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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임종석 비서실장 방문 직전...UAE 원전 한국업체 "공사진행 어렵다" 호소 왜? 본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사 파견(12월 9~12일)을 둘러싼 의혹이 새해에도 사그라들기는커녕 일파만파 더 커지고 있다. 임 실장 파견이 UAE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해 우리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계속 나오고 한다.
국내에서 이렇게 사태를 관리하지 못하고 여야 전면전으로 키울 경우 UAE와도 심각한 외교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하루 빨리 사태수습을 봉합해야 한다. 말 그대로 국익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 여야의 여과되지 않은 폭로전으로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는 포커스를 원전건설과 관련한 경제안보 핵심 사안을 현 정부가 무리하게 적폐청산 쪽으로 밀어붙이다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는 입장으로 맞추고 연일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해 "공사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고 현장 업체들의 불만도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현지 한국 하청업체들이 주 UAE 한국 대사관에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임 실장의 UAE 방문 직전에 외교부에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UAE 한국대사관이 지난 12월 4일 외교부에 보고한 '바라카 원전 하청업체 간담회 보고'에 따르면, 현지 9개 한국 하청업체는 지난 11월 29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이전에 비해) 작업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불투명하게 진행돼 인력 관리를 할 수 없고 납품 및 대금 수령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청업체들은 "'발주기관'의 요구 등으로 근로자 교육, 안전 조치 강화 등을 함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이 많이 발생해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검문검색이 까다롭고 위반 시 제재가 과도하다"고도 했다.
이 자료를 입수한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업체들이 말한 '발주기관'은 UAE 측이라고 외교부가 밝혔다"고 했다. UAE 측이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해 한국 하청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 공사나 공사비 지급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부 측 설명과 다르다.
한국업체들이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되는 게 양국 간 군사협력 갈등설이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명박 정부 때 원전 수주와 패키지로 한·UAE 간 군사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우리 합참이 군사력 지원 계획도 세워놓은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직후 국회의 동의 없이 다른 나라에 대한 군사력 지원 계획을 수립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정부 내에서 제기되면서 UAE가 불만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현 정부 들어 작전·훈련 관련 6~8개 분야의 군사 협력을 축소 또는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UAE로선 이를 중대한 국익 침해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야당에선 "양국 간 경제·안보 핵심 사안을 현 정부가 섣부르게 '적폐'로 보고 수정하려다 갈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측근에게 '지난 정부의 국방 적폐가 너무 심하다. 그중 중동 문제는 쉽지 않다'고 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현 정권이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전임 정부의 외교적 결정을 부정하다가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 상자를 잘못 열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의 대응도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이면계약설’로 방향이 잡히다가 다시 문재인 정권의 ‘의혹 들추기’가 UAE 눈밖에 나서 사태를 키운 것이라는 등의 여러가지 논란들이 춤을 추면서 야당 대응도 오락가락 하고 있다.
한때 임종석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에 연일 의혹을 제기했던 자유한국당이 갑자기 공세 수위를 대폭 낮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가 원전 수주 당시 이면 합의를 했다는 의혹과 이를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조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사태가 갑자기 야당으로 쏠리는 듯했다.
실제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2주동안 임종석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특사와 관련한 집중 공세를 폈다. 그때마다 청와대와 여권은 "근거없는 소문만으로 정치 공세를 편다"고 맞섰지만 국회에서 또 청와대 앞에서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12월 29일부터 기류가 달라지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명박 정부의 원전 관련 이면계약 의혹을 박근혜 정부가 조사하려 했다는 정황이 공개된 뒤부터였다. 홍준표 대표 역시 "더 팩트를 확인한 뒤에 하기로 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임 실장과 최태원 SK 회장 독대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야당은 대변인 논평만 냈고, 김성태 원내대표는 "내용을 확인해보고 판단하겠다"며 이전과 달리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2018년 신년 분위기는 또 다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31일 수그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논란이 더 확산되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의혹’에 대해 야권 연대 추진으로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연일 외교적 무능과 참사를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또 하나의 외교 실패 사례가 아닐 수 없다”며 “앞으로 자유한국당은 진실 규명을 위한 야권연대와 국정조사를 비롯해 국회 차원에서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 의혹의 진실을 하나의 의심없이 낱낱이 밝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태의 진실을 알고 있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나와 진실을 고백하기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UAE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UAE 의혹을 풀기위한 야권연대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임 실장이 UAE 방문 전 SK 최태원 회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임종석 실장은 의혹을 더 이상 키워선 안된다. 국회에 출석해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한 해의 마지막까지 국민의 이목을 ‘늑대와 양치기’ 동화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임 비서실장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솔직하게 밝히는 게 필요하다. 거짓은 거짓만 낳을 뿐”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 의혹은 여야의 진실공방 대치전으로 급박하게 치닫고 있다. 양측 모두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전면전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청와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자칫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분수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서도 이제 물러설 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전 정권의 비리가 일부 드러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자세다. 양 정권과 홍준표 대표 체제가 연결성이 미미하다는 게 그나마 자유한국당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기제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면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빅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당으로서는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악재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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