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차원 재판 총력전...이재용 부회장도 석방되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마침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주 닷새 연속 재판이 열린다. 막판 속도를 올리고 있어 다음주에는 결심공판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선고는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기간이 끝나는 8월 28일 이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을 연이어 심리한다. 31일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에 대한 피고인 신문, 1일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8월 1일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입장을 처음 밝히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었지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모든 질문에 답변하고 싶지만 변호인의 강력한 조언에 따라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고인 신문에서는 변호인단의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된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고,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과정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8월 2일에는 박 전 대통령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앞서 두 차례 이 부회장 재판에 응하지 않은 만큼 이날도 출석할 가능성은 낮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할 경우 피고인 신문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3~4일에는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재판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7일은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음 달 중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유·무죄가 가려지게 된다. 이는 박 전 대통령 등의 뇌물수수 혐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가늠자가 될 거란 전망도 있다. 

한편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의 경우 두 가지 조건에서 석방이 이뤄질 수도 있다. 먼저 재판에서 혐의를 벗고 무죄 또는 가벼운 집행유예 처벌을 받고 석방이 되는 경우다. 삼성은 이번 재판에서 최순실씨와의 '거래'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증거 확보'에 올인을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재판에 앞서 지나달 30일 '비타나V'와 '라우싱' 등 마필매매계약 해지 확인서를 공개했다. 2016년 8월 삼성이 독일 말 중개상에 말을 팔기로 한 계약을 2017년 5월24일 해지했다는 내용이다. 최순실 측에 한번도 말 소유권을 넘겨준 적이 없었다는 증거를 제출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최순실이 삼성 몰래 '비타나V'와 '살시도'를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한 계약이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순실씨를 삼성이 조직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 소유권에서도 알 수 있다는 게 삼성측의 방어논리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 측 증거 제출에 특검은 “삼성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사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재판 증거로 쓰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특검에서도 확실한 증거를 내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도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검측이 확실한 증거나 서류를 내밀지 못할 경우 재판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 번째 경우는 구속기한 만료로 '법적으로' 홀가분하게 일단 석방되는 경우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심리 중인 재판부는 시간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8월 말 이전에 결심공판을 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지만 자정을 넘겨가며 16시간 재판을 하는 날도 있는데다, 재판부가 10만쪽이 넘는 관련 수사기록과 삼성과 특검 측 의견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탓에 어려움이 많다는 전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은 오는 8월 27일로, 통상적으로 선고는 구속기한 만료 전에 이뤄지지만, 충분한 심리를 하려면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8월 말까지 선고가 나지 않는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기간 만료로 일단 석방된다. 재판부가 이 기간 내에 선고를 내리지 않고 검찰의 추가 기소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으면 이 부회장은 일단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재판부가 비판을 받을 여지는 있지만, 삼성으로서는 여론의 비난을 덜 받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이 석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워낙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재판인데다, 조윤선 전 장관이 석방되고 담당판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이 부회장이 구속만료로 석방되도록 재판부가 재판을 안일하게 관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편 이 부회장의 재판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 판결이 먼저 나올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범 중 일부에 대해서만 선고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고 공범인 박 전 대통령의 내용까지 심리, 검토해 똑같은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그룹 창립 이후 오너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과 오너가 구속된 건 모두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이다. 하지만 오너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에 이어 3대째다. 경영 일선에서 총수가 아예 물러난 것은 두 차례 있었으며 모두 사법처리 때문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할아버지 이병철 선대회장은 1996년 '사카린 밀수사건' 수사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당시 사태 책임을 지고 다음 해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물러났다가 15개월 뒤 복귀했다. 이 사건으로 차남인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는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건희 회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때 검찰에 소환됐지만 집행유예를 받았다. 2008년에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비자금 수사 때도 배임과 조세 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 두 번의 '불구속'으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을 두고 '대마불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그룹 총력전을 펼친 끝에 이 회장의 인신구속만은 안 된다며 필사적으로 매달린 끝에 얻은 '승리'였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이후 2년 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피했던 인신구속을 끝내 피하지 못해 현재 6개월째 수감중에 있다. 3대째 경영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오너 중 처음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앞서의 두 회장이 고령인데다 재계에 워낙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었던 터라 인신구속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비교적 젊은 데다(68년생, 50세) 아버지의 경영권을 승계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초창기 시점이라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무엇보다 선대 두 회장의 경우 그룹차원의 비리였다면 이번 사건은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그에 따른 대통령의 탄핵까지 발생한 국기문란 성격이 강해 인신구속은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많다. 과연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총력전으로 8월 말 이전에 석방될 수 있을까. 삼성의 '힘'을 확인해볼 수 있는 순간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