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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서야 할 자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12. 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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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7일 제 11차 비상민생경제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생방송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12월 15일 오후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열어 회의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2달도 안 돼 다시 윤 대통령이 ‘생방송’에 출연하자 정치권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다. 도어스테핑을 지난 11월 18일 중단한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 다시 카메라에 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생중계를 지켜본 정치권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대통령에 우호적으로 ‘연출’한 장면들 때문에 일방적 홍보에 그쳤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날 나온 모든 문제점들의 근원적 해법은 ‘입법’과 야당과의 협치이지만 윤 대통령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관련 장관들을 전부 ‘집합’시키고 국민패널도 100명을 참석시켜 생방송으로 무슨 중계를 한다고 했을 때 정치권에선 ‘뜬금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 10월 제 11차 비상민생경제회의를 생중계한 것에 대해 “경제난 돌파를 위한 구체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국민들이 경제난을 체감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공감보다는 막연히 장밋빛 계획만 일방적으로 발신하는 자화자찬 ‘노력쇼’가 되었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그후 내부적으로 윤 대통령의 ‘생방송 퍼포먼스’와 솔직함이 좋다고 판단했는지 대통령의 ‘개인기’를 정권의 제1 홍보수단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 과정에서 특유의 호탕한 어퍼컷 세리머니로 재미를 많이 보았다. 유세 지원 연설을 나온 그 어떤 선거운동원보다 윤 대통령이 혼자 벌이는 유세 ‘쇼’가 더 재밌다는 평가도 많았다. 대중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의 흥을 한껏 돋우는 ‘응원단장’의 DNA가 있다는 호평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 대통령의 퍼포먼스가 인기를 얻자 그것을 ‘벤치마킹’ 한다고 어설픈 태권도 발차기 퍼포먼스를 벌인 장면이 대선 최악의 ‘뒷북’이긴 했지만 말이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난 11월 18일 이후부터 묘하게도 지지율이 오를 기미를 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기자들의 트집잡기 식 질문 때문에 제대로 된 문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새벽 5시에 일어나 모든 일간지를 보며 도어스테핑을 준비함에도 기자들이 아침마다 던지는 대부분의 질문은 다분히 대통령을 곤란케 하는 ‘골탕 먹이기’ 식의 인내력 테스트였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세 기간 중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도어스테핑의 돌발상황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장점이 가장 잘 발현되도록 연출을 하는 것으로 바꾼 홍보 전략이 2달도 안 돼 다시 나타난 대통령 주재 회의 생방송이었다.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국민 패널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널은 주부 자영업자 대학생 직장인 사회복지사 교수 등 다양했다. 일단 국민들을 ‘모셨다’는 점에서는 소통 노력의 일환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패널들이 던진 질문들 중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윤 대통령의 어려운 점을 이해한다는 뉘앙스의 ‘친정부’적인 질문도 있었다.

패널들이 진보와 보수의 기준에 맞춰 균형감 있게 선정되지 않아 ‘반대편’에서 주장하는 고언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점이 이번 생중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최근까지도 파업사태로 사회 문제가 되었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고충을 들어보거나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도 ‘사회 이슈’에 올려놓고 대통령과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솔직한 대화를 해보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노력이지 않을까. 물론 과격하고 이기적인 주장이 나와 회의가 분란에 빠질 수도 있지만 윤 대통령의 호탕한 리더십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만하고 본다. 야당에서 “패널들의 질문이나 이런 게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서 보기가 민망했다”(김성환 민주당 의원)는 관전평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2차’ 생중계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강연이었다’거나 ‘윤 대통령의 개인 홍보 이벤트였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마약 범죄에 대해 “제가 검사 시절엔 검경에서 아주 엄청나게 마약 제조, 유통, 밀수 조직들을 단속했다. 경찰, 복지부, 사법 경찰 등 한 팀이 돼서 밤잠 안 자고 휴일도 없이 열심히 해 왔다”고 말한 대목에서 낯이 뜨거워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다. 요즘 유행하는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일 잘했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으로서 겸손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보이지 않아 민망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통령실은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국정 홍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며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자 그냥 ‘대통령 1인 플레이’로 돌파해보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아니면 윤 대통령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에 참모들에게 은근히 ‘나를 내세워 어필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1인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것은 홍보라인이 윤 대통령 눈치를 너무 보거나 자신감이 떨어져 다양하고 신선한 시도를 할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는 고충의 발로이지 않을까.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자기도취’ 회의 진행은 최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발언 기회까지 주며 의식적으로 ‘챙긴’ 대목에서 하이라이트에 이르렀다. 169석의 제1야당이 장관의 행정수행능력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을 건의한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3권분립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생방송 회의에서 ‘충암고 후배’ 이상민 장관을 ‘인사’시키는 것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부적절한 행위였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야당 의원들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철권통치 행보의 전형이었다.

이날 국민패널들이 질문한 주요 의제는 대부분 국회의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관련 장관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교과서적 답변의 대부분은 ‘국회의 협조’와 ‘입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윤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바쁜 총리와 장관들 모아놓고 ‘도대체 국민들이 무슨 애로점이 있는지 들어보라’고 판을 깔았으면 그에 맞는 해결책에 대해서도 최소한 고민하는 ‘쇼’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히려 해임건의안의 장본인인 장관을 ‘배려’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야당에 염장을 질렀다.

윤 대통령이 2달도 안 돼 다시 국민들앞에 생방송으로 설 만큼 국정과제들이 심각하다고 느끼면 그가 설 자리는 카메라 앞이 아니라 야당의원들이다. 야당과의 ‘협치’ 없이 158분동안 나눈 그 어떤 질문과 답변도 무의미할 뿐이다. 말 그대로 ‘전파 낭비’다. 국민이 가장 감동을 느끼는 ‘쇼’는 연출과 각색이 아니라 상대를 포용하는 용기와 진정성이다.

 

(파이낸셜투데이 12월 16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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