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여의도 어슬렁거리는 황교안 본문

정치

여의도 어슬렁거리는 황교안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5. 10. 15:45







728x90
반응형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여의도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1년 만에 현실정치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자신의 정계복귀 시도에 대해 ‘친정’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좀 더 천천히, 더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황 전 대표의 복귀를 정면으로 치받았습니다. 개인의 정치재개는 자유이지만 ‘황교안’은 한때 제1야당의 대표였기에 그의 선택은 결코 개인 차원에서 머무를 수 없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아직도 자신의 과오와 책임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황 전 대표는 역대 최악의 야당 지도자로 평가됩니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하늘이 내려준 관직운을 누렸습니다. 그 ‘무상혜택’을 발판삼아 제1야당의 대표 자리도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신분이 수직 급상승하면서 그는 밑바닥 정서를 전혀 몰랐고 국민과의 공감능력도 떨어졌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아닌 권력자에 의해 낙점돼 요행으로 야당의 최고권좌에까지 올랐지만 ‘오직 내가 잘나서 된 것’이라는 오만에 빠져있었고, 그것은 국민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한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그의 공감능력 제로의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는 구태의연한 삭발정치, 퍼포먼스식 단식정치, 아스팔트 떼쓰기 정치 등으로 국민들의 응원보다는 질타와 조롱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예의 황교안식 ‘불통 정치’는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는 1년 만에 여의도를 찾아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소급적용하자며 천막농성 중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을 응원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최 의원에게 “류호정은 어디 의원이에요?”라고 물어본 것입니다. 최 의원은 얼떨결에 ‘정의당’이라고 답했지만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방명록에 전부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만 있는데 그 가운데 류호정 의원이 있으니 정말 몰라서 물어본 것 같습니다. 류호정 의원은 지난해 국회 개원식 때 의상으로, 컬러풀 마스크로, 보좌진 송사 등으로 이래저래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입니다. 

그럼에도 황 전 대표는 그 ‘존재’를 몰랐던 것입니다. 1년 동안 정치를 떠나 있으면서 뉴스에 소홀했다고 백번 생각해도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이에 류 의원이 “분발하겠다”고 답하자 그의 해명 또한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의원님을 왜 몰랐겠냐, 고마워서 반어법 쓴 건데 표현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사과를 한 것입니다. 현역 국회의원을 몰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 전 대표의 이런 공감대 제로 해프닝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로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방문해서 노회찬을 죽음으로 내몰고갔던 드루킹 사건을 첫 인사말로 물어 이 대표를 몹시 당황케 했습니다. 이런 해프닝들은 세상이 오로지 자신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실수 같습니다. “그렇게나 ‘정치 물정’에 어두워서 어떻게 정치에 다시 복귀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공부라도 조금 하고 오든지...”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는 야당 지도자로서의 소신과 철학도 없었습니다. 공안검사 출신답게 태극기부대 집회에서 얼씬거리다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한 장본인이었습니다. 원내 대여 투쟁도 엉망이었습니다. 그는 패스트트랙 전쟁에서 완패한 장수입니다. 걸핏하면 장외투쟁에 단식 삭발 등을 하면서 ‘아스팔트 우파’라는 두꺼운 갑옷만 걸치게 되었고 여당에게 매번 끌려다니다 결국 하나의 실리도 챙기지 못하고 완전히 능욕을 당했습니다. 그 뒤 총선에서도 비전 없는 정책과 엿가락 공천 등으로 사상 초유의 야당 대참패를 불러왔습니다. 그의 당 대표 재임 기간 동안 기억나는 ‘공적’이 하나라도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 그가 여의도로 돌아와 다시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현재의 야당이 주요선거 4연패 뒤 겨우 재보선 1승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그들의 실력 때문이 아닙니다. 여당의 헛발질로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까지 되었지만 누구 하나 그 대참사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나 정계은퇴를 하지 않았습니다. ‘객’이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그나마 대리사과를 하는 정도였습니다. 탄핵이라는 국민적 심판에도 보수야당은 책임 있는 반성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황 전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불러온 직접 당사자 중 한명(국무총리)이며, 패스트트랙과 총선 연패에 대한 과오와 책임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다시 버젓이 권력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은 후안무치를 넘어 공감능력 제로의 정치인만이 할 수 있는 뻔뻔한 행위입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진중권 전 교수도 황 전 대표를 향해 “넋 놓고 있는 게 애국”이라고 꼬집었을까요. 

국민의힘이 여전히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들의 실정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탄핵이라는 가장 무서운 형벌을 내렸음에도 진지한 반성은커녕 기득권 유지에만 목을 매고 있습니다. 황 전 대표의 재출현은 보수야당 전체의 이미지를 말아먹는 해당행위이자 이기적인 정치행위입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평생 속죄하고 반성하며 살아가야 할 인물이, 1년만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듯 얼굴을 들이미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요. ‘역시 보수기득권 정당은 안 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되는 불행한 효과를 낳을 것입니다. 

황 전 대표가 1년 만에 여의도에 출현하자 기자들이 “혹시 대선 행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황교안 전 대표는 “그것은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미 국민들은 지난해 총선에서 황교안이라는 정치인을 충분히 판단해주었는데 아직도 자신만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요?

 

(5월 1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