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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자유한국당 “UAE 의혹 국익 차원에서 판단” 전략적 후퇴 속사정은? 본문
최근 정국의 핫이슈였던 임종석 비서실장 UAE 특사방문 배경 의혹이 드디어 종결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애초부터 민감한 외교사안에 대한 여야의 폭로전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면서 그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의혹의 장본인 임종석 비서실장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총무를 찾아 그동안의 사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최소한의 국익을 고려해 이 정도 선에서 타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으로서는 앓던 이를 말끔히 뺐다는 점에서, 전 정권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속이 더 타들어갔음이 확인된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의혹에 대한 추가 공세를 잠정 중단할 전망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본청에서 1시간 반 동안 임 실장과 회동을 가진 뒤 “그동안 국정운영 전반과 UAE 특사 의혹과 관련해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눴다”며 “한국당은 (향후) 임 실장의 UAE 특사 의혹에 대해 국가적 신뢰와 국익적 차원에서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철군'을 선언한 셈이다.
임 실장도 “앞으로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정부와 국회, 여야가 협력하자고 뜻을 모았다”며 “국가 간 신뢰와 외교적 국익에 관해 정부 간에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마음을 모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당의 입장 전환은 UAE 추가 의혹 제기가 더 이상 당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합의가 임 실장이 직접 김 원내대표를 찾아 양해를 구한 것에 대한 답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상은 최근 당 지도부가 UAE 의혹이 더 확대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느낀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최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방한을 전후해 이명박 정부 시절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원전수주 대가로 UAE와 파병까지 가능한 군사지원 비밀 협정을 맺었다고 고백하면서, 전 정권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의혹 제기 초반에는 이번 사태가 현 정부의 외교적 잘못을 지적하는 프레임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보수 정권의 과오로 여론이 형성돼 지도부가 상당히 난감해 했다”며 “때마침 임 실장이 직접 찾아 성의를 보인 만큼, 이 기회에 당도 출구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전략적 후퇴의 대가로 국회 운영위원장을 보장받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국회 운영위원장을 한국당이 가지고 있는 것에 이해를 해주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청와대가 제1야당인 한국당과 국정운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사실 자유한국당의 '질서 있는 퇴진' 기류는 임 실장 야당 방문 전부터 소록소록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김성태 원내대표를 포함해 참석 의원들의 발언에서 UAE 특사파견 의혹제기가 자취를 감췄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제천 화재참사와 법무부의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방침 발표로 빚어진 논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지하철 광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면담 등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등 다양한 주제를 언급했으나 UAE 의혹 관련한 언급은 자제했다.
회의에서는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2010년 이명박(MB) 정부 시절 문건을 토대로 원전사업 유치에 혈안이 돼 경협사업 상당수를 졸속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추가로 제기된 것을 두고 "청와대는 내부문건을 언론에 흘리는 '뒤통수 정치'가 습관"이라고 지적하며 일부 언급한 것 외에 UAE 의혹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그간 UAE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 약 한달에 걸쳐 강하게 비난해 온 한국당이 해당 의혹이 정부의 일부 해명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방한 등으로 수습국면에 접어들자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UAE와의 공개되지 않은 군사협정이나 양해각서(MOU) 속에 흠결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겠다"고 하며 의혹의 진원지가 MB 정부에 있음을 시사한 바 있어 한국당은 확전을 자제하고 흐지부지한 채 출구전략을 찾는 모습이다.
UAE 의혹은 애초 지난달 12일 김 원내대표의 취임 이후 한국당의 '첫 성과'로 지방선거까지 끌고갈 수 있는 호재로 한때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영 전 국방장관 등 핵심 관련인사들의 팩트 진술이 이어지면서 진실도 서서히 수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사안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공세에만 열을 올린 김 원내대표의 무리수가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UAE 행정청장의 방한을 고비로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가 400억 달러짜리 UAE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UAE와 비밀군사협약을 맺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이를 문제 삼으려던 문재인 정부도 과거의 협약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UAE 측에 전달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주변에선 “이번 논란 과정에서 여야 모두 국익보단 정략적 의도를 앞세워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현 정부의 ‘원전 건설 리베이트 내사설’까지 제기했던 자유한국당은 문제의 발단이 ‘비밀군사협정’으로 지목되자 머쓱한 표정이다. 자신들의 집권당 시절 벌어졌던 일인데 당시 관련자들에게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치 공세부터 한 셈이다.
비록 자유한국당에서 “청와대가 6번씩 말을 바꾸니 야당이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맞서고 있지만 정치공세적 성격이 짙다. 현재 야당 내부에선 지도부가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의혹만 부풀리려다가 궁지에 몰릴 뻔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전임 정부가 맺은 MOU(양해각서) 내용까지 들춰지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런 일이 생기면 국회 국방위·외교통일위·산업위 소속 위원들과 관계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며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결국 당신들 탓 아니냐’는 반격은 안 당했을 것”이라며 “정치 공세를 하더라도 외교안보 사안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쟁 확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에서 “UAE 원전 이면계약은 반드시 헌법의 질서에 따라 진행돼야 할 사안인데 이명박 정권은 끝내 국민을 속였다”며 “이제 와서 국익을 내세우지만 헌법 위에 존재하는 국익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11일 국회 외통위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이면합의로 군사협정을 맺은 건 전형적인 외교 농단, 외교 적폐이며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UAE와 이 문제를 봉합하기로 하면서 이면합의에 대한 공격은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UAE와 비밀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외교적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UAE 비밀협정은 그냥 놔둬도 될 문제였는데 정부가 괜히 건드려 말썽만 일으켰다”는 자성론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집권여당은 UAE 칼둔 행정청장이 화해 분위기를 만들고 돌아갔다고 현 정부의 외교 실책을 덮고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모호한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 야권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파병군 격려→파트너십 강화→전 정부 때 소원해진 관계 복원→대통령 친서 전달 목적’ 등으로 매번 달리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밝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치권과의 충분한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임종석 비서실장 UAE 특사파견 의혹은 어찌 보면 그리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아니었다. 전 정부의 외교협약에 관한 협의는 재협상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런 외교적 프로세스를 굳이 문제삼을 야당도 아니다. 하지만 작은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가 애초부터 무슨 큰 비밀이라도 있는 듯이 가리려고 하자 사태가 비 정상적으로 확산되며 꼬이고 말았다.
이는 청와대의 정무적 처리 기능이 여전히 비밀주의에 휩싸여 숨기려고만 하는 전 정권의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당에서 오랫동안 당직 생활을 해온 한 관계자는 "어떻게 된 게 청와대만 들어가면 다들 생각들이 저렇게 무겁고 딱딱하게 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차피 청와대 일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측면들이 있다. 정무적 판단에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절차 등을 공개했다면 오히려 이번 사태는 청와대가 칭찬 받을 일이었다. 과거 정권의 음습한 청와대 분위기를 그대로 따르는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앞으로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야당공세에 대응했으면 한다. 대통령 지지율을 보더라도 그 정도 자신감은 가져도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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