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 '일베 찬양' 발언, 왜 갑자기?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결국 일베인가? 썩어가는 당에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하며 영입한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때 아닌 '일베 찬양' 논란에 휩싸여 그의 정체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최근 청년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일베하세요. 일베 많이 하시고"라며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를 홍보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대학생·청년들을 만나 ‘당의 미래에 대한 쓴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혁신위와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가 공동 기획한 이날 간담회에는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과 이재영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대학생포럼·한국당 대학생위원회 등에서 30명가량의 청년과 대학생들도 이 자리에 모였다.

이날 최해범 혁신위원은 청년들에게 보수의 정체성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전에는 '일베충'을 들었을 때 욕인 줄 알았는데 자기들끼리 '베충이 베충이' 하다 보니 욕의 의미가 사라졌고, 캐릭터화까지 됐다”고 일베를 언급했다. 듣고 있던 류 위원장은 곧바로 "(일베를 캐릭터화 한) 그 인형 예뻐요"라며 최 위원의 주장을 거들었다.

류 위원장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선점하는 일은 당이 할 일이 아니라 정치평론가들이 할 일”이라면서 “일베하세요. 일베 많이 하시고”라며 일베를 거듭 강조했다.

진보진영에 비해 보수진영은 사회관계서비스망(SNS) 등 온라인상 이미지 정치가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에 류 위원장은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 하나밖에 없다. ‘여시’(온라인 사이트 '여성시대') 등 전부 저쪽(진보 진영) 편이다”며 일베를 치켜세웠다.

류 위원장은 "청년과 여성층에서 지지가 어려워졌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의 이날 일베 발언은 '보수진영에서도 귀족노조, 농약급식처럼 직관적으로 논리를 설파할 수 있는 이름 붙이기 훈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면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특정사건에 대한 이름 붙이기는 그 사건 전체를 꿰뚫는 거대한 '프레임'이 되기 때문에 국민들 뇌리 속에도 편향적이고 왜곡된 선입견이 박히기 쉽다. 류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진보층이 초반 기선제압 때 그런 '네임 프레이밍'을 잘 한다는 뜻으로 밝힌 것 같다.

하지만 보수층도 그런 프레이밍을 잘 해야 한다고 지적한 곳이 바로 '일베'였다. 일베를 일종의 보수를 대표하는 지지층들의 정치결사체로 보는 것 같다. 류 위원장이 보수를 보는 시각이 여기에 그대로 녹아 있는 셈이다. 물론 일베가 진보층에 맞서는 프레이밍 싸움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편향되고 왜곡된, 차별주의적 관점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류 위원장은 본인의 신분이 제 1야당의 혁신위원장임을 잘 알면서도 공개석상에서 '일베' 찬양 발언을 한 것은 보수층의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현재 보수층은 조중동 등이 예전의 화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별히 '공론'을 모아서 대여 전쟁을 치를 일종의 전진 베이스 기지가 없다.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대여 사령탑 역할을 상실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장외'에서 일베 같은 커뮤니티가 오히려 프레임 전쟁의 선두에 서서 정치권을 이끌어가 달라는 주문과도 같다. '정치'가, 자유한국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베'같은 곳에 손을 벌리고 있는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래도 보수적자임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이 쇄신을 위해 영입한 최고 지략가 류석춘 위원장의 '머리'에서 나온 최고 전략이 바로 '일베'라니 할말이 막힐 뿐이다. 자유한국당은, 답이 없다. 류 위원장을 보면, 미래도 없는 것 같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