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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사 ‘상황극’에 들러리 선 이재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6. 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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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초청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회동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만남에서 불거진 싱 대사의 ‘생중계 작심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싱 대사는 이 대표를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초청해 놓고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현재의 엄중한 한중관계는 한국 때문이다’라는 등의 강경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싱 대사의 발언이나 초청 형식 등을 보면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을 한 것이 엿보입니다. 중국 외교 라인의 ‘국장’급에 불과한 대사가 제1야당 대표를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처음 ‘불러들인’ 것부터가 이례적입니다. 또한 싱 대사는 이 대표를 옆에 앉혀 놓고 무려 15분 동안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과 한국에 대한 비판을 여과 없이 쏟아냈습니다. 

싱 대사는 한국인들에게 직접 들어보라는 듯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일장 훈시’를 했습니다. 싱 대사의 일방적인 한국 비난을 옆에서 듣고 있던 이재명 대표는 최대한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국의 제1야당 대표를 초청해 놓고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비공개에서 해도 될 만한 상당히 민감한 외교적 비난을 생중계로 일방적으로 한국인들에게 공표한 싱 대사의 무례함과 오만함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는 ‘일방적 펀치 세례’였습니다. 

중국의 이런 선을 넘은 ‘장난’은 한국이 최근 미국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인 데 따른 중국의 반감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던 의도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동시에 한국을 아직도 ‘신하의 나라’로 생각하는 중화 대국주의의 폭군적 발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중국이 한국을 ‘속국’으로 대하며 무시와 도발을 일삼았던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싱 대사가 제1야당 대표를 불러놓고 ‘늑대 발톱’을 드러내며 위협과 협박을 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쉬운 것은 이재명 대표의 대응과 자세입니다. 사실 이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이 대표로서는 중국을 자극하고 경원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극단적인 편중 외교 행보가 실리적인 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당 대표로서 현재의 일방적인 친미 정책이 가져올 후유증과 경제적인 피해 등을 우려해 그 반전을 가져올 만한 계기를 만들려고 했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정치로 여야 대화가 꽉 막힌 상황에서 중국 대사라도 만나 한국의 ‘또 다른’ 목소리를 전해주고 중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순수한 의도라고도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이는 싱 대사가 이 대표의 면전에 대고 한국의 외교정책을 일방적으로 물어뜯는, 지극히 도발적인 상황까지 감내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꽉 막힌 국내 정치에서 잃은 점수를 국가원수의 권한으로 야당의 태클을 받지 않는 외교에서 점수를 딸 생각으로 의도적인 친미 정책을 전개하는 것으로 의심합니다. 외교를 국내 정치의 돌파구로 이용한다는 의구심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 또한 똑같은 오류에 빠진 것 같습니다. 사법 리스크와 이래경 혁신위원장 논란 등으로 자신의 리더십이 휘청거리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외교’를 통해 활로를 뚫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표는 싱 대사와의 만남을 통해 윤 대통령의 친미 편중 외교에 대한 견제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중의 ‘공동보조’를 강조해 윤석열 정권의 극단적인 편향 외교 문제점을 간접 비판하려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외교적 접근’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싱 대사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작심하고 한국 비난을 한 ‘뒷배경’에 이재명 대표 자신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그 자리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순발력 있게 대응했어야 합니다. 

중국 대사가 제1야당 대표를 불러놓고 한국의 외교정책을 비난하고 위협하는 ‘야비한 장난’에 말려들었던 것을 인식했음 직한 데도 군말 없이 그 자락을 깔아준 장면에 국민들의 자존심도 상처받은 게 사실입니다. 

이 대표는 싱 대사의 ‘공격적인 발언’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는지 묻자 “당연히 중국 정부의 그런 태도들이 마땅치는 않지만, 우리의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대표 자신도 중국의 노골적인 위협이 마땅치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대한 지적보다 우리의 주장을 관철해 나가는 게 더 실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 대표가 싱 대사의 ‘윤석열 정권의 외교정책 비난’에 침묵했던 것은 그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오해를 주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외교마저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중국의 한국 편중 외교 비판을 별 반박 없이 듣고 있었다는 것은 ‘누워 침 뱉기’였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최근 한국을 향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자 중국 정부는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맞불을 놨다. (사진=유튜브 캡처)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 주변에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음에도 왜 이런 ‘외교 실책’이 나왔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대표가 평소 국내 정치전략 전문가들과만 소통해서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외교도 오로지 윤석열 정권 비판을 위한 국내 정치 소재로만 인식했기 때문에 싱 대사의 작당 연출에 들러리를 서게 된 것이라는 평가가 뼈아픕니다. 

싱 대사가 극히 이례적으로 관저에 초청해서 회동 장면을 유튜브 생중계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면 외교안보 참모들과도 숙의한 뒤에 사전에 토론 이슈를 조율하는 등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실 외교 안보 분야는 폭넓은 네트워크와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대통령에게 절대 유리한 영역입니다. 야당이 할 수 있는 것은 건설적 대안 정도일 뿐 주도권을 쥘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국내 정치처럼 무리하게 억지 주장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외교안보도 여전히 ‘묻지마 반대’만 일삼는, 구태의연한 국내 정치 접근법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그동안 외교안보 분야에서 보여준 실책과 헛발질 사례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싱 대사의 무례하고 도발적인 작심 발언을 듣고 ‘용기 있게’ 한국의 불가피한 입장을 설명해 주었다면 아마도 진영을 초월한 ‘국가 지도자’로 국민들의 더 큰 신뢰와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 대표가 적어도 외교안보 면에서는 국내 정치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주었다면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을 것입니다. 

이 대표가 위협 발언을 하는 싱 대사 면전에 대고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간섭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친선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문제는 야당 대표인 내가 더 잘 인식하고 있다. 지적은 고맙지만 자칫 내정간섭으로 비칠 우려가 있으니 유의해 달라”며 당당하게 태클을 걸었다면 중국의 ‘공작’에 말려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주었을 것입니다. 

제1야당 대표가 일개 중국 대사의 ‘노리갯감’이 되는 사태까지 일어난 것은, 정치가 해결 지향적 시스템이 아니라 ‘올 오어 낫싱’의 대결 지향적 난장판으로 점점 변질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안보마저도 정치적 내분에 휘둘리다가 결국 망하고 말았던 구한말의 비극이 떠오르는 건 과한 망상일까요. 

 

(여성경제신문 6월 13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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