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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50억 무죄’에 들끓는 민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2. 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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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 사건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원은 대장동 개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지급한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의 50억원을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렇게 법원이 재판의 핵심인 뇌물과 알선수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비상식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 공직자는 대가성이 없어도 5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된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 2015년 입사해 2021년 퇴사했던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재직 기간이 고작 6년에 불과한 31세의 회사원이 퇴직금 상여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특히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고 해 골치가 아프다’는 취지의 김만배씨 발언도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곽 전 의원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세운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김만배씨는 “허언이 낳은 끝없는 오해”라며 녹취록에 담긴 자신의 ‘말’을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은 대표적 사례라고 방어했다.

결국 곽상도 전 의원의 유.무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녹취록의 신빙성 여부인 것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에게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해왔고, 정 회계사 등과 구체적 지급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대화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지만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준 ‘정황’이 명백히 뇌물에 부합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백주대낮에 상식이 법의 사각지대에 털렸다”며 분개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회사원이 50억원의 퇴직금과 성과급을 받는 것도 ‘기적’이지만 또 그런 거액을 받게 된 당사자의 아버지가 ‘공교롭게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다면 국민들은 이를 어느 정도의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 할까. 이렇듯 ‘법적으로 무죄’이지만 상식의 잣대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번 판결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릴 필요가 있다.

 

2016년말 최순실 국정농단의혹 특검 현판식에서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수사팀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먼저 ‘검찰의 수사가 처음부터 잘못됐거나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정황증거만 들이밀다가 낭패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 수사나 기소에 부실함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특히 법조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제 식구 감싸기’와 ‘전관예우’로 대변되는 법조 기득권이 이번에도 작동한 것이라는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법조계 인사 5명은 권순일 전 대법관을 제외하고 모두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검찰 고위직 ‘선배 검사’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이다”는 말들이 사건 초기부터 나왔다. 실제로 곽상도 전 의원 외에 구체적 의혹이 거론된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경우처럼 ‘선배 검사’들의 수사는 유독 지지부진했다.

만약 대장동 사건에 검찰 고위직 출신이 대거 관련되지 않았다면 이번 재판도 검찰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반드시 유죄를 받으려 덤볐을 개연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나 기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같은 권력형 대형사건을 대할 때처럼 광범위한 증거 수집과 대대적인 수사로 검찰이 총력 기소전을 펼쳤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은 법원이 비상식적인 판결을 내렸을 수도 있지만 검찰이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그 ‘업무’의 면밀함을 되짚어봐야 한다. 동시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에 대해서도 ‘사법 정의’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기득권이 얼마나 강력하고 뿌리 깊으면 대장동 사건과 같은 국가 중대 재판에 대해서도 검사의 미진한 수사가 무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법조계에서는 “유독 검찰 출신 인사들의 중대 사건에 ‘검찰의 정무적 마사지’가 많이 들어간다”는 말들이 오랫동안 나 돌았다. 검사들이 사건을 수사나 기소할 때 검사 출신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특혜’를 주거나 ‘봐주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는 엘리트 의식으로 똘똘 뭉친 검사들 특유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수직적인 서열 관계로 맺어진 검찰 조직만의 ‘특권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1월 22일 서울 문정동 동부구치소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석방되어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대표적인 사건이 2013년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무죄 판결이다. 대전고검장 출신인 김 전 차관은 재판 시작 후 무려 9년 만에 무죄를 받은 입지전적인 판결의 장본인이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로부터 13차례 성 접대와 1억6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9년 전 별장 성 접대 동영상으로 불거진 김 전 차관의 부적절한 스폰서 접대를 ‘법적으로’ 단죄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이런 ‘비상식적인 판결’의 이면에는 ‘검사 선.후배들의 끈끈한 유대의식이 작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이 처벌을 피한 것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13년 경찰이 성 접대 동영상을 입수해 수사했지만 검찰은 체포영장을 반려하면서 수사를 방해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검찰은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 2019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학의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검찰은 재수사를 했고, 성 접대를 한 건설업자 외에 김학의 전 차관이 고교 동창으로부터 받은 스폰서 의혹까지 보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성 접대와 수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검사가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당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좀 더 일찍 수사했거나 늦었더라도 제대로만 했다면 김 전 차관은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번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도 마찬가지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왜 하필 거액의 이익이 뻔히 보이는 화천대유에 입사했는지 그 과정을 검찰이 보다 면밀하게 밝혀냈다면 ‘일반인’의 50억 퇴직금에 대한 ‘뇌물 여부’도 구체적으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선배 검사’들이 대거 연루된 ‘50억 클럽’의 커다란 ‘뇌물의 저수지’를 알아채고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나 기소를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정영학 녹취록’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페인트 모션’만 쓰다가 ‘예상된 패소’를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은 재판부의 비상식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제 식구 봐주기’ 관행이 빚은 ‘검찰 불공정의 참극’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이번 무죄 판결은 검찰 카르텔의 부당한 힘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검찰은 1심 패배를 거울삼아 ‘50억 클럽’ 수사진을 전면 개편해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파헤쳐야 한다. ‘검사 선배’들이 연루돼 검찰이 ‘솜방망이 수사’를 했다는 치욕스러운 ‘누명’을 그들 스스로 벗겨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상식이지만 그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받들지 못하는 검찰 공직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파이낸셜투데이 2월 9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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