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노무현의 무서운 예언, 안희정은 '농사' 유시민은 '작가' 문재인은 '정치'

성기노피처링대표 2018. 3. 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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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지사의 성추문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한껏 고무돼 있던 청와대와 민주당에 초 대형 악재를 던져 놓고 있다. 청와대는 아예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고, 민주당은 벌써 추미애 당 대표가 세번째 사과를 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하게 정치인으로 사면을 해준 정봉주 전 의원마저 서울시장 출마 발표 기자회견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성추문에 휩싸이자 민주당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정치권의 미투 운동은 지방선거까지 지속될 것이 뻔하다. 선거의 최대 이슈가 후보들의 역량보다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추문은 그가 그동안 정의와 공정, 신뢰 등의 가치를 주로 강조한 전형적인 도덕군자형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주주의를 통해 정의·신뢰·평화의 가치를 높이고 기회의 공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2016년 9월14일 경향신문 인터뷰)라고 ‘안희정 브랜드’를 소개하곤 했다.


특히 민주주의와 정의는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1989년부터 변치 않는 소신이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적 됨됨이’를 강조했다. 저서 <안희정의 함께, 혁명>에서 “정치는 공적 삶의 영역이다. 공적 소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는 공적 영역에 속하는 정치인은 항상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투운동이 한창 활발하던 한달여 전 김 비서에게 만나자고 한 뒤 또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그가 그동안 얼마나 이중적인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안 전 지사는 가치지향적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정치권 외곽에서도 직업정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1989년 1월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의 비서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1월 3당 합당을 거부하며 ‘꼬마 민주당’에 남았다. 199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외곽조직인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사무국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30대 때 정권을 창출한 개국공신 ‘안희정’은 40대 때 당 최고위원(민주통합당)과 야권 초유의 재선 도지사에 올랐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당선 직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맥을 잇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의 설립을 주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첫 충남지사가 된 뒤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분권 철학이 담긴 도정으로 도농복합지역 충남을 이끌었다.



충남지사로 재직하며 전국 시·도지사 중 도정 지지율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했다. 정당정치에 대한 소신도 가치지향적 정치인 안희정을 상징하는 단면이다.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공약집을 당 이름으로 준비했다.


신뢰와 의리는 안 전 지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수식어였다. 노무현 정부 집권 초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공직을 맡지 않았다. 바로 이 '희생'이 친노 세력 지지층들에게 상당히 큰 감동을 주었고, 그를 대선 후보 경선 2위로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이 보수·진보 모두의 공격을 받자 손을 들고 나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참평포럼을 “참여정부의 정당성을 알리고 왜곡된 평가를 바르게 잡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친노는 폐족”이라며 책임을 떠안았다. 2008년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됐지만 당을 떠나지 않았다. 그해 7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며 정치적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한 뒤 다시 충남지사로 귀환했다. 충남지사 3선,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임기 완수를 약속했다.


가치지향의 직업 정치인, 신뢰와 의리의 정치인 안희정은 ‘인권 파수꾼’을 자처하면서 빛을 더했다. 안 전 지사는 충남도의회가 인권조례 폐지안을 올리자 “인권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재의를 요청했다.


지난 5일 충남도청 직원들에게 “미투(#MeToo)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 동참을 촉구한 지 불과 11시간 만에 안 전 지사는 성폭력 가해자 의혹에 휩싸였다.


그런데 안 전 지사의 몰락과 관련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 2013년 출간된 ‘강금원이라는 사람’의 한 대목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인이었던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일생을 담았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안 전 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2013년 출간된 책 ‘강금원이라는 사람’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정치 대신 농사를 권유하는 대목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강금원 회장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대통령에게서 초청을 받았다. 그날 저녁 강 회장은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했다. 안희정도 있었고 수행비서인 여택수도 동석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가 오가던 중 대통령이 갑자기 안희정에게 말을 던졌다.


“자네는 정치를 하지 말고 농사를 짓는 게 어떤가?”


순간 강 회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식사 도중에 문득 튀어나온 말이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도대체 해석이 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안희정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더 역력했다. 아무 대답도 못한 채 눈만 껌뻑거리는 안희정을 보며 강 회장이 물었다.


"농사를 지으려면 돈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럴 돈이 있나요? 안희정씨, 돈 많아요?"


강 회장의 말에도 안희정은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강 회장도 더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못마땅한 기분을 참기는 어려웠다.


다음날 노 전 대통령이 안 지사에게 또 ‘농사’ 얘기를 꺼내자 강 회장은 “대통령님께서는 솔직히 할 거 다 하시면서 남들 보고는 농사를 지으라고 하시면 됩니까? 그건 말이 안 됩니다”라고 따지듯 되물었다. 노 전 대통령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안희정 역시 부담스러운 눈치를 보였다고 한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강 회장은 “희정씨 정치해. 내가 나서서 도와줄게”라고 말했다고 책은 전한다.


최측근인 안희정에게 ‘농사를 지으라’는 노 전 대통령의 권유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강 회장이 청와대 관저에서 식사를 함께 할 때 노 전 대통령은 또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고 책에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선구안’, ‘예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최근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시민에게도 "자네는 정치하지 말고 강의하고 책 쓰고, 그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희정에게는 농사를, 유시민에게는 작가를 권유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그의 친구였던 문재인에게는 '정치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희정에게 하필 농사를 지으라고 했을까. 회사를 운영하거나 다른 시민사회 운동을 할 수도 있는데, 굳이 농사를 권유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비정한 정치보다 차라리 노력한 만큼 대가가 나오는 농사같은 정직한 일을 하라는 바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안희정의 깜냥은 농사 정도'라는 걸 이미 간파했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공허하고 사변적이며 거만하고 잘난 척 하는 말투와 행실을 노무현은 아무리 자기 식솔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 그릇의 깊이를 간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언'대로 이들 최측근 세명은 거의 정확하게 그 길을 걷고 있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돼 정치의 최정점에 서 있고, 유시민은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마지막 안희정도 법 절차를 밟은 뒤 정치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그림이 우선 떠오른다. 노무현의 무서운 예감이었던가.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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