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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자리싸움과 사색당파

성기노피처링대표 2019. 7. 1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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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하다. 12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12%, 비호감도는 77%로 집계됐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 12%는 1991년 갤럽이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도 지난주 조사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이 또한 수출규제의 여파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토록 이번 사태를 외교참사라고 비난을 하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다. 한국당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0% 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참사가 맞다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그 반사이익으로 조금이라도 지지율이 올라야 정상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추락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출범한 2.27 전당대회 이후로 보면, 당 지지율이 10% 대로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잦은 ‘막말’ 논란과 ‘친박 회귀’ ‘엉덩이춤’ 등의 헛발질이 지지율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자락 더 얹는 것이 바로 국토위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자리싸움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국당은 참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든 관련 지역구 주민들 빼고 대한민국 국민 중에 솔직히 누가 관심이 있을까.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는 데는 치열하다 못해 사즉생의 각오로 덤비는 정치행태에 대해 날선 비판들이 쏟아진다. 국회 정상화가 합의됐지만 또 어영부영 며칠이 지나가고 있고, 애타는 기업 총수들만 일본으로 어디로 뛰어다닌다. 이러다 수출규제 타격이 현실화되면 그제서야 또 책상에 모여앉아 발언권, 의사진행 발언으로 날이 샐지도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의 자리싸움을 보면서 조선시대 사색당파가 떠오른다. 견강부회라고 타박하는 한국당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핵심은 비슷한 것 같다. 바로 자리싸움이다.


 

조선에서 당파가 생겼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조선은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점차 권력은 안정을 찾았고 선조 집권 중반기까지 태평이 지속되었고, 문운이 창성하여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다. 정기적인 과거시험으로 전국의 인재들이 관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손바닥만한 조선 땅에서 인재들이 갈 곳이라고는 오로지 관직뿐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많고 관직은 극히 제한적이며 관직 외에 다른 할 일이 없었으므로 경쟁(당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학자였던 유형원은 조선의 관직 수를 900개로 보았는데 이 900개의 관직을 두고 전 양반층들이 격돌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좁은 조선 땅에서 출세하겠다는 치열한 경쟁이 사색당파를 만들었다. 당파싸움이 곧 자리싸움이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일본의 한 한국학 연구자는 점잖게 우리에게 충고를 하고 있다. 당파의 원인을 한정된 관직과 연관된 치열한 자리경쟁으로 분석한 다카하시 도루(高橋亨, 1878~1967)는 "조선인들이 한반도에서 눈을 돌려 세계를 바라보았다면 어떠했을까? 혹은 성리학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관직 외에 무역 상업 등 다양한 방면으로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했더라면 또한 어떠했을까? 사회는 신분제와 성리학적 세계관으로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고, 좁은 조선땅의 관직은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누구를 끌어내리지 않으면 내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구조가 생존과 관련된 조선인 당파심의 큰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조선의 사색당쟁을 분석한 한국의 역사학자들도 많다. 하지만 다카하시 도루의 이 냉엄한 분석이 소름끼치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인의 습성을 잘 아는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일본인의 후예가 내지른 수출규제에 대해 ‘저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한가하게 위원장 자리 하나 놓고 저렇게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색당쟁의 열정을 국가경쟁력 제고로 돌렸다면 조선은 아마 쉽게 일본에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 놓고 저렇게 쏟을 힘으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밤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일본도 한국을 호구로 알고 이번처럼 쉽게 으름장을 늘어놓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자리싸움의 에너지를 일본으로 돌려 최고의 지혜를 좀 짜내보면 어떨까. 그래도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300명 안에 뽑힌 선량(選良)들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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