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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재명의 마지막 전쟁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10. 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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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마지막 전쟁이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사정 정국의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체포 구속해 정국은 대선자금 수사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의 최측근이라면 최소한 소환조사라도 한 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의 ‘정치적 모양새’라도 취하는데 검찰은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을 동시에 청구하며 ‘기습’을 했습니다. 검찰의 일격에 민주당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일단 민주당은 ‘진실 조작’과 ‘국민 저항’의 프레임을 내걸고 ‘대장동 특검’ 추진으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전격 구속한 것은 여러 모로 충격적인 뉴스였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던 것입니다.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까지 순식간에 받은 것을 보면 오랫동안 물밑에서 보안을 유지하며 타격의 원점을 곧바로 치고 들어가는 작전을 택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묵시적 연대’나 ‘암묵적 공조’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뉴욕 비속어 발언 등과 관련해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틴 것에 대한 미스터리가 ‘김용 체포’를 보고 비로소 풀리게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의 대장동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조만간 이재명 측근 타격 및 사정정국 조성 시나리오를 미리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과 지지율 침체 등으로 취임 초기부터 굴욕적인 장면들을 꾹 참고 받아들인 것도 단숨에 그 논란을 뒤집을 만한 비장의 카드를 품속에 숨겨놓았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검찰은 이제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대로 칼을 휘두를 것입니다. 검찰조직의 자부심이자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는 윤 대통령이 이번에 ‘검사들 마음대로 한번 해보라’고 확실하게 판을 깔아준 측면이 있습니다. 때로는 윤 대통령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으로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 편파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그들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대장동 수사 칼날을 현 여권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검찰이 여야를 동시 타격할 경우, 민주당의 ‘진실 조작’과 ‘국민 저항’ 프레임도 그 명분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도착,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여권의 ‘구 세력’을 정리하고 ‘친윤’ 중심의 정계 개편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사정 정국의 ‘일타이피’ 전략입니다. 기존 정치세력에 이렇다 할 관계망이 형성돼 있지 않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사정 정국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지만 ‘김건희 특검’이라는 반작용의 큰 하중을 견뎌내야 합니다. 사정 정국은 윤 대통령도 정치적 명운을 건 대 도박인 동시에 정권 몰락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특히 검찰에 의해 여야관계가 와해 지경에 이르고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되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편 검찰이 집요하게 이재명 대표를 집중 타격할 경우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피로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야당 탄압’이라고 외치지만 속내는 검찰의 ‘진실 조작’ 주장에 대한 방어논리와 저항의 명분이 약해 단일대오의 점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벌써부터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측근 수사에 대해 왜 당 전체가 변호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 직접 연루 여부에 따라 친문진영이 대오를 조기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전체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총선에까지 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게 되면 결국 ‘이재명 손절’ 이야기를 흘리며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길로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방송인 김어준이 자신의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진보진영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측면이 있습니다. 김해영 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점잖게 타이른 것이 야권의 ‘이재명 손절 서막’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친명 체제’로 재편된 민주당의 신권력 구도와 2024년 총선 공천권까지 걸려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유동규 전 본부장의 증언 자체가 이미 검찰에 의해 ‘오염’이 됐고 왜곡 날조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고까지는 나가지 않았지만 조만간 검찰의 수사 자체를 거대한 각본에 짜인 연출로 보고 장외 투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만시지탄’의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당 내부에서는 ‘설마 1600만 표나 얻은 야당의 대표를 어떻게 하겠느냐. 이 대표를 구속하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안일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검찰수사 결과가 속속 전해지면서 이재명 대표의 위상과 이미지도 악화되고 있어 당에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앞으로 민주당과 이 대표가 기댈 곳은 ‘촛불집회’밖에 없습니다. 일단 민심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편파 수사 묵인과 ‘실정’을 더 심각하게 보는 흐름이 나타난다면 민주당의 대정부 투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여의도에서 정치자금 문제는 가장 예민하고 위험한 이슈입니다. ‘보스’가 큰 틀에서 결정해 줘야 밑에서 비로소 움직이게 됩니다. 특히 정치자금 문제는 ‘보스’와 측근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고리이기도 합니다. 정치자금 자체가 교도소 담장 위에 놓인 폭탄과 같기 때문에 ‘보스’의 결단 없이 최측근이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결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정치 경험이 아무리 오래 되더라도 충성심 하나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정치자금 문제를 독단적으로 처리할 참모는 많지 않습니다. 이것은 여의도의 오랜 관행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용 부원장의 현금 수수 사실 자체를 몰랐을지, 아니면 이 대표가 자신은 돈을 받지 않았지만 최소한 그 ‘과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검찰은 증거와 팩트로 밝혀내야 합니다.


지난 1997년 10월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측은 대선 직전에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를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대선 당락이 걸린 정치문제로 비화되자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사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래서 검찰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진행했다면 호남에서 민란이 일어났을 수도(김태정 전 검찰총장 회고) 있었습니다. 

대장동 사건도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영삼과 윤석열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김태정 총장 당시는 대선 직전에 문제가 터져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았고, 신한국당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검찰 고발이었기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적 타결점을 찾을 공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경우 대선이 아직 4년이란 긴 세월이 남았고 혐의점이 구체적인 데다 김영삼 정권 때와 지금의 적대적 정치 환경이 너무도 달라 윤 대통령이 운신할 폭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광풍의 사정 국면이 지속된다면 여야의 대화와 타협은 이번 정권에서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됩니다. 검찰에 의해 기울어진 정치의 복원력부터 회복시켜 상생과 이성의 정치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립성을 의심받는 ‘검찰 곤조’를 빼고 처음으로 ‘정치’를 해야 할 기로에 서 있습니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목숨’을 건 마지막 전쟁의 포성이 울렸습니다.

 

(여성경제신문 10월 25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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