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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만 골라 태운 국민의힘 ‘윤석열차’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3. 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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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김기현 대표가 과반 득표(52.93%)를 해 승부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김기현이라는 새로운 당 대표가 뽑혔음에도 그의 뒤에 떡 버티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더 크게 오버랩 됩니다. 윤 대통령은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을 겁니다. 정치 신인이지만 난다 긴다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마음껏 조종하며 ‘당수’의 권좌에 오른 자신을 흐뭇하게 바라볼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이제 내 꺼다’라고 생각하겠죠.

이번 전당대회의 투표율이 역대 최고(55.1%)였다는 결과가 나오자 후보들마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결과는 공천에 눈이 먼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을 앞세운 ‘용산’의 오더로 주류측이 당원들을 ‘영혼’까지 끌어 모은 것이 최고 투표율로 나온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용산 대통령실 행정관까지 단톡방에서 ‘김기현 투표’를 독려할 정도로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조직’이 총동원된 선거였던 것이 판명 났습니다.

이 말은 윤 대통령이 앞으로 당내에서 최대로 끌어 모을 수 있는 지지 세력의 최대 합이 52%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선투표는 피했지만 과반에 가까스로 턱걸이를 한 셈입니다. 대통령이 당무 개입 ‘불법’의 소지까지 안고 ‘오지랍’ 만렙을 써서 얻은 결과임을 생각하면 성에 차지 않습니다. 또한 불안한 지분율입니다. ‘반 윤석열 세력’이 당내에 48%가 포진해 있습니다.

이제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용산의 공식적인 ‘여의도출장소’가 됐습니다. 당 사무총장에는 ‘찐 윤핵관’으로 통하는 이철규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진작부터 내년 총선 공천 때 윤 대통령이 ‘검찰 식구들’ 30여명을 내리꽂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공천 관리 책임자인 사무총장 인선부터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 예상됩니다. 여기에다 최고위원 4명과 청년최고위원 모두 ‘팀윤’으로 세팅돼 더 거칠 것이 없습니다.

이제 국민의힘은 곧 윤석열입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뜻대로 당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어깨 위에 국민의힘 전체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그의 지지율이 내년 총선 때까지 그럭저럭 버텨준다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갈팡질팡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어떻게 비벼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야당이 ‘이재명 리스크’를 제거하고 새로운 경쟁자를 붙일 경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추락할 수 있습니다.

 

3월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뒤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당 대표 후보.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윤석열 대통령이 무너질 경우 여당도 같이 ‘폭망’합니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오롯이 책임져야 합니다. ‘열이 마음대로 해’로 국민의힘까지 장악했는데도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지 않거나 잦은 실정으로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변해 ‘대통령이 일 할 수 있게 모든 조건을 다 만들어 줬는데 왜 그 모양이냐’는 비판을 들어도 윤 대통령은 할 말이 없게 됩니다. 국민의힘이 헛발질을 하면 그 손가락질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윤 대통령에게로 향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국정운영 책임의 독박을 써야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져 그렇고 그런 대통령으로 내년 총선을 맞이한다면 48%의 ‘반윤’ 세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총선은 ‘당심’ 경쟁이 아니라 ‘민심’ 경쟁입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소리’(小利)를 얻고 기분을 한껏 냈지만 내년 총선에서 ‘대리’(大利)를 잃고 폭망 한다면 3월 8일 전당대회에서의 윤 대통령 웃음도 헛것이 됩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립니다. 천하람 순천 당협위원장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평가와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과 가능성은 확인한 셈이라는 우호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한편으론 또 짐을 싸야 할 정도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선거 초반 ‘윤안연대’를 내세우며 ‘친윤계’의 암묵적 지원을 내심 기대한 것이 완전히 ‘김칫국 들이켜기’였다는 게 뼈아픕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인으로서 매력자본이 별로 없는 안 의원이 차기주자로서 ‘대권시장 번호표 발급’마저 주류로부터 거부당했기에 안철수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특히 안 후보가 전당대회 막판 대통령실 선거 개입 문제로 법적 대응을 한 것이 중대한 ‘악수’였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뜻은 ‘윤석열 몰아주기’로 요약됩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안 의원도 윤 대통령과 같은 배를 탈 정도의 신뢰는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대통령실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하며 ‘윤석열 정권’의 경로를 완전히 이탈해버린 것입니다.

또한 안철수 의원은 선거 기간 내내 친윤과 비윤을 오락가락 하며 ‘간보기 행보’를 보여 명분도 잃고 실리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특히 선거 막판에 ‘태극기부대’를 연상케 하는 황교안 후보와 기자회견을 함께 하고 마치 같은 배를 탄 것처럼 ‘연대 코스프레’를 한 것은 안철수 의원의 ‘무지성 행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여기에다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자마자 자리를 뜬 것도 지각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는 씨를 뿌려 곡식을 수확하는 농부의 심정으로 해야 합니다. 당장 곡식을 거둘 수 없지만 대지에 물을 뿌리고 비료를 주면서 수확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안철수의 정치에는 농부의 마음이 없습니다. 농사는 안 짓고 수확만 하려 합니다. 수확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이 땅 저 땅 옮겨 다니기만 합니다.

승리를 한 경쟁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않고 자리를 뜨는 것은 후일을 기약하며 씨를 뿌리는 농부의 기본적 인성마저 갖추지 못한 졸렬하고 미성숙한 행위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한번 터를 잡은 곳에서 씨를 뿌리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농부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설령 수확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땅에서 농사를 짓게 해 준 ‘민심’에 감사하며 그것에 경외하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씨는 뿌리지 않고 거두려고만 하는 안철수의 정치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3위 천하람 순천 당협위원장은 이제 ‘전국구’ 정치인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한때 2위로 결선투표까지 가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찻잔속의 태풍임이 드러났습니다. 14.98% 득표율로 3위에 그치긴 했지만 대구에서 순천으로 지역구를 옮긴 그렇고 그런 방송패널 단골에서 국민의힘 소장개혁파의 기수로 떠오른 것만 해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준석 아바타’라는 프레임을 깨지 못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해 주류로부터 야멸차게 내팽겨 쳐진 뒤 와신상담 칼을 갈았고 이번 전당대회는 그의 복수무대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당원들은 이준석 전 대표의 복수활극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윤석열 정권의 성공에 더 방점을 찍었습니다.




천하람 위원장이 불가피하게 이준석의 인지도를 통해 붐업이 되긴 했지만 4명 최종후보에 오른 이후에도 이 전 대표의 과격한 언행을 좇다가 이준석과 함께 떠내려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천하람 위원장의 정치 성패는 이준석과의 과감한 절연을 통해 ‘젊은 보수 정치인’의 새로운 전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당대회는 정당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입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정치적 일탈 행위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버젓이 자행됐습니다. 후보 찍어내기, 노골적 편들기 등의 비민주적인 ‘강탈 행위’가 벌어졌고 그로 인해 ‘윤석열 아바타’가 여의도에 탄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다양성과 포용의 긍정심을 잃었습니다. 내 편만 골라 태운 ‘윤석열차’는 언젠간 자기들끼리의 싸움으로 궤도에서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당당하게 ‘윤석열차’에 탑승하는 것이 전당대회의 진정한 의미이지 않을까요.

 

(파이낸셜투데이 3월 9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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