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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국민의힘 ‘천막당사’를 찾아서 본문

때는 2004년 3월 24일. 그날은, 한나라당이 여의도 당사를 떠나 여의도공원 맞은편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 한가운데 천막당사로 이사를 했던 날이다.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입주는 박근혜 신임 대표의 전격적인 결정 때문에 이뤄졌다. 차떼기와 탄핵 역풍 등에 대해 반성하고 속죄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당직자들은 설마설마하던 차에 박 대표가 현판을 떼어낸 뒤 도보로 이동해 입주식까지 가지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초봄의 쌀쌀한 날씨에 여의도의 유명한 칼바람이 천막당사와 컨테이너의 문틈을 헤집고 들어와 바닥에는 모래가 수북이 쌓였다. 하지만 그 모래를 쓸어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던 당직자들과, 씁쓸하게 천막당사를 바라보던 남경필 의원의 뒷모습이 지금도 필자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당시 여당은 ‘정치쇼’라고 맹비난했지만 지지층과 중도층들은 그런 ‘쇼’마저도 애처로웠는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으며 기사회생했다(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1당). 17대 총선 때보다 정치 지형상 그리 불리한 국면도 아니었던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임에도 109석에 그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반발도 많았다. ‘국민들이 쇼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보여주기보다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 등이 오갔지만 박근혜 대표는 기존 당사 매각이 마무리될 때까지 천막당사에서 집무를 보겠다고 고집했다.
그렇게 박근혜 대표의 ‘이주’ 결단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때의 단단한 결기가 대권 쟁취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17대 총선이 끝나고도 한나라당은 2달이나 더 천막당사에서 머물며 풍찬노숙의 성공담 여운을 즐기기도 했다.
요즘 국민의힘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면 새삼 천막당사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지난해 12월 3일 전 국민들은 야밤에 난데없이 국회에 특전사 헬기가 내리고 총을 든 군인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장면을 똑똑하게 목도했다.
이런 폭압적인 헌정 유린 행위를 차떼기와 대통령 ‘탄핵’ 절차에 비할 수 있을까. 정치자금이야 당시 여야의 관행이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도 권력 금단 현상에 빠진 보수정당 의원들이 ‘합법적으로’ 정치적 일탈을 벌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 정치적 선택의 후과를 오랫동안 감내해야 했다.
최근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오랫동안 당에서 일해온 터라 누구보다 당 사정과 의원들의 ‘심리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사과를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영감’님과 몇 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서도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과의 방식과 메시지의 ‘농도’에 대해 아직도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복잡한’ 심경이라고 한다. 명분상으로는 백번 사과를 ‘또’ 하는 것이 맞지만 국민의힘이 사과를 하게 되면 여당의 ‘덫’에 자신들의 발목 한쪽을 스스로 밀어넣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23대 총선 공천까지 내다보며 당 주류의 ‘비위’를 거스를 경우 입어야 할 정치적 내상을 걱정하는 의원들도 있다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3선 이상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이나 2선 후퇴 등의 정무적인 선택지를 꺼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이번에는 앞에 나서지 말라’는 조언도 나왔고 사과를 하되 민주당에 반격의 빌미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보다 못한 청와대 출신 한 인사가 “비상계엄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터졌는데 자구수정이나 어중간한 스탠스가 말이 되느냐. 사과 방식이나 메시지가 파격적이고 선명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필자는 과거 한나라당 천막당사 얘기를 꺼낼까 하다가 목 너머로 도로 집어넣고 말았다. 구닥다리 방식인 데다 ‘뜬금없다’는 말을 듣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지금 논의되는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반성문’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것저것 다 빼고 ‘그냥 뭔지 모르지만 잘못한 것 같아요’라는 문장만 남게 될 것 같다.
2004년 천막당사는 입주 뒤 며칠이 지나자 문틈을 헤집고 들어온 모래들도 깨끗이 없어졌고 당 사람들도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그럭저럭 잘 적응해나갔다. 처음 며칠은 혁신과 개혁의 칼바람과 모래가 고통스러웠지만 어느새 그 불편함을 견뎌내는 면역이 생긴 것일까.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과의 메시지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 며칠 아리고 힘들겠지만 그것이 2004년부터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고치지 못한 권력에 아부하고 ‘순치’되는 병을 고쳐줄 유일한 약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동안에 “장동혁 대표가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경우 20여명의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뉴스가 들려왔다.
*이 글은 투데이신문 2025년 11월 28일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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