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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안철수는 또다시 ‘철수’할 것인가 본문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 진출자가 확정되면서 선거 레이스도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바로 안철수 후보입니다. 그의 선전 여부에 따라 김기현 후보가 편안하게 당을 접수하느냐,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조기 레임덕의 쓰나미에 휩쓸려 가느냐가 결정될 판입니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워낙 ‘윤석열 대통령 입김’이 세게 불어서인지 당 일각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반드시 당 대표가 돼 오만한 윤 대통령의 기를 좀 꺾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때 아닌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살다 살다 안철수를 응원하게 되네”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2011년 정치 입문 이후 안철수 후보가 보여준 불가사의하고 기이한 ‘변신’에 학을 뗀 사람들도 이번에는 ‘버텨라, 안철수’를 외치며 힘을 몰아주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안철수 후보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폭주 정치에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달라는 ‘주술’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의 정치’에 화가 나더라도 안철수 후보에게 분노의 ‘감정이입’을 하며 당대표직을 떠먹여 준다는 것 또한 국민의힘의 ‘공도동망’(같이 넘어지고 같이 망함)이라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현재 국민의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1~2위를 다투는 것이 곧 ‘안철수 정치’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안 후보는 지난 10여 년 동안 국민들에게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며 ‘선거 쇼핑’을 해온 ‘권력 식탐자’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입니다.
안 후보의 당 대표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윤석열 폭주 정치에 대한 반감과 견제의 정서가 녹아내린 결과로 해석됩니다. 안 후보가 반드시 당 대표가 돼 보수정당의 쇄신을 추동하라는 언명보다는 윤 대통령의 일방 독주를 안철수라도 내세워서 견제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대안 없는 자포자기가 더 많이 반영된 결과로 유추해봅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안철수 후보의 정치 역정 파노라마를 적기에는 이 칼럼의 공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양보-2012년 문재인 대선 양보-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 뒤 민주당 대표-2016년 총선 전 탈당 뒤 국민의당 창당-2017년 국민의당 대선후보 낙선-2018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낙선-2020년 국민의당 창당 비례대표 3석-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단일화 패배-2022년 대선 윤석열 단일화 양보-2023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
안 후보의 정치 이력의 패턴과 특징을 보면 한국 정치에서 가장 많은 단일화와 양보를 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단일화라는 정치 행태는 선거를 통해 정정당당히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타 후보와의 정치적 야합도 불사하는 일종의 ‘정치 도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유독 안철수 후보의 어깨 위에 단일화의 부끄러운 훈장이 많이 걸려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가 지금까지 수많은(?) 단일화를 했지만 지난 2022년 대선 단일화를 최악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민들은 아직도 안철수가 지난 2022년 겨울에 한 일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는 대선 당시인 2022년 2월 23일 울산 유세 현장에서 “윤석열은 자격이 없다. 1년만 지나면 윤석열 찍은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반대’라면 손가락도 기꺼이 내줄 정도로 치를 떨던 안철수 후보는 불과 일주일 뒤인 3월 3일 윤 후보의 손을 맞잡으며 단일화 양보를 선언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왜 안철수의 손가락은 아직도 멀쩡하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합니다. 아직도 안철수 후보의 ‘단지 공약’은 유효합니다. 당시 안 후보의 지지그룹은 선거운동을 하다가 유세버스 가스 누출 사고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충성스러운 행보를 보였지만 그는 그들에게 그 어떤 언질도 주지 않고 혼자 윤석열의 품에 안겨버렸습니다. 한순간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지지그룹은 “안 후보는 본인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 당원과 지지자 의견을 무시하고 이용하는 두 얼굴을 가진 인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선전 중인 안철수 후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려고 다 지난 ‘과거사’를 다시 들추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인이라는 존재는 선거 때마다 어디선가 툭 떨어진, ‘백마를 타고 온 왕자’가 아닙니다. 공인으로서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되며 국민들의 삶에도 깊숙이 개입된, 영속하는 ‘실존적 실체’입니다. 정치인의 ‘과거’는 현재를 보는 거울입니다.
