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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사과 기자회견 참석 안철수, 슬그머니 얼굴 들이미는 까닭은 ? 본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제보조작 관련 대국민사과를 한 지 19일만에 공개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이 31일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과 당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은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린 데 따른 당 차원의 사과회견 때문이었다. 당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국민의당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안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확답하지 않았지만 측근들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이날 안 전 대표는 당 지도부의 요청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애초에는 안 전 대표가 당과의 사전 조율도 없이 갑자기 참석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고 했으나, 당 지도부가 요청해 안 전 대표도 사과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 고개를 숙인 것으로 알려진다. 안 전 대표에게 기자회견 당일 오전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당의 입장과 향후 대응을 논의하고자 마련한 연석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요청을 받고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안 전 대표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앞서 12일 이 사건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지 19일 만이다.
이날 대국민사과에는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절반을 간신히 넘긴 22명이 참석했다. 여름 휴가철이라 당 의원들이 전원 참석못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국민의당 창당 이래 최악의 사태를 맞은 현 시점에서 대국민사과를 하는데 절반 정도 의원들만 참석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뻔히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당 지도부의 집안단속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에도 참석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이날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 넥타이는 지난 12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맨 것이자, 지난 대선 당시 4차 TV 토론회에서 사용한 것이기도 하다.
의총장에서는 안 전 대표는 의원들과 “이런 자리에서나 한꺼번에 여러분을 뵙는다”며 악수를 했지만, 그 외에는 일절 발언을 삼간 채 입을 굳게 다물고 다른 의원들의 발언을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안 전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이 채택한 사과문에는 ‘대통령선거 후보’라고 자신의 당시 직책을 맨 먼저 연명하면서 전 대선후보로서 가장 앞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당 안팎의 관심은 안 전 대표가 내달 27일 전대에 출마할지에 집중됐다. 검찰의 수사 발표로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안 전 대표의 거취도 본격적으론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출마할 가능성이 작다”고 하지만 안 전 대표를 만난 김철근 전 당 대변인 등은 “출마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전하고 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정치 경력을 고려해 출마를 만류하는 그룹과 당이 없어질 위기인데 당으로 돌아와 구심점 역할을 해달라는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며 “안 전 대표도 당의 창업주로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한다면 전당대회 등록일인 8월 10일 전에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7월 29일 자신의 전대 출마를 요구하는 지역위원장 대표단과 회동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가 태도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자, 당내에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도 안 전 대표는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온 자리이니 다음 기회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 비 안철수계는 “당을 살리려면 안 전 대표가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안 전 대표가 전대 출마에 나설 경우 내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과 기자회견 참석에 대해 당내의 정계은퇴 요구를 일축시키고 1인자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참석을 했다고 해석한다. 최근 들어 당대표 출마와 정계은퇴 요구 등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계속 논란이 되면서 이를 일단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전대 출마에 대해서는 "지금 꼭 출마할 필요성이 있는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박지원 의원)는 의견이 있는 점으로 보아 일단 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하지만 제보조작 최종 당 사과 기자회견에는 참석함으로써 당과의 최소한의 연결고리는 만들어 놓고 후일을 도모할 것으로 본다.
안철수 전 의원의 최근 행보는 미지근한 물처럼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하다. 대선의 패배에 대한 책임은 물론 본인이 대선후보로 있으면서 발생한 최악의 제보조작 사건까지, 일련의 정치적 논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그에 따른 '안철수식' 책임 행보를 보여야 한다. 지난달 그가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한 것도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었다며 '맹탕 기자회견'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한 것에 대해 '내려놓겠다"는 발언의 구체적 의미를 묻자 "과거에도 정치적 책임을 다했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만 답해 구체성이 없고 애매모호한 답변만 늘어놓아 답답했다는 말들이 있었던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을 한번 치르면서 분명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미련도 남을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조금만 참고 견디면 다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패배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을 장악해서 밀어붙이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민심의 해류는 저만치 떠내려가고 있다. '죽는 것이 사는 것'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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