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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개 군단, 6개 사단 해체..."인구 절벽 대비" 부대 구조조정 본격 시행 본문
육군 부대의 대대적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방부는 이를 ‘국방개혁 2.0’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에 대응하면서 부대 구조를 정예화하겠다는 것이다.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57만9000명인 육·해·공군 상비병력은 2022년 말 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축 병력 대부분은 육군이다.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육군은 2개 군단과 최근 없어진 사단까지 포함해 6개 사단을 해체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줄어드는 병력만 8만명에 가깝다.
현재 대상 부대 2053개 중 602개(29.3%)에 대한 개편이 완료됐다. 2025년까지 나머지 1451개 부대의 개편도 마무리된다. 육군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력 수준을 올해 46만4000명에서 2022년까지 36만5000명으로 9만9000명을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병력 감축 규모만 해도 2만명이다.
■ 사라지는 사단
수년 전만 해도 육군은 ‘8개 군단·39개 사단’ 체제였다. 육군은 병력 절감형 부대 구조개편을 통해 2025년 ‘6개 군단·33개 사단 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부대는 제20·26·30 기계화보병사단과 제2·27·28 보병사단 등 6개 사단이다. 26사단은 이미 2018년 부대기를 내렸고, 20사단과 2사단은 올해 말까지 해체된다. 27·28·30사단은 수년 내 해체 대상이다. 이 밖에 철원지역 6사단은 경기 포천으로 이전하고, 강원 고성 22사단이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오뚜기 부대’ 8사단과 ‘불무리 부대’ 26사단 통폐합은 육군 구조개편 공식화의 신호탄이었다. 중서부 전선의 주력 사단으로 경기 양주에 있던 26사단은 지난해 12월 기계화보병사단(기보사)으로 재편된 8사단과 통폐합되면서 65년 만에 부대기를 내렸다. 육군은 이처럼 여러 군단에 흩어져 있던 기계화사단을 7기동군단 예하로 재편하고 정예화하기 위해 예하 기계화사단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8사단은 26사단의 주력 2개 여단과 수도기보사 1개 여단, 20기보사 1개 여단을 흡수·통합해 ‘기계화보병사단’으로 재탄생했다. 8사단은 이름만 취했을 뿐, 사실상 기존 26사단 전력인 73기계화보병여단과 포병여단 등이 8기보사 주력이다. 8기보사의 핵심 전력은 최신예 K2 흑표 전차다.
다음달 1일부로 아시아 최강 기계화보병사단이란 평가를 받던 20기보사는 단대호(단위부대 번호)가 빠른 11기보사에 통합된다. 애초 최전방 경계부대였던 20기보사는 대대장의 무전병 대동 월북사건으로 1978년 사단 전체가 경기 양평에 있던 5사단과 주둔지를 맞바꿨다. 1980년에는 하나회 출신인 박준병 사단장 지휘로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도 동원됐다. 이후 1983년 수기사에 이은 육군의 두 번째 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됐다.
2020년 말에는 30기계화보병사단도 독립기갑여단인 30기갑여단으로 축소된다. 육군 기계화사단은 8기보사와 11기보사 ‘투 톱’ 체제를 형성하면서 기존 ‘6개 기보사·5개 기갑여단’ 체제가 ‘3개 기보사(수기사 포함)·8개 기갑여단’ 체제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군은 “앞으로 기갑여단에는 배속 전차대대가 많아지는 등 현재 여단과 사단의 중간급에 가까워진다”며 “전력이 증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 기보사에는 항공단을 창설해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를 배속할 계획이다.
