물렁해졌던 ‘메기’들이 바빠진 것 같아 반갑기는 하다.
(파이낸셜투데이 2월 17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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