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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국민의힘 당 대표 누가 될까 본문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예비경선 결과가 나왔다.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의 4파전이 확정됐다. 예비경선 결과가 나온 뒤 후보별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누가 1위를 차지했는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김기현 후보는 ‘2위와도 크게 차이가 난다’고 자신이 1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예비경선 순위는 알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렇게 전당대회 진용이 짜이자 정치권에서는 ‘김기현-안철수 양강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사상 최대의 돌발변수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도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대이변의 뜨거운 마그마가 분출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전당대회 개입 에너지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 어떤 역대 당대표 경선 때보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경향이 많이 드러나 논란이 점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여의도에 정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콕 찍은 김기현 후보를 대놓고 밀어주는 과정에서 상당한 부작용과 후폭풍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힘으로 전당대회 순위를 억지로 써내려가다 보면 그 ‘후과’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치는 권력이 위에서 찍어누르면 당심이나 민심은 그 강도보다 더 세고 높게 저항하고 다시 튀어오르려는 속성이 있다. 비례대표 5선의 정치경륜에 빛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에 대해 경고를 한 점이 눈에 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 되는 사람들은 과거에도 보면 당을 자기 걸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성향이 있다. (중략) 그게 나중에 다 부질없다는 걸로 드러난 것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이 새로 만든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확보했다가도 대통령 임기 중에 무너져버리지 않았느냐. 지금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서 뭐를 할 수 있을 것이냐. 결국 나중에 후회밖에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천하를 가진 것처럼 마음대로 다 될 것이라는 일시적인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지만 민심은 결코 그런 ‘권력의 위력’에 순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하는 선거인단 84만여명이 윤 대통령의 ‘차렷’ 명령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예상은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다만 선거인단 가운데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지역별로는 영남이 40% 정도를 차지하는 ‘전통적 지지층’이 김기현 후보에게 든든한 존재이긴 하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6.11 전당대회 이후 2년도 안 되는 사이 입당한 당원만 5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촉발된 권력폭주 견제와 보수정당 쇄신의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할 경우 3월 8일의 1차 투표 결과도 전혀 예단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김기현 후보가 허무하게 패배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선거인단 40% 정도의 ‘윤 대통령 우호 지분’이 윤석열 정권으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의 집권 성공을 염원하기 때문에 김기현 후보를 전략적으로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것이 대세론으로 이어져 김 후보가 단숨에 당권을 꿀떡 삼키지는 못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반윤’ 후보를 쳐내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피가 뿌려졌고 사상 최악의 대통령 당무개입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역대 전당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과 권력 폭주에 거부감을 느끼는 당심이 전당대회 ‘표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둔 선거인단 표심이 ‘김기현 후보에게 주되 섣불리 주지는 않는다’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만 대통령의 당무개입 선례를 차단하고 보수정당의 미래를 위해 변화와 쇄신의 씨앗도 같이 뿌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성공보다 보수정당 미래와 쇄신에 방점이 더 세게 찍힌다면 김기현 후보가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정치인으로서 개인적 매력자본이 없어 ‘윤석열 가면’으로 겨우 연명해가는 김기현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손쉽게 당 대표를 거머쥐는 ‘재앙’이 일어난다면 그 자체로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기폭장치를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뻔한 1위’ 김기현 후보를 선택하느니 ‘가능성의 후보’를 뽑겠다는 열망이 윤석열 대통령 폭주 견제심리와 묘하게 결합될 경우 그 대안으로 안철수 천하람 후보의 대대적인 약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기적의 역전극’까지 이뤄내는 개혁성향 당원들의 응축력이 발휘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과 같은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에서 김 후보가 1차투표에서 ‘편안하게’ 승리를 거두는 상황은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가 패배하고 ‘비윤계’ 후보 중 어느 한 명이 당권을 거머쥐는 당원들의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분포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바뀌었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국민의힘 당원은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권과 60대 이상 비율이 절반을 상회하다가 최근 들어 그 이하로 떨어졌고 수도권과 2030 비율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되었던 2021년 전대 당시 선거인단은 32만8893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같은 해 11월 대선 경선 당시 선거인단은 56만9059명이었다.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는 1월 말 기준 83만9569명이 선거인단으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단의 60%가 입당한 지 2년도 안 된 신규 당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조직 선거 경향이 강했지만 2021년 이준석 전 대표가 그 ‘전통’을 깨버렸다. ‘사무실, 문자, 차량 3무 운동’ 선거방식으로 단돈 3천만원만 썼고 오로지 ‘온라인 고공전’으로로 승부를 봤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역대 당대표 경선 사상 최악의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에 맞서는 ‘권력폭주 견제와 저항의 응축력’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역의원이 대의원 등을 앞세워 오더를 내리는 식의 ‘윤석열 줄세우기’ 조직 선거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4번의 TV 토론회와 뉴미디어의 기획력과 전투력이 결정적인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비윤계’ 후보인 천하람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무능’과 ‘철새 이미지’를 철저하게 공략해 그를 뛰어넘는 이변을 연출할지 지켜볼 일이다. ‘단일화와 철수의 아이콘’인 안철수 후보가 ‘친윤계’의 위협과 견제를 뚫고 전당대회를 완주하느냐도 흥미로운 변수다. 박지원 의원은 “이번에도 안철수는 철수할 것이다”고 예언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정치생명이 걸려 있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정치도사’ 가운데 누구의 예상이 들어맞을지도 틈새 관전 포인트다.
(파이낸셜투데이 2월 13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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