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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박지원 SOS 작전’ 성공할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12. 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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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9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오른쪽)의 복당 신청을 전격 허용한 배경엔 이재명 대표(왼쪽)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복당 신청을 전격 허용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25.20%)를 차지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한 번 탈당한 사람은 또 탈당할 수 있고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재명 대표가 ‘계급’으로 누른 셈이 됐습니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원 간 의견이 팽팽했지만,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해야 한다’는 리더십을 발휘해서 반대하는 최고위원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전 원장 복당에 상당한 ‘산고’가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사건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최악의 위기 시점에서 박지원 전 원장을 ‘긴급 소방수’로 투입한 것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먼저 현실론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그를 ‘보위’하던 일부 측근들이 떠나가는 등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는 “친명계(친 이재명) 핵심 인사이자 7인회 멤버였던 김영진 의원이 이 대표 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법 리스크로 이재명 대표 주변에 의원 20명도 안 남았다’는 의혹도 퍼졌습니다. 

이에 대해 친명계 스피커인 김남국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최근 들어 이재명 대표에 대해 공개 지원을 하는 친명계 의원들의 발언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법률과 전략 조언을 했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이 대표에게 대선 패배 뒤 수차례 ‘근신하며 후일을 도모하자’고 조언했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조언을 하면 받아들일 자세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변명을 하고 빠져나갈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지금까지 계속 비주류로 있으면서 생긴 본능적인 자기방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린 자세로 참모들 조언을 듣지 않으니 밑에서도 정말 답답하다. 지금 대안도 없고 해서 그냥 있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당 안팎으로부터 조여드는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해서든 방어해서 이 위기를 돌파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당내의 전략가들이 대부분 이 문제를 ‘이재명 개인 문제’로 인식하고 몸을 던져 방어를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점점 고립돼 가는 섬처럼 보입니다. 당내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대응 논리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현실적인 진단도 나옵니다. 당 대표가 일단 결자해지로 사퇴 등의 중대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윤석열 정권이 계속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169석 거대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을 한 몸으로 엮어가며 강경책으로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예산안 중재안을 받아들였지만 국민의힘이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도 여권이 ‘사법리스크=발목잡기’ 공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21년 10월 15일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헬멧 쓴 남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도 점차 방어 전략에 한계를 드러내며 전국 순회에 나서며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순간 ‘박지원’의 복당은 이재명 대표에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보입니다. 박지원이 누구입니까. 자칭 타칭 ‘정치 9단’으로 불리는 여의도의 전략 최고수입니다. 박지원 전 원장과 같이 열차를 탄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호남지방으로 가는 열차에서 내내 일간지와 지방지 모두를 ‘탐독’했습니다. 중요한 사항은 수첩에 꼼꼼히 메모도 했습니다. 박 전 원장은 정치인 가운데 언론의 생리를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언론 대응에도 누구보다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인물로 평가됩니다. 일간지 지방지를 가리지 않고 ‘텍스트’를 전부 파악하는 성실함과 꼼꼼함이 주 무기입니다. 

여기에다 정보력도 하나의 정보기관 수준입니다. 국정원장을 지내기 전부터 박 전 원장은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에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고 중대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가 항상 먼저 핵심 정보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언론이 박 전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며 그의 ‘말’을 받아쓸 수밖에 없게 합니다. 이렇게 언론과 여론을 읽는 센스와 탁월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대응 논리를 개발합니다. 그의 대응 논리가 때때로 먹히는 것은 무엇보다 그것이 ‘여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밑에서 비서실장 등으로 아침마다 기자들과 식사를 하며 정치 현장 감각을 익혔고, 그 결과 누구보다 민심의 밑바닥을 잘 알고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박 전 원장은 또한 ‘재판’에 이골이 났을 만큼 법정 공방에 관한 한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입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2003년 대북송금 사건 당시 구속되어 있는 동안 지병인 녹내장이 악화되어 왼쪽 눈에 이어 오른쪽 눈을 실명할 뻔했습니다. 4년여 동안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그는 무려 7~8회에 걸쳐 구속집행정지를 받아내며 교도소를 들락날락거렸습니다. 2007년 2월 사면을 받아 징역 3년 중 1년 5개월 정도만 채우고 출소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하고 난 뒤 대장동 사건만큼은 반드시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불타는 의지 때문인지 야당과의 협치도 포기해버려다. 자신의 지지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하게 비타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전 원장은 4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실명위기까지 갔지만 형기를 절반만 채우고 사면까지 받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박 전 원장은 대장동 사건으로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박 전 원장이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익힌 ‘법정대응 노하우’를 이 대표에게 아낌없이 전수한다면 이 대표로서는 2024년 목포 공천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 대표로서는 핵심 측근들도 떠나고 마땅한 대응 논리도 없는 상황에서 ‘꾀돌이’ 박지원의 영입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할 것입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7일 KBS라디오에서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 씨가 숨겨놨던 260억원이 이 대표 집에서 나왔느냐. 이 대표가 부인하는데 왜 자꾸 연관시키느냐.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재명 대표에게 대장동 대응 논리의 ‘맛보기’ 정도만 보여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박지원’의 등장은 칼의 양날과 같습니다. 당장 위기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재명 대표의 장기적인 대권 가도에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친명계 내부에서도 박 전 원장의 영입에 대해 반대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습니다. 핵심 지지층의 분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참모들이 이재명 대표를 불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믿지 못하니 외부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비판입니다. 사법 리스크로 조급해진 이 대표가 원칙과 명분 없는 인사로 지지층과 참모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박지원 전 원장은 민주당이 ‘수박’으로 비판하는 관점에서 볼 때 ‘슈퍼 수박’에 해당합니다. 그는 지난 2015년 말 민주당을 탈당한 후 안철수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그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그는 “박지원은 문재인 당 대표 시절 문 대표를 흔들고 분당사태를 일으켰으며 실체도 없는 ‘문재인의 호남 홀대론’을 선동해 당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 인물이고, 대선 때 아침마다 ‘문모닝’을 외치며 민주당을 공격했던 인물이다. 한번 탈당한 사람은 또 탈당할 수 있고 한번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할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박지원 전 원장은 ‘가치와 신념’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판세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변신의 귀재’로 평가받습니다. 철새로 치면 ‘대왕철새’이겠지요. 여기에다 ‘호남홀대론’ 등을 주요 정치 무기로 활용하며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력의 한계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해 내각제 개헌을 통해 차기 총리까지 노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는 등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의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누구보다 대세 판단력이 뛰어난 박지원 전 원장이 가장 먼저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탈출해보기 위해 박지원 전 원장에게 급히 SOS를 쳤다는 대목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하고 난 뒤 ‘대장동 사건만큼은 반드시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불타는 의지 때문인지 야당과의 ‘협치’도 포기해버렸습니다. 자신의 지지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하게 ‘비타협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도 정치생명을 걸고 덤비는 대장동 사건에 이재명 대표가 고작 찾고 있는 것이 박지원이라는 ‘구시대 정치 9단’이라면 이 대표가 사태 파악을 한참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의 본질적인 해결은 외면한 채 ‘용한 점쟁이’만 찾아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점괘가 좋게 나오는 것만 받아들이는 ‘선택적 대응’으로 사법 리스크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재명의 정치 생명을 다 걸어도 될까 말까 한 전쟁입니다. 

 

(여성경제신문 12월 20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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