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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선택, 정치자금법 위반 시장직 상실...지방선거 출마자들 초비상 내막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11. 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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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택 대전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14일 선거운동기구와 비슷한 단체를 만들어 지역기업들로부터 특별회비를 받아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권선택(62) 대전시장의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권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돼 당선무효는 피했지만, 정치자금 부정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시장직을 잃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대법원은 “2012년 11월 설립된 대전미래경제포럼은 권 시장이 2014년 대전시장 선거를 대비해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돼 활동한 단체로,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라며 “포럼이 활동 경비 및 인건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회원 67명으로부터 특별회비 명목으로 1억6천만원을 기부받은 것은 포럼의 정치활동을 위해 정치자금 수수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의 조달에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으로 소수 기득권자에게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뤄지고 1인1표의 기회균등 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정치자금의 수수 단계에서 엄격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유입과 그로 인한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어려운데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보장할 별다른 입법적 조처가 없는 상황이어서 사법부가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쉽게 완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선거운동은 당선 또는 낙선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대전미래경제포럼의 활동에서 권 시장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선거운동이 아니다”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나 포럼의 특별회비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포럼이 선거유사기관 설치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회원들의 회비가 정치활동에 해당되는지 등을 가리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전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유사기관설치 및 사전선거운동 등 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대로 무죄로 판단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권선택 시장은 "제 사건 때문에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정치인의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정치자금법이라는 잣대로 일일이 재단하는 것은 정치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정치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큰 틀에서 대법원의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엄정한 잣대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히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정치인들의 '합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방법이 더욱 어려워져 오히려 음성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정치인들의 선거자금 모금 루트가 더 꽉 막히게 됐다. 정치자금 모금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해지면서 향후 정치인들의 자금모금 방법이 음성적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권선택 시장 판결이 나자마자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수도권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 예정자는 이리저리 전화를 하며 판결의 심각성을 호소했다고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가 '큰일났다'며 급하게 전화가 왔다. 앞으로 선거자금 모금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그 사람은 연구소를 운영중인데 이제 연구소에서 나오는 자금을 선거에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서 불법으로 자금 모으는 수밖에 더 있느냐고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정치를 한다고 해서 모두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정도만 공식적으로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대부분은 이번에 권 시장처럼 포럼이나 개인연구소 등에서 회원들의 회비를 기본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연구소나 포럼 등의 단체를 유사기관 설립에 의한 선거법 위반으로 판결했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소나 포럼 등에서 나오는 자금을 정치활동에 쓸 수 없게 됐다. 개인연구소에서 나오는 회원들의 회비로 그나마 정치활동을 해왔는데 이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연구소의 회비를 쓸 경우 출마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연구소나 포럼 회장 직함을 못 쓰게 되면 자금을 모을 길도 없어진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은 선거자금 모금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라고 말했다. 


사실 유력 대선후보나 원외 정치인들은 대부분 포럼이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단법인 형태로 사설 연구소를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나온 회비로 사실상의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모 대선주자의 경우도 지금까지 그런 형태로 정치활동을 해왔다. 개인 연구소에서 나온 자금이 공적인 정치활동에 지금까지 써온 것이다. 이것이 '관행'이었지만 이번에 대법원에서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개인활동과 정치활동의 경계가 상당히 애매하다. 그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판결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권선택 시장의 경우는 명백하게 선거운동에 쓴 정황이 있다고 하지만, 그와 다른 경우는 어떻게 정치활동과 개인활동을 구분해서 기준을 세우느냐가 상당히 모호하다. 


정치인들은 이제 자신의 단체를 자금모금에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정치단체를 만들어서 자금운영을 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걸지 않았지만 이제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 정치인은 선거할 때 돈을 주변에서 빌려서 하거나 불법으로 자금 조성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단체를 통해 공개모금을 해서 양성화 과정을 거쳤던 것이 대법원에서 이번에 엄격하게 해석을 해 오히려 선거자금 모금이 음성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민간연구소나 사단법인 활동은 앞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으니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연구소 등을 두고 활동을 하는데 사실 그 연구소의 활동이 개인활동인지 국회활동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누구든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위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치활동을 위해 연구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선관위에 확인을 하고 난리가 난 상태다. 선관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대법원 판결로 문의전화를 많이 받았다. 법원이 그렇게 판결을 내린 이상 지금으로선 그 기준을 피할 방법이 없다. 법원이 엄격히 해석을 하면 모두 불법 정치자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정치인들이 연구소를 만들어서 그것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규정을 해버리면 이는 정치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대적 흐름과도 역행한다. 앞으로는 정치 지망생들이 연구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차용증 쓰고 돈을 빌려 정치를 해야할 판이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로 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치자금법을 지키라고만 할 뿐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전부 음성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치자금 불법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선거법을 바꾸어서 정치자금 모금의 확실한 근거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목을 죄어버리면 정치신인의 진입장벽도 높아져 정치가 더 퇴행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치 기득권들이 더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대법원 판결이 내년 지방선거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이 기사를 접한 선관위 한 관계자는 보도 하루 뒤 '피처링'에 아래와 같은 답변을 추가로 보내왔다. 선관위가 검토하고 있는 정치자금법의 대안이 무엇인지 관계자의 답변을 토대로 소개해본다.


선관위는 기본적으로 정치자금법의 후원회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미국의 PAC와 같은 정치활동 또는 모금단체의 설립 허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참고로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 정치활동위원회)는 미국의 정치자금단체로 기업이나 노조가 후보자·정당에 대해 직접 기부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노조나 기타 이익집단은 PAC를 설립해 이를 통해 후보자와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이다. 단, 형식상 모든 기부는 개인기부로 되어 있다. 또 후보자·정당도 각각 자금단체로서 PAC를 설립하고, 자금의 수수도 원칙적으로 이 단체를 통한다. 


실상 기업·단체 기부의 금지는 유명무실하지만 기부내역의 투명도는 매우 높다. 모든 PAC는 200달러 이상 기부자의 성명·일자·금액의 공개가 의무화 되어 있고, 100달러 이상의 기부는 모두 수표로 해야 하고 현금기부는 금지되어 있다. 또 자금은 모두 은행구좌에 의해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제도는 매우 강력한 권한을 보유한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의해 감독되고 있다. 


PAC를 통한 정치자금 동원을 비판하는 측은 이를 일종의 ‘매표’라고 주장하면서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각 이익단체들이 의정활동에 참여하는 방안의 하나로 용납되어야 한다고 옹호하는 견해도 있다.


선관위는 한국 정치자금제도도 미국 PAC의 사례를 원용하되, 한국 정치상황에 맞는 조건을 달고 있다. 미국처럼 돈의 정치가 되지 않도록 선관위 등록, 적정 한도액 설정, 수입지출내역 자체 홈피 실시간 공개, 분기단위 회계보고 및 검사 실시 등의 보완대책을 더 내놓고 있다. 앞으로 정치권에서도 선관위의 개선안을 토대로 정치자금법에 대한 대안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젊고 똑똑한 정치 지망생들이 '돈의 굴레' 때문에 정치혁신의 길에 나서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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