3군단 예하 ‘노도부대’ 제2보병사단도 올해 말이면 사라질 예정이다. 2보병사단 내 3개 연대는 인근 21사단과 12사단으로 통합된다. 국방부는 대신 해체하는 2보병사단을 모체로 201·203특공여단을 묶는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7기동군단 예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후방 각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공중강습부대인 ‘신속대응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신속대응부대는 소수 병력이지만 특수작전용 헬기 등 기동장비로 무장한 특수목적 부대다. 미 육군의 101공중강습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병사단보다 적은 병력에다 헬기 등 항공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동부전선 핵심 전투사단을 후방으로 빼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군단·모듈형
육군은 6군단과 8군단 등 2개 군단을 폐지해 숫자를 줄이는 대신 작전수행체계를 야전군사령부에서 군단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작전수행체계가 군단으로 이동하면 현재 ‘30(가로)×70㎞(세로)’인 군단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개편 군단은 과거 야전군사령부의 인사·군수·전투근무지원 등 군정 기능과 작전지휘 기능을 모두 행사하게 돼 사실상 ‘미니 야전군사령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군단별로 1~2개 기갑여단 및 공격·기동항공 지원을 할 수 있는 항공단을 편성할 계획이다. 전방 군단에는 다련장 로켓대대도 크게 신·증설된다.
부대 구조는 병력집약형에서 전투효율을 높인 맞춤형으로 개편한다. 육군은 “사단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한국형 기동헬기 등 필수전력을 적기에 전력화해 확장된 책임지역에 대한 제대별 감시정찰, 기동, 화력 등의 능력을 증대할 계획”이라며 “부대 수는 줄지만, 전투수행능력을 보강해 정예화된 구조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육군이 내세우는 미래 육군의 모습은 ‘아미 타이거 4.0’이다. 보병부대를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해 최적의 탐지·결심·타격 기능을 갖춘 고효율의 치명적 미래 전투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탄기능, 센서와 슈터, 원격사격통제체계를 갖춘 장갑차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육군은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전력화한 25사단 1개 대대를 대상으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2020년까지 전투실험을 진행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실제 야전 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친 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개 대대에 시험 적용하고 2025년 이후 사단·여단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동군단도 마찬가지다. 예하 각 기계화보병사단에는 이전에 없던 항공단이 새로 창설된다.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다.
국방개혁 2.0이 완료되는 시점인 2025년부터는 군 중심이 사단에서 여단으로 바뀐다. 창군 이래 최대 변혁이다. 1948년 연대급 중심으로 창설된 육군은 6·25전쟁 이후 삼각편제와 사각편제를 혼용해오면서도 사단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육군의 미래 ‘여단 전투단’은 모듈형으로, 각종 지원부대가 상설 배치된 연대전투단의 확대판 격이다. 육군은 미래 여단이 기존 사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성패는 개별 병사 및 부대 장비의 확충, 특히 네트워크 통신망 확보에 달렸다. 12개 전방 사단의 보병연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보병여단 전환에 나섰다. 사단 화력이던 105㎜ 견인식 곡사포를 차륜식 자주곡사포로 개량해 보병여단 화력으로 배치한다. 보병 기준으로 1개 연대는 3개 대대로 구성되지만 새로운 여단은 포병 등을 포함해 최대 5개 대대까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주둔지가 대부대 단위로 통합되고 기동장비 보급이 확대되면서 부대 모듈화 환경이 마련됐다. 모듈화 관건은 단위부대를 미군과 같이 ‘레고’ 블록처럼 운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한국 주둔 미 육군은 2보병사단처럼 예하 여단이 2사단 소속이 아니라 다른 사단 소속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식이다.
모듈화 부대 구조개편은 2030년까지 모든 보병을 기동화하겠다는 ‘아미 타이거 4.0’과도 맞물려 있다. 여단전투단이 지금의 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기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는 “한 시간 동안 5㎞를 도보로 이동하는 부대와 50㎞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부대가 맡을 수 있는 영역 차이를 생각해 보라”며 “전개 속도가 10배라면 작전영역은 100배 넓어진다”고 말했다. 단위시간당 작전 가능영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군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인구절벽이라는 절박한 상황이 도래하는 것도 그 동인이긴 하지만, 앞으로 스마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최정예의 프로페셔널 전투전력을 양성하는 쪽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6.25 전쟁 이후 남아있는 아날로그 편제시스템의 개혁이 이제야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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