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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대변인도 아닌 배현진이 대독한 호소문...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섹시 마케팅'은 먹힐까? 본문
12월 26일 국회 로텐더홀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눈에 띄는 여성이 한명 있었습니다. 배현진 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입니다. 그는 최고위원도 아닌데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황교안 대표가 보낸 호소문을 대독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성을 벌이다 누적된 피로로 병원에 입원한 황 대표를 대신해서 배 위원장이 나선 것입니다.
오랫동안 정치분야를 취재해왔지만 이 자리만큼 생경한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 안팎에서도 "대변인이나 당직자가 아닌 원외 인사가 당 대표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일부에서는 '단식 투쟁', '삭발 투쟁' 등 최근 '강성 이미지'를 보인 황교안 대표의 이미지를 아나운서 출신 여성 정치인을 내세워 순화해 보겠다는 야당의 절박한 의도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 위원장은 황 대표의 대국민 호소문을 또박또박 대독해나갔습니다. 황 대표는 호소문에서 "만신창이가 된 제 몸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주삿바늘의 고통보다,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좌파 독재로 망치고 있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을 막지 못한 채 병원에 실려 나온 무기력한 제 자신을 탓하며 간절히 호소한다. 도와달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이라는 2대 악법 저지를 위해 8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 14일간 로텐더홀 농성을 하고 국민과 처절히 맞서 싸웠다"며 "선거법 개악은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이끄는 급행열차 티켓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한국당·비례민주당·비례정의당 비롯한 해괴망측한 정당이 100여 개 이상 속출해 선거제가 희화화되고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황 대표는 또한 "저와 우리 한국당은 결코 민주주의 생명인 선거를 죽이는 반헌법적 악법 통과되는 거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마치 히틀러의 나치당이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입한 후 독재와 전쟁의 광기를 내뿜었던 것처럼 선거법 개정안은 우리를 망국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보수층의 결집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오늘만은 분열된 우리가 하나 되는 걸 허락해달라. 저 황교안과 함께 한국당과 함께 여기에서 자유 우파의 방어막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습니다.
또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저희 한국당을 지지해달라.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과 민주당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헌법과 법률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모든 범위 내에서 합법적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이 괴물과 같은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네, 황 대표의 성명은 좌파독재를 저지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자유우파 수호자의 헌신과 열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이날 성명이 중요한 까닭은 '4+1' 협의체가 선거제 개정 상정을 앞두고 한국당은 비장하고 결연한 마음을 다지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연일 강행군을 펼친 황교안 대표는 병원으로 실려가는, 예전같으면 풍찬노숙하는 야당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꼈을 국민들도 많았을 겁니다. 이날 황 대표의 메시지는 그들이 그토록 저주하는 좌파독재의 첫번째 방아쇠가 당겨지는 엄중한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황 대표의 성명서 내용도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메시지가 본질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던지는 매개는 너무도 생경하고 이질적인 것이었습니다.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부재중이면 원내 대변인이나 대표 비서실장이 대신 당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주체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 대표의 메시지를 최대한 가감없이 드라이하게 읽어내려가기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토록 중요한 메시지를 읽어내려가는 사람은 바로 여성이었습니다. 현역 의원도 아닙니다. 이날의 최고위원회의와는 어떤 관계도 없는 장외의 당협위원장이었습니다. 더구나 배 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 시절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기 때문에 대표가 바뀌고 상징성이 있는 대독자에 배 위원장을 떠밀어 올린 것도 당 내에서는 여러 구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황교안 대표의 구구절절한 좌파독재 저지 메시지보다 '당이 한참 잘 못 돌아가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 위원장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이런 제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말렸어야 합니다. 이런 어떤 과정도 없이 태연히 배현진 위원장은 '아나운서 목소리'로 황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에는 그 어떤 원칙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나 읽으면 어떠냐'는 무사안일한 생각과, 배 위원장을 내세웠을 때 한번쯤 나올 법한 '젠더 감수성'에 대해서도 그 어떤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좀 예쁜' 아나운서 출신 여성 정치인을 내세워 황교안의 메시지를 더욱 잘 포장해보겠다는 얄팍한 의도가 느껴져 불편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배현진 위원장의 대독 사태를 정치의 '섹시 마케팅'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겠습니다만, 세계적인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23년 동안 진행했던 속옷 패션쇼를 올해부터 폐지한다고 지난 11월 말 공식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결정은 패션쇼 시청률 하락과 함께 매출 부진, 여성들의 ‘몸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성의 상품화의 대표적인 상징이 바로 속옷 패션쇼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섹시함’만을 강조해 시대의 흐름을 역행,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황 대표의 배현진 내세우기를 보면서 정치에도 '섹시 마케팅'이 생각 없이 횡행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꼰대' 이미지에 당 전체가 곤혹스러워하니 젊은 여성 정치인을 내세워 그런 늙수그레한 이미지를 좀 바꿔보자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자유한국당이 자꾸만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내려는 정치 본령의 전략은 등한시 하면서 곁가지에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선거제 개정도 물밑 협상을 통해 충분히 지금이라도 합의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정치력 발휘에는 무조건 농성과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면서 그것을 또 미화하고 꾸미려는 얄팍한 의도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황 대표가 차라리 병상에서 영상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 내보냈다면 그 울림은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정치권에서의 '섹시 마케팅'은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늙은 이미지를 상쇄시키기 위해 등장시켰던 인물이 바로 나경원 의원과 조윤선 전 장관입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오랜 '전통'(?)이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관행을 끊을 때도 됐습니다. 황 대표가 총선에서 이기는 길은, 바로 자유한국당의 수구적이고 현실안주적인 습성을 단식에 돌입하는 심정으로 끊어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초선도 아닌 초년병 황교안이라면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와 자유한국당에 관심이 없습니다.
말을 잘 해서 예뻐 보이는 게 아니라, 민심을 잘 읽고 거기에 충실히 따르면 자연히 더 예뻐 보이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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