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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체제 한달

성기노피처링대표 2018. 8. 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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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8월 17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극심했던 당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비대위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평이 나오지만, 워낙 크게 분탕질을 쳤던 홍준표 전 대표에 비해 얻은 반사이익일 뿐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많다. 당 지지율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김병준이라는 인물 자체도 그리 흡인력을 끄는 게 아닌 데다 대권을 노려 ‘노무현’을 버리고 그 대척점에 있던 자유한국당으로 슬그머니 옮긴 것에 대한 여론 반응도 여전히 유보적이다. 과연 김병준은 이런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까? 김병준 체제 한 달을 평가해봤다.


자유한국당은 당의 뿌리가 ‘기득권’ 집단이었다. 원래 변화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보수라는 타이틀은 그들의 안위를 평안하게 해주는 방패막이일 뿐이다. 보수라는 타이틀은 그들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가치체계다. ‘공적인 대의를 존중하는’(김무성 의원) 보수의 원래 가치는 말 그대로 레토릭일 뿐 그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있어서는 하이에나처럼 달겨들어 자기 고기만 뜯어가는 게 자유한국당 출신들의 체질적 성향이었다. 이런 유구하면서도 못된 전통은 김병준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가 들어온다고 해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그들에게 존재하는 본능적인 생존 방식은 작동하고 있다. 일단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면 떠밀리듯 수긍하듯 받아들인다. 현실 인정이다. 그 다음 조금씩 반격의 꼬투리를 잡기 시작한다. 아무리 대의가 훌륭하다고 해도 결정 과정에서 크고 작은 누수가 발생한다. 이 틈을 그들은 집요하게 노린다. 그래서 타격을 입히고 적당히 타협해서 기득권을 유지해온 게 자유한국당의 생존방식이자 혁신의 과정이었다. 이번에도 이런 공식은 적용될 것이다.


지난달 17일 김병준 위원장 체제가 본격 출범한 이후 첫 한 달, 당 안팎에선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그러면서도 큰 대과가 없는 김병준 체제에 대해 그리 심각한 비판 움직임은 없다. 앞서 살펴본 대로 현실을 인정하고 바짝 엎드려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일단 대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판세를 관망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의자에 깊숙이 기대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복지부동 중이다. “저러다 나가떨어질 것이고 그럭저럭 총선만 치르면 된다”는 보신주의 태도가 엿보인다.




적어도 자유한국당은 그렇게 권력을 유지해왔고, 뼈를 깎는 당 혁신은 2004년 박근혜 대표가 당 현판을 떼어내 골고다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 천막당사 퍼포먼스 정도가 가장 강도가 센 것이었다. 그것에 비하면 현재의 김병준 체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어정쩡 혁신의 대표적인 경우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때는 박근혜라는 빅 피처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정권을 재창출할 수도 있으니 박 대표 옆에 딱 붙어서 빡빡 기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병준에게는 그런 카리스마가 없다. 불임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그 사람 밑에 들어가 숨을 죽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김병준은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강한 확신같은 기류가 당내에 존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병준은 박근혜의 아버지 유산도 이명박의 현대 신화 유산도 없는, 자유한국당이 그토록 경원시했던 ‘노무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다.


노무현을 극복해도 될까말까할 판에, 노무현 이름을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말이 안 된다. 김병준 체제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권력의 작동기제를 세세하게 목도해온 김병준은 자신의 노하우를 실험해보기 위해 자유한국당에 들어온 것이다. 그의 말 그대로 그는 대권에는 아마도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대통령 권력’에서 밝혔던 권력의 이상적인 모델을 한번 구현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교수의 본능적인 학구열로는 기득권의 본산이었던, 탐욕과 권력의 본산이었던 자유한국당을 바꿔낼 수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자유한국당에서 재선 정도만 되어도 뻔하게 예상해보는 답이다. 현재로서는 자유한국당은 ‘노답’이다. 이 진퇴유곡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득권의 해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류교체를 정권의 핵심 아젠다로 내세웠다. 지금까지 영화를 누린 사람들이 이제는 좀 그만 해먹으라는 얘기다. 실제로 정국도 이 기조에서 움직이고 있다.


저쪽에서 문제를 던졌으면 자유한국당도 이것을 풀어내야 한다. 주류교체는 기득권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들이 누려온 특권과 권력을 일단은 내려놓아야 한다. 박근혜는 이 지점을 그래도 파악을 했기 때문에 먼지 풀풀 나는 여의도 천막당사로 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유한국당은 또 다시 천막당사로 가야 하나? 영등포 허름한 빌딩으로 옮겼을 뿐이다. 김병준 체제는 자유한국당의 본질적 문제를 알고는 있을까? 알아도 해결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


자유한국당의 혁신 첫 길은 천막당사같은 퍼포먼스를 하라는 게 아니다. 그 정도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기득권을 누려온(굳이 예를 들자면 친박세력) 장본인들부터 ‘이제 더 이상 해먹을 게 없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 인적쇄신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더해서 자유한국당 현역의원 전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 혁신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김병준이 112개의 반짝반짝 빛나는 금배지를 과감하게 떼어낼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병준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가 장렬히 전사한다는(죽어야 산다는 유행어는 바로 이 장면에서 어울린다) 각오와 다짐으로 임해야 한다. 어영부영 한달이 지나갔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김병준은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적어도 이제는 지지고 볶고 싸우지는 않는다”며 애써 가기방어 기제를 작동시키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혁명화 조치’였다면 언발의 오줌누기다. 여론이 그것을 모르겠는가. 한달동안 지지율이 울산바위만큼 요지부동이었던 것이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런 혁신이라면, 차라리 김성태가 더 낫다. 적어도 그는 자기편들이 어떻게 방어막을 치고 몸을 사리는 줄을 안다. 그들의 급소를 노려 칼을 휘두른다면 구체적인 성과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김병준은 8.15 기념식에 제 1야당 대표로 참석했다. 그는 지금 경기침체 등으로 서서히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카운터 파트다. 태연하게 기념식에 앉아있는 김병준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분이 저렇게 평안하게 앉아있을 계제가 아닌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대 때부터 쌓아온 본능적인 생존 방식을 굳이 작동시키도 않아도 되는 판이 올 수도 있다. 그러기도 전에 김병준 체제는 못다핀 꽃한송이가 아니라 씨조차 뿌리지 못하고 조용히 사그라들지도 모른다. 김병준 체제 한 달은 허송세월이었다. 김병준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뼛속에서부터 깨닫는 게 자유한국당 혁신의 첫 출발점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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