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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에서 꼭 알아야 하는 ‘5W1H’

성기노피처링대표 2019. 4. 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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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브렉시트(What)란 무엇인가?

브렉시트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국인을 British라고 하지요. 브렉시트는 영국을 의미하는 Br-에다가 출구 퇴장 나감을 뜻하는 Exit이 합쳐진 말입니다. 브렉시트는 2016년 6월에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는 데 52% 찬성표를 받으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영국 정부는 2017년 3월 29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적으로 통보했습니다.

 

2.누가(Who) 브렉시트를 원했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이끌어냈던 사람은 보수당 캐머런 총리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영국의 오세훈’이라는 별명을 캐머런에게 붙이기도 하더군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금은 당연시되는 무상급식에 대해 정치적인 도박을 걸었던 것처럼 캐머런 총리도 ‘가만히 있는’ EU연합 상태를 브렉시트로 불을 질러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을 빗댄 것입니다. 당시 당내 지지기반이 약했던 오세훈은 대권에 대한 야망 때문에 무상급식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었죠.

그럼 캐머런은요? 캐머런도 오세훈과 유사합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자 브렉시트라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2015년 총선 당시 보수당 내 강경파를 달래 총선에서 승리할 생각에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입니다. 또한 그가 속했던 보수당의 분위기도 예전부터 자신들이 EU소속이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에 밀려 파워가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데 은근히 불만이 많았습니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EU에서 탈퇴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죠. 거기에는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와 구겨진 자존심이 숨어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이슬람 출신 이민자들도 물밀듯이 밀려와 섬나라인 영국으로서는 그 ‘포비아’가 다른 국가보다 더 큰 것도 작용했겠지요.

바로 이 부분을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조지프 스턴버그가 정확하게 묘사한 게 있어 인용해 봅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항상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2016년 당시 유권자들에 대한 그들의 호소는 ‘영국다움(Britishness)’이라는 독특한 느낌을 겨냥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을 물리치고, 모든 대륙을 통치하며, 역동적인 경제를 길러낸 위대한 힘을 지닌 영국에 대한 장밋빛 향수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EU에서 자유로워지면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또 잔류파의 주장대로라면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관료주의에 그저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찬성론자들은 영국 사회의 불만을 정확하게 진단했고, 투표에서 이길 수 있었다.”

 

3.어떻게(How) 진행되어 왔나?

영국이 이렇게 호기롭게, 어찌 보면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브렉시트를 선언해버렸지만 그 후유증과 그들이 감내해야 할 반대급부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언하고 딱 2년째 되는 날 완전한 탈퇴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무작정 떠나기에는 그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국가적 손실이 엄청났던 것이죠. 대영제국 환상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 앞에 가장 큰 걸림돌로 놓인 게 바로 ‘백스톱’ 조항이었습니다.

영국은 사실 브렉시트를 선언한 뒤 EU 탈퇴를 해버리면 되었지만 아일랜드 북쪽에 혹처럼 붙어있는 북아일랜드가 말썽이었습니다. 일단 아일랜드는 EU에 잔류를 할 예정이지만 그 나라 북쪽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영국연방 소속입니다. 그래서 영국이 브렉시트를 할 경우 북아일랜드도 데리고 나가야 하는 거죠. 이럴 경우 골칫거리가 발생합니다.

사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나라는 다르지만 거의 옆집처럼 서로 자유롭게 드나들던 사이였습니다. 지금은 쉽게 왕래도 하고 아일랜드에 시댁이나 처가가 있거나, 일가 친척이 서로 나뉘어서 살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죠. 그런데 브렉시트가 돼 버리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관계는 ‘국가 대 국가’간이 되는 것입니다. 왕래하려면 여권을 가지고 비자 프로세스를 통해 출입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복잡한 관세문제도 있고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가 각기 국가로서 기능하면 양국간 500km에 이르는 국경선까지 생겨나게 됩니다. 이럴 경우의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하지요. 경제적 손실도 예상되고요. 그래서 영국은 당분간 북아일랜드를 현재와 같은 EU 관세동맹을 유지하기로 협상안을 만들어 진행해 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스톱 조항입니다. 원래는 야구 경기장에서 포수 뒤에 관중들을 보호하기 위해 쳐 놓은 그물보호망을 지칭합니다. 영국은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EU에 속한 아일랜드와 영국령에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 사이의 출입과 국경 통제 문제를 당장은 어렵더라도 2020년까지 정리하기로 하고 북아일랜드는 EU 관세동맹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협상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완전한 영국의 브렉시트가 아닌 셈이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영국민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으로 이민을 가는 길이 원천봉쇄된 것이 아니라, 이민자들이 아일랜드로 입국하여 물리적 국경이 없는 북아일랜드로 건너가서 영국 국내에 들어올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북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걱정거리가 생긴 겁니다. 이렇게 ‘반쪽짜리’ 브렉시트를 할 경우 브렉시트의 기본취지가 퇴색하게 되고 영국은 북아일랜드에 대한 행정권이며 통제권을 상실한 채, 경제적인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북아일랜드의 독립마저 가속화될 위험성도 있고요.

