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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추미애 텃밭' 광진을 깃발 꽂은 오세훈···민주당 대항마는 임종석? 본문

민주당이 4.13 총선 전략의 미세 조정에 들어갔다. 서울 수도권의 중요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비롯한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해보며 한창 시뮬레이션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권주자들이 출격하는 지역구는 한 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서울은 여야의 싹쓸이 현상이 특히 심했던 지역이다. 바람을 많이 탄다는 뜻이다. 그래서 주요 대권주자가 나가는 곳은 그 인접 지역구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천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여기에다 자유한국당이 거물급을 꽂는 지역구는 단순히 대항마를 세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지역을 뺏을 경우 자유한국당이 확보한 1석까지 뺏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2석' 차지의 의미가 있다.
이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광진을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 1월부터 한국당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추미애(서울 광진을·5선) 법무부 장관이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이미 밑바닥을 다지던 오 전 시장의 경쟁력이 상승세인 곳이다. 오 전 시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부쩍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밑바닥을 오래 전부터 다져온 것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추미애라는 터줏대감이 떠나간 지역에 낙하산이 오더라도 이미 말뚝을 박은 자신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장 ‘눈 뜨고 코 베일’ 위기다. 오 전 시장이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장직에서 내려온 뒤 9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재기에 성공하면 의석수가 2석으로 벌어지는 것은 물론, 차기 정권 재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커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의 높은 당 지지율은 그간 한국당 지도부가 해 온 헛발질 덕이기도 한데, 오 전 시장이 ‘합리적 개혁보수’ 간판을 걸고 한국당 유력 주자로 부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광진을은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의 정당이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곳이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24년간 한 번 빼고 추 장관만 찍었던 지역이다. 오 전 시장이 지명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9년 동안 바깥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절대 쉽지 않은 곳”이라며 “지난해에는 주로 행사 위주로 다니다가 약 3개월 전부터는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면서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추 장관이 내각으로 떠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추 장관 내정설이 나올 때부터 대중 인지도가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오 전 시장과 견줘봤다. 하지만 강 장관이 추 장관을 비롯한 당·청의 설득에도 출마 권유를 고사하자 민주당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대입해 후보 호감도 조사를 벌였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해 11월 17일 이미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임 전 실장을 굳이 소환한 것은, 조사 결과 임 전 실장이 유일하게 오 전 시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 전 지사는 지역 연고가 없는 데다, 그 역시 지난해 12월 30일 특별 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기 전까지 약 9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던 게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광진을은 호남 출신 인구가 전체의 약 35% 정도를 차지해 전남 장흥 출신인 임 전 실장에게 유리한 지역이다. 한 여권 인사는 “영남 출신의 추 장관이 그 지역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DJ)이 직접 영입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의 한 측근은 “지난 20일 방송 연설에서 ‘불출마’를 언급하며 결심의 이유를 설명한 것도 거기(정계 은퇴)에 못을 박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모시려고 한다”(이해찬 대표) “정치는 생물”(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이라며 임 전 실장을 향한 구애를 숨기지 않는다.
‘고민정 카드’가 살아있지만, 오 전 시장과는 체급 격차가 크다. 고 전 대변인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쓰면서 ‘721번 버스’를 언급했는데, 이 버스의 종점이 광진구 화양동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진을을 출마지로 결정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고 전 대변인은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당에 맡겨 놓은 상황”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세훈같은 대권주자급에 아무리 신선한 인물이라고 해도 고민정 전 대변인 정치초보이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임 전 실장, 고 전 대변인, 또는 제3의 누군가가 오든 간에 어려울 수밖에 없는 선거다. 오 전 시장의 정치 생명이 걸린 선거라 막판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으로서는 오히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와서 정면대결을 하는 편이 낫다. 고민정 전 대변인과의 승부는 밑져봐야 본전이다. 여권 내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명인 임 전 실장을 꺾는다면 오 전 시장의 대권 경쟁력이 세지는 것은 물론이고 당내 위상도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오 전 시장으로서는 모든 것을 걸고 한번 붙어볼만한 싸움이다.
서울시장 중도 사퇴 뒤 오 전 시장은 9년을 변방으로 떠돌며 거의 잊혀진 정치인이 됐다. 지난 총선에서도 종로에서 정세균 현 총리에게 패퇴했다. 그로서는 이번이 거의 마지막 선거인 셈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 상대가 고민정 전 대변인이라면 그도 옷을 벗어야 한다. 하지만 임 전 실장과의 싸움에서 석패한다면 상대의 급을 고려해 재기의 여지는 좀 있을 것이다. 오 전 시장으로서는 더 센 상대와 붙어서 꼭 이겨야 하는 벼랑끝 전술밖에 답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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