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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의 친문 블랙홀 통과하기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5. 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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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 비율을 합산해 결정됩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전통적으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작동하고 있는 선거로 분류됩니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들이 계파 간 조율을 통해 ‘될 만한’ 후보를 점찍고 ‘오더’를 내리면 이를 그냥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당 주류에 ‘찍힌’ 후보는 아무리 용을 써봐야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패턴들이 반복돼 왔습니다. 

가장 투표 반영 비율이 높은 전국대의원(1만 5905명)은 각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과 지자체장, 당규상 권리당원 총회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입니다. 또 당직자와 각 의원실 보좌진 일부가 대의원에 포함됩니다. 민주당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짬짬이 조직투표에 정통한 ‘정치인’들입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도 친문 의원들의 ‘오더’가 대의원들에게 하달돼 그것이 투표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리당원(69만 4559명)도 중요합니다. 현재의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2015년 말, 안철수계가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들어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자폭탄’ 등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이른바 ‘친문 강성당원’이 이 부류에 해당됩니다. 이들은 대표적 비주류였던 안철수계가 우르르 빠져나가면서 당이 사면초가로 몰릴 때 적극적으로 입당을 해 당을 구해낸 열혈 지지층들입니다. 그들끼리 연대의식과 단결력이 상당히 강합니다. 그래서 당대표 선거 때 ‘몰표’를 주는 경향이 적지 않습니다. 권리당원 대부분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자의식과 자존심이 강한 세력이기 때문에 ‘문재인’이라는 말을 앞세우는 후보에게 ‘묻지마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 권리당원들은 또한 ‘우리가 당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당대표 선거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우리들의 후보’를 내세웁니다. 후보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각종 당 선거에서 내세우는 것도 바로 이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들의 ‘전략 투표’가 위세를 떨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대의원들과 권리당원들은 활발한 의견 교류와 조율을 통해 이미 누구를 찍을지 정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대의원들과 권리당원들은 어떻게 서로 ‘짬짜미’를 벌이고 있을까요?




정치권에서는 이번 5.2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 사이에서 114와 337 등의 숫자가 물밑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 한 자리는 당대표 후보를, 뒤 두 자리는 최고위원 후보 기호를 가리킵니다. 114는 홍영표 당대표 후보와 강병원·전혜숙 최고위원 후보를 뽑자는 기호고, 337은 우원식 당대표 후보와 김용민·김영배 최고위원 후보를 밀어주자는 약속입니다. 이 ‘암호 투표’는 민주당 ‘당심’의 중요한 선거 방식입니다.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서는 이낙연 당대표 후보와 신동근·김종민 최고위원 후보를 묶어 ‘118’을 찍자는 구호가 나돌았는데 실제로 모두 당선된 바 있습니다. ‘암호 투표’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5.2 전당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송영길 의원의 ‘위험한 도전’입니다. 송 후보는 선거에 나선 3명 가운데 유일하게 ‘친문 거리두기’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이 ‘안티 문재인’ 전략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내 선거에선 처음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동안 당내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모두 ‘문재인’을 외쳤습니다. 비문주자도 변신해 친문을 외친 사람도 있습니다. 열혈 당원들은 비문주자들의 ‘변심’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문주자가 당내 선거에서 승리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습니다. 4·7 재보궐 선거로 당이 큰 혼란에 빠졌고 쇄신의 요구가 거셌지만 결국 원내대표는 친문중의 친문인 윤호중 의원이 무난히 당선됐습니다. 권리당원들의 눈치를 본 의원들의 ‘전략적 선택’ 산물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송영길 후보의 이번 도전은 크게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송 후보는 부동산 해법과 코로나19 백신 수급에서 연일 정부 기조나 당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송 후보의 이번 승부수는 이전 당대표 도전 때와도 확연히 다르다는 게 중평입니다. 송 후보는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감싸며 친문 마케팅을 펼쳤지만 호.불호가 극명한 태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송 후보가 이번에 ‘위험한 베팅’을 한 것은 4·7 재보선 패배로 당 안팎의 쇄신 요구가 크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민심을 등에 업고 당심을 설득해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홍영표 후보는 송 후보의 작전 변경에 대해 “대통령 지지율 높을 때는 ‘가장 친문’, 조금 떨어지니 ‘무계파’, 좀더 떨어지면 ‘반문’으로 가는 것이냐”라고 따져 묻고 있습니다. 송 후보가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을 내놓아야 선거전에 희망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서는 홍영표 후보의 ‘친문 친화력’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특히 홍 후보는 20대 하반기 국회 때 ‘비타협 강경노선’으로 패스트트랙 전쟁을 진두지휘해 친문들의 눈도장을 받았습니다. 이때 원내수석부대표가 현재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입니다. 홍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당청’에서 패스트트랙 지휘부가 부활하는 셈입니다. 친문들이 여전히 대야 강경노선을 주문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친문 권리당원들이 ‘홍-이 조합’을 암묵적으로 지지한다면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당 당대표 선거전은 ‘문재인’이 상수였습니다. 이것을 선거 공식에 넣지 않고는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 공식을 깨고 당선된 후보도 없습니다. 그래서 송 후보의 ‘비문’ 선택은 위험하고 도발적입니다. 민주당은 여전히 친문이라는 ‘쇠창살’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잘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후보들이 ‘친문’과 ‘비문’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시류에 영합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친문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송영길 후보는 지금 그 전대미문의 블랙홀을 통과하려고 합니다. 5월 2일 결과가 기다려지는군요. 

 

(4월 28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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