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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일방추진 논란...뿔난 2030 생각은?

성기노피처링대표 2018. 1. 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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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이 의외의 큰 여론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는 ‘공정성’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추진되자 한 네티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기회는 균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습니다”라는 글이 이번 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역설한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발언을 빗대 ‘남북 단일팀’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남북 단일팀 결성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의 움직임과는 달리 여론은 대체로 차갑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층이었던 20~30대들이 남북 단일팀 문제로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어 청와대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젊은층의 지지 이탈 조짐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국회의장실·SBS가 지난 9~1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창올림픽 및 남북관계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2%가 “무리해서 단일팀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가급적 단일팀 구성이 옳다”는 답변은 27%에 그쳤다. 


연령층으로 보면 20~30대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19~29세 응답자 중 82.2%가 남북 단일팀 결성을 반대했다. 30~39세 응답자의 82.6%도 단일팀 반대의 뜻을 밝혔다. 


남북 단일팀은 정부가 지난 9일 진행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에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까지 약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단일팀이 성사되면 21일 만에 남북 선수들이 손발을 맞춰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이마저도 북한 선수들이 바로 입국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91년 이후 27년 만에 남북 단일팀 결성을 추진함에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남북단일팀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결성된 바 있다. 


당시 탁구는 대회까지 71일, 축구는 122일이 남은 시점에 단일팀이 꾸려졌다. 1개월 안팎의 합동 전지훈련에도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이 나왔다. 올해는 올림픽 개최까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남북 단일팀을 꾸리게 되면 팀워크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4년간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훈련해 온 선수들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을’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보니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평화·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들러리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총리의 발언도 여론에 불을 지른 결과로 나타났다. 이 총리는 지난 17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 대해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 (우리가) 세계 랭킹 22위, 북한이 25위 이런 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메달권에 있지 않다”고 한 발언에 대해 여론의 분노는 뜨거웠다. ‘성적 지상주의’에다 공무원의 편의적 발상으로 그동안 피땀흘리고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것이었다. 마침내 이 총리가 공개 사과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통해 “제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 저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어찌보면 사소할 수도 있는 스포츠 사안에 대해 총리가 사과까지 하는 정무적 미숙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청와대나 여권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 고공행진만 믿고 이번 사안을 너무 안일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해 결과적으로 큰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여론이 분노하는 지점도 피땀흘려 연습한 선수는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수지(30)씨는 “오랜 기간 연습해 온 선수들의 노력을 더 고려했었어야 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가 회복되면 좋지만 단일팀은 너무 과한 결정인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남북 대표단이 얼마나 합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국가의 일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이 수년에 걸쳐 쏟았던 땀을 무시해도 되는가”라며 “폭력이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실망한 국민이 적지 않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오모(31)씨는 “정부가 남북 해빙 분위기에 취해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 같다”며 “그간 피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은 그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국가적 대의 앞에서 희생해야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단일팀 철회를 주장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다. 남북 단일팀 추진이 언급된 지 열흘만인 19일 오후 2시 기준 ‘단일팀’과 관련된 게시글이 900건을 넘어섰다. “대의를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 등 반대 의견이 대부분이다.  


지난 17일에는 남북 단일팀 구성이 한국 대표선수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아이스하키 팬 A씨는 진정서를 통해 북한 선수 출전에 따른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 박탈, 소수의 인권을 희생해 대의를 이루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을 문제 삼았다.  




일부 네티즌은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이디 ‘AI****’는 “평창올림픽, 치유 등의 추상적인 표현을 늘어놓는 대통령의 행보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평화라는 키워드가 필요한 건 정치인들이지 선수들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올림픽에서까지 정치쇼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역사의 명장면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북한 사람들을 넣어서 이미지 장사하는 꼴”, “불통 정부 일 처리가 너무 실망스럽다”, “억지로 한 민족 티 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무임승차에 우리나라 선수들만 불쌍해졌다” 등 부정적 의견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하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각자의 감정을 이입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갑’에 휘둘리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을’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힘 있고 권력 있는 갑에 의해 휘둘리면서 공평하지 않은 사회를 경험하며 분노가 쌓였다”면서 “올림픽을 위해 청춘을 바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권력에 당하는 듯한 모습에 공감하며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이 진행되기 전 미리 선수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과정을 줬다면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며 “남북 단일팀을 만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과 이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가 무엇인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게 숙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비판에 “충분히 공감한다. 평화올림픽으로 나아가는 큰 숲이라는 모양을 좀 보아달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과정이 공평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를 원하는데 (이번엔)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므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조금 손해보는 것은 참아도 된다는 설명을 지금 젊은이들에게 드려서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은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는 ‘공정한 기회’에 대한 젊은층의 불만이 그대로 스포츠 사안에 드러난 경우다. 정부가 ‘우리가 결정하면 그냥 따르면 되지 말이 많은가’라는 시각으로 접근한 것도 문제다. 


남북통일과 민족화해라는 대의도 기회의 공정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젊은층들에게는 허황된 미사여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통일보다 시급한 것은 기회의 공정성을 누리지 못하는, 젊은층의 사회적 박탈감을 먼저 해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향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통일정책에서도 반드시 반영돼야 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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