그가 불과 1년여 전 배신당한 지지그룹으로부터 들었던 통렬한 비판과 울분의 목소리가 지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안철수 정치’는 왜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지 못하고 아직도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번 전당대회는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 돼야 합니다.
안철수가 ‘독불장군’ 윤석열 대통령을 잘 견제해줄 것인지를 묻기보다 그가 대표가 되면 박근혜 탄핵 이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보수정당의 쇄신 실현 방안에 대해 집요하게 따져 물어야 합니다. 2021년 ‘30대 0선’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된 보수정당의 개혁 흐름을 안철수 후보가 계승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공천 오더장’을 단칼에 잘라버리는 배포와 결단력이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한국 정치에서 진영의 요단강을 건넌 주요 대권주자는 3명이 있습니다. 김영삼은 중도진보에서 보수로, 손학규는 보수에서 진보로, 안철수는 진보에서 보수로 당을 옮긴 케이스입니다. 이 중 김영삼은 권력 쟁취라는 측면에서 성공한 대권주자였습니다. 영남이라는 확실한 정치적 근거지가 있었고 ‘최형우 김동영’으로 대변되는 충성스러운 가신들이 끝까지 지켜줬고 김영삼 개인의 불굴의 권력의지와 추진력 돌파력 등의 3박자가 ‘대통령 완성체’를 이룬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손학규는 합리적이고 중도층 포용 능력도 있었지만, 김영삼이 가진 3가지 중 어느 한 가지도 없었고 결국 정치 말년에 치욕스러운 장면을 노정하며 씁쓸하게 정계를 떠났습니다. 손학규는 보수에서 진보로 당을 옮긴 ‘변절’의 마지막 허들을 결국 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제 안철수만 남았습니다. 민주당에서 시작해 자신이 세운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 등을 거쳐 이제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와 대권을 꿈꾸고 있습니다. 안철수와 김영삼을 비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손학규와 유사한 정치역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 대표였지만 의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열혈 지지층과 충성스러운 가신도 부재했던 ‘외톨이 수장’으로 말입니다.
이쯤에서 식상하지만 다시 안철수라는 정치인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는 과연 국가 지도자나 정당 리더의 깜냥이 될까요. 이 당 저 당 옮겨 다닌 철새 이력은 정치철학의 부재와 정략적 대권 탐식에만 빠진 것을 말해줍니다. 2011년 정치 입문 이후 지금까지 그의 곁을 지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정치의 기본인 ‘사람 관리’에 실패했음을 웅변합니다. 선거 때마다 철수하는 것은 엄중한 공적 책임감과 권력의지가 부재한 것을 말해줍니다. 그런 ‘3무의 정치인’이 집권당 당 대표 자리에 오르려 합니다.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후보의 전당대회 전망에 대해 “항상 완주하겠다고 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단일화하거나 철수했다. 압박을 못 견딜 것이다”며 그가 이번에도 ‘친윤계’의 융단폭격과 위협에 굴복해 결국 ‘철수’를 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안 후보는 정치를 철학과 가치로 하지 않고 득표 공식과 계산으로만 했기 때문에 지금도 열심히 손익계산기를 두드릴 것입니다.
만약 안 후보가 이번에도 ‘철수’한다면 그의 정치생명은 ‘멸절’할 것입니다. 더 이상 옮겨 다닐 당이 없기 때문입니다. 천하람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해 “굉장히 기회주의적으로 간 보는 정치다. 안철수 의원이 과거에 새 정치의 흔적만 남은 구태 정치인이 이미 돼버렸다고 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든다”며 ‘안철수 정치’를 요약했습니다. ‘장강의 뒷물결’ 천하람이 안철수를 이기면 그것이 ‘새 정치’입니다.
(여성경제신문 2월 14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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