그동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와 협상을 통해 ‘이혼 분담금’ 규모, 탈퇴 시기 등을 결정하는 합의안을 마련해 지난 2년 동안 국민투표 등을 거치며 분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주장하는 강경파 의원들이 합의안 반대를 고집하면서 브렉시트 절차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의원들은 백스톱 종료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 조항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4.언제 결판이 나나?(When)

영국 하원은 지난 4월 1일 저녁 EU(유럽연합) 관세동맹 잔류와 노르웨이 모델 등 4가지 브렉시트 방안을 놓고 차례로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개의 안건도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모두 부결됐습니다. 의향투표는 과반이 찬성하는 방안을 찾을 때까지 여러 안건을 차례로 표결에 부치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하원은 지난달 27일에도 8가지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를 실시했지만 당시에도 모두 과반의 찬성표를 받지 못하며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백약이 무효인 셈입니다. 나올 수 있는 모든 협상안을 투표대에 올렸지만 모두 부결됐습니다. 이는 곧 브렉시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확산을 의회가 포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초 영국의 EU 탈퇴 예정일은 3월 29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정일이 다가올 때까지도 하원이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커지자 메이 총리는 EU 측에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특히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지연과 끝나지 않는 논쟁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합의 하에 EU를 떠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브렉시트 관철에 대한 꿋꿋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에 EU 정상들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면 브렉시트를 오는 5월22일까지 연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4월12일 '노딜 브렉시트'를 맞거나 오는 5월 있을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한 뒤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장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영국에 통보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4월 12일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계산대로라면 이날 영국은 노 딜로 브렉시트를 단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노 딜 브렉시트로 떠날 것인가, 아니면 잠깐 부끄럽더라도 그대로 EU에 눌러앉을 것인가 둘 중에 택일을 해야 합니다.




 

5.어디서 가장 고통스러울까?(Where)

브렉시트 사태로 곡소리 나는 곳은 영국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즉 EU와의 합의든, 무질서한 탈퇴든, 탈퇴 절차를 취소할 수도 있는 또 한 번의 국민투표든, (영국을 떠난) 일자리와 돈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은행과 다른 금융서비스 기업들은 계속해서 수천개의 일자리와 1조달러(약 1140조원)어치의 자산을 유럽 (다른) 도시들로 옮기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규제당국이 시행할 규제와 무관하게 영국과 EU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영국 내 확장 계획을 폐기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유럽의 무역 허브로서 영국이 갖는 장점이 브렉시트로 약화된 게 요인이었습니다.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는 최신 자료에서 영국이 EU 잔류를 선택했다면 영국 경제가 지금보다 2.5%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렉시트 때문에 ”연간 190억파운드(약 28조원), 주당 3억6000만파운드(약 5350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국민투표 이래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매주 6억파운드(약 8910억원) 꼴로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계산입니다. 국내총생산은 2.4% 가량 타격을 입었다고, 골드만삭스는 분석했습니다. 영국상공회의소는 올해 영국에서 기업 투자가 1% 감소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고, 파운드화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영국 가구소득 정체를 초래했다고 재정연구소(Institute for Fiscal Studies)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영국 하면 런던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천국이라는 이미지또 깨졌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런던에 본사를 두고 활발하게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환상은 없습니다.

″다국적기업들은 영국이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대가로 기업하기 좋은 장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분명히 이해하고 이곳에 왔다.” 코메르츠방크 런던지사에서 일하는 글로벌 경제 이코노미스트 피터 딕슨의 말입니다. ”영국인들은 그 계약을 취소해버렸다. 뭐랄까, 영국이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견은 깨졌다. 신뢰가 깨졌다. 깊은 상처다.” (뉴욕타임스 4월1일)



6.왜 그랬을까?(Why)

애초 브렉시트에 찬성했다가 다시 그에 등을 돌리는 왔다리 갔다리 여론 때문에 영국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그들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지멘스 영국법인 대표 위르겐 마이어는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영국은 안정성의 등대이곤 했는데, 지금 우리는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EU가 그들을 보는 눈도 매우 애처롭게 변했습니다.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한번 깨진 대영제국에 대한 마지막 환상은 이제 완전히 지워진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랬을까요? 책임지지도 못할 브렉시트를 하자고, 왜 국민투표까지 덜컥 해버렸을까요?

바로 지도자라고 봅니다. 고작 몇 년 후의 충격과 후유증도 예측하지 못했던 한 지도자 때문에, 또 그의 정치적 판단미스, 과욕과 어리석음 때문에 영국민 6700만명도 생각 없이 우르르 몰려갔다가 벼랑 끝을 보고 뒤로 물러서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를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지도자는 과연 어떠해야 할까요? 브렉시트는 한반도의 명운을 등에 지고 걸어가고 있는 한 지도자의 어두운 길을 비추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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