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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사찰' 문건에 판사들 충격...법원행정처 법관 개인 성향 노골적 평가

성기노피처링대표 2018. 1. 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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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6년 9월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헌법 103조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법부에 대한 권력의 장악 음모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독재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박근혜 정권 때의 사법부와 청와대는 삼권분립의 기본조차 파괴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사법부가 긴밀히 상의하는가 하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아예 전원합의체라는 특정한 선고 방식까지 요구했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도 모자라 판사 개인에 대한 뒷조사까지 실시한 정황도 나왔다. 지난 22일 대법원 산하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 '우 전 수석이 상고심이 조속히 진행되길 희망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이다.


또한 대법원 산하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대법원 행정처 사이의 긴밀한 논의도 담겨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의 재판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을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법원행정처 차원에서는 "사법부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향후 내부 동향을 신속히 알려주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문건은 향후 대응책을 정리하며 상고심 쟁점은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절대적"이라는 분석까지 했다. 실제 원 전 원장 사건은 우 전 수석이 원했던 대로 두 달 뒤인 그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또 댓글 공작의 핵심 증거인 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13대 0이란 결론으로 파기해 다시 재판토록 했다. 이와 관련해 추가조사위는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법관사찰' 의혹에 대한 강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역점 추진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 등에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법관들을 전방위 사찰했던 사실이 드러나 법관 사회는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법원행정처 소속 심의관들이 동료 법관의 '가정사'는 물론 '장애'까지 언급하며 비판적 의견을 묵살하거나, 행정처에 유리한 여론조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 뒤 법관 사회는 점점 더 동요하고 있는 모양새다.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나온 문건에서 법관이 동료 법관을 상대로 작성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 젊은 법관에게 상당한 영향력 보유’(이모 서울고법 판사) ‘송○○ 판사가 믿고 따르는 선배’(김모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은 2016년 사법행정위원회를 통해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참여를 제도화하려 했다. 여기에 일부 판사가 비판적인 의견을 내자 행정처는 위원회에 추천할 판사 64명의 명단을 만들고 이들의 평판을 기록했다. 




이 문건에는 ‘각 고등법원장이 이른바 왕당파로 불리는 법관(행정처 심의관, 수석부 배석판사 등) 위주로 위원을 추천하면 핵심(비판) 그룹에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행정처는 판사 개개인의 성향과 활동 내용도 기록했다. 2009∼2015년 법원 내부 게시판에 비판적 글을 올린 송모 판사를 두고 ‘전체 사법제도, 인사시스템 등에 관심 多(많다)’고 기록했다. ‘정세 판단에 밝은 전략가형’ ‘선동가, 아웃사이더 비평가 기질’이라고도 규정했다. 


법원 내부는 물론 언론을 통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차모 판사는 프로필과 활동 내역을 문건으로 기록하고는 ‘사전 예방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행정처 경험 있는 부장판사를 통한 논리적 설득’이라는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조사위는 “이러한 문건이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지는 개념에 논란이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연구회 회원인지, 핵심 그룹과 주변 그룹, 진보와 보수 등으로 법관을 분류하고 명단을 작성한 건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정 가치관을 지닌 법관을 배제하는 요소로 이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접한 일선 법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 법관은 "처음에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을 뒷조사한 문건이 있다고 들었을 때 막연히 어느 정도 수준이겠구나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 문건내용을 확인하고 나니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B 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추가조사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서 "법원 구성원들이 더 나은 법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이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C 법관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법관 1명이 또 다른 법관을 동료로 존중하기 이전에 인격체로서 존중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문건에 담긴 사찰정보들을 수집하는데 얼마나 많은 법관들이 동참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며 "법관 사회에 동료에 대한 감시체제를 구축해 또 다른 '법관 길들이기'를 한 게 아닌가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1년여 동안 의혹을 불렀던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일단 없었던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다만 법원행정처가 일부 판사의 동향을 파악한 부적절한 문건이 발견되는 등 문제도 드러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제 목표가 선명해졌다. 이번에 법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강행하면서 조직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을 먼저 수습해야 한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겠다던 ‘공약’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대법관 후보 추천에 개입하지 않고, 법관 통제 수단으로 비판받았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법부 독립은 정치권력의 외풍을 타지 않는 것만이 아니다. 사법개혁이 빈말이 안 되게 하려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내부 토양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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