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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김정은과 평양서 사진 찍은 삼성 총수 이재용...박지원 “부통령 대접하더라” 본문
‘평양 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7일 JTBC ‘썰전’에 출연해 “북측 인사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부통령처럼 대접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 경제인들에게 엄청난 대우를 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현재의 경제 발전을 더 가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물론 모든 고위급 북한 간부들이 이 부회장을 부통령처럼 대접하더라”며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 부회장을 김 위원장에게 데려가 무슨 말을 하더라. 제게 옆에서 봤는데 존경과 애정이 엄청났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를 “북한 인민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 경제인들을 잘 대접함으로써 ‘남측 4대기업 총수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표한다’는 선전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방북했던 남측 인사들을 인용해 지난 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이 부회장은 만찬장에서 별도로 사진을 찍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삼성그룹 총수”라고 이 부회장을 소개하자, 김 위원장은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남북정상회담 특성상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포커스를 맞췄지만 한편으론 재계 인사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인사들은 김 위원장을 비롯 북한측 고위 간부들의 관심이 재계 총수들에게 집중됐다고 전하고 있다.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삼지연 초대소에서 열린 오찬에서 김 위원장의 관심이 재계 인사들에게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일일이 ‘작별주’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재계 총수들에게 각각 술잔을 건네며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주로 "다시 보자" "잘해 보자"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이번 방북단 재계 총수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경제협력 이외에도 젊은 리더라는 정서적 공감대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984년생으로 30대 중반 나이에 불과하다. 이재용 부회장 등 3~4세대 재계 총수들은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40대 나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올 경우 이 부회장 등 이번 방북 재계 인사들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파로서 서양문물 경험이 많은 만큼 한국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제발전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측에서는 김 위원장이 방남하면 주요 대기업의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방북 기간 동안 재계 총수들의 일상 모습이 일반에 속속 계속 공개되면서 이들의 소탈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두번째 방북이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첫 방북이기에 긴장은 물론 감회가 남다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첫 날부터 리용남 북한 부총리의 언급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리 부총리가 이 부회장에게 건넨 "이재용 선생은 여러 가지로 유명하시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인물 되시라" 등의 인사말에 이 부회장도 웃으며 "알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옥류관 평양냉면, 대동강 수산물식당 생선회 등 식사 시간에 미식가로서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체로 긴장한 듯 무표정이었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는 미소가 나온 장면이 포착된 것. 사진 촬영시 차렷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사진 속 웃는 모습은 부친 이건희 회장을 빼닮은 듯 했다. 귀국 때 이 부회장이 최고령 손경식 CJ 회장의 가방을 들어준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인 20일 밤 삼성전자의 주요 인사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북한에서 느낀 소회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방북 전에는 삼성그룹 내외부에서 이 부회장의 방북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국 관세 문제로 불참하면서 방북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어쨌든 이 부회장은 이번 방북으로 얻은 것이 많다. 삼성그룹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리더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아 있지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과 인도 공장에서 만난 데 이어 이번 방북에도 함께 한 인연이 작동할 수도 있다. 그간 이 부회장과 각을 세워온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번 방북 중 백두산에 오르며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고 살아야 한다"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 총수 중 맏형 역할을 했다. 이번 방북 기간 내내 디지털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해 '디카요정' '디카 덕후'로 불리기도 했다. 그룹회장이 '요정'이란 별명이 붙은 건 이례적이다. 그 만큼 대중들과 친근해진 셈이다. 최 회장은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처음 방북했을 때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선배들의 기념 사진을 찍어줘 화제가 된 바 있다.
최 회장은 18일 평양으로 가는 공군 1호기 내에서부터 흰색 디지털카메라를 손에 쥔 채 이재용 부회장과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디지털카메라는 삼성전자가 2012년에 출시한 ‘EX2F’ 모델이다. 최 회장은 이번 방북을 앞두고 “예전에 쓰던 삼성전자 제품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 방북 때는 일본 캐논 제품을 들고 갔는데 이번에는 이 부회장을 배려해 삼성제품을 골라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해서도 디카 사진을 찍었고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북한 부총리와 악수를 할 때에도 왼손에는 디카를 쥐고 있었다. 19일 옥류관 오찬에서도 평양냉면을 찍었다. 최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재계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형님 리더십'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
최 회장은 이번 방북으로 재계 40,50대의 리더 '맏형'으로서 자리매김을 확고히 했다. 또한 '디카요정'으로서 대중친화적 회장으로서 다가섰다. 디카로 SK그룹은 수십억 홍보효과도 봤다. 북한 양묘장 방문을 통해 선대회장의 유지와 같은 녹화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귀국 후 “아직 뭘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에서) 본 것을 토대로 길이 열리면 뭔가를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첫 공식 대외행사인데다가 이번 방북단 재계 총수 중 '막내'였지만 '공부하는 리더'로서 무난한 데뷔전을 치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북 전 그룹 내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 '북한 리포트' 등을 받아 미리 공부했다. 구 회장은 방북 일정 중에도 손에 수첩을 들고 수시로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손에 든 수첩 모양새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잘못 보도한 경우도 있었다.
긴장한 듯도 했지만 주로 경청하는 모습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1978년생인 젊은 총수다 보니 말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모습을 보인 것. 구 회장은 취임 전 LG전자 등 현업에 근무할 때도 소탈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리용남 부총리를 만나 인사를 할 때에도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구 회장은 귀국 후 21일, 지주사 관련 임원들과 회의를 열어 북한 방문에서 보고 듣고 메모한 북한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직접 전달했다. 구 회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남북관계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미래 가능성 차원에서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이번 방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봤다. 대중들에게 LG그룹은 물론 재계 차세대 리더로서의 무게감과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했다. 기존 은둔의 경영자가 아닌 경청과 겸손의 듬직한 리더의 자세를 보여준 것. 젊은층에서는 구 회장의 다부진 체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키가 186cm로 재계 뉴리더 중에서도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으로 구 회장의 리더십은 대외적으로 안착을 했다.
이번에 북한 최고지도부와 한국 재계 총수들의 집단 '상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정상회담이 정치적 연결고리라면 총수들과의 스킨십은 경제협력의 첫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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