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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2연패 나경원의 ‘무한도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5. 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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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장고 끝에’ 당권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예상 외의 패배를 당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 이어 재보선 예선에도 탈락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나 전 의원은 지난 2번의 패배를 애써 모른 척 하며 또 다시 선거에 나섰습니다. 이번 6.11 전당대회는 중진과 신예의 ‘세대’ 간 대결로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중진그룹으로 분류되는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신예그룹인 김웅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엎치락뒤치락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4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웅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단일화를 이룰 경우 나경원-주호영-신예 단일후보의 3파전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대진표를 예상해볼 때, 일단 나 전 의원으로서는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4.7 재보궐 당내 예비경선 컷오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때는 책임당원 투표를 20%, 일반 시민여론조사를 80%로 각각 반영해 합산한 뒤 최종 순위를 결정했습니다. 나 전 의원은 당원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80%로 비중이 더 큰 시민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후보는 나 전 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며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본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경선 방식이 예비경선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방식으로 진행된 본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예선 1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서울시장 후보가 된 것입니다. 나 전 의원으로서는 100% 시민여론조사라는 벽만 없었다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시민여론조사가 80%나 반영된 예비경선에서도 1위를 했기 때문에 그의 패배는 더욱 의외였고 뼈아팠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6.11 전당대회는 이전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시민여론조사 30%에 당원 70%의 투표 결과가 반영됩니다. 이미 지난 재보궐 선거 예선에서 나 전 의원의 당원 득표 경쟁력은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그 ‘여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이 참모들의 만류를 무시하면서까지 이번 당권 도전에 나선 본질적인 이유는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먼저 주요 선거에서 2번이나 패배한 사람이 다시 당권 도전 경쟁에 나선 것에 대한 정치적 명분이 없습니다. 정치인은 여론을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각종 선거에서 그 성과를 검증 받습니다. 민심에 의해 부정당한 정치인은 그 패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자숙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민심에 대한 존중이자 정치인의 책임 있는 자세입니다.


 

이런 점에서 나 전 의원의 3번째 선거 도전은 그 자체로 민심을 거역하고 승리 가능성만을 따진 기회주의적 행보입니다. 더구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탈락한 인물이 다시 내년 대선을 총지휘하는 당권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당심’에도 역행하는 행위입니다. 나 전 의원의 일부 참모들은 ‘이번 한번만 건너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고언을 했다고 합니다. 나 전 의원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서라도 2번의 연속 패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가 먼저라는 것입니다. 그의 당권 도전 문제는 나 전 의원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 당 전체를 볼 때도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민심과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듣는 국민의힘이 나 전 의원의 출마 강행으로 다시 한번 그 기득권 유지의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70% 당심이 주는 표 계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의식도, 당을 위한 헌신적 자세도 결여된 행보는 비판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진과 신진그룹 간 세대 대결 양상이 불을 뿜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웅 의원 대표 체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의 ‘대선 승리 방정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 자강론을 주장하는 일부 세력은 기존 중진들의 안정적인 대선 관리 체제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의 출마는 4.7 재보궐 선거 승리를 안겨준 민심을 역행하는, 기득권 세력 고착화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쇄신 없는 기득권의 안주는 당을 대선 패배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뿐입니다.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하며 내세운 공약도 ‘급조돼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스마트한 정당 △스피디한 정당 △용광로 같은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스마트한 정당은 기존 디지털 정당 관행을 단어만 바꾼 것이고, 스피디한 정당은 중장년층 당원 중심의 현 체제에서 그 실효성을 알 수 없으며, 용광로 같은 정당 또한 정권 재창출의 구체적 대안이라기보다 현재의 정치현상을 설명하는 정도입니다. 어느 것 하나 비전과 대안을 갖춘 당 대표의 공약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언변과 용모가 뛰어나지만 비전과 콘텐츠는 떨어진다”는 그동안 한계를 이번에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나 전 의원은 출마 선언 뒤 첫 행보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나 전 의원의 우익성향 정치행보에 비춰볼 때 다소 뜬금없는 발걸음입니다. 당원들 지원에 기대 당권에 도전하지만 정작 정치적 행보는 민심을 좇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은 현행 70%인 전당대회 책임당원 투표 반영 비중을 낮추자는 주장에 대해 “우리 당원들이 자조 섞인 이야기로 ‘늘 책임만 지고 권리는 없다’고 말씀들을 하더라”라며 당원 홀대를 지적했습니다. 나 전 의원이 그토록 사랑하는 당원들이라면, 당권 도전의 첫 발걸음도 당원들에게로 향해야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른 나 전 의원의 3번째 도전은 권력탐욕으로만 비쳐집니다. 나경원의 ‘무한도전’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5월 20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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