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2심 선고 앞두고...'선처 호소' 박근혜 자필 탄원서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선처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자필로 쓴 A4 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를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에는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문제가 이 사건은 물론, 자신과도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특검의 ‘짜 맞추기’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박 전 대통령은 탄원서에서 '이 부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그의 청탁을 들어준 사실이 없으며,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최씨 모녀를 지원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왔다.
박 전 대통령은 또 탄원서에서 특검이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기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 '0차 독대' 의혹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알려진 세 차례 독대가 전부라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 사건을 맡은 1·2심 재판부는 모두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 당사자였기 때문에 재판부가 뇌물죄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러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적이 없다'고 증언한다면 이것은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 혐의를 깨는 주요 증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증언을 계속 거부하면서 증인 신청이 취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청탁은 없었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자 법조계에선 재판의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탄원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선고 결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 1위의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의 총수가 장기구속의 기록에 서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필 탄원서를 쓰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전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다가 2심 결심공판 하루 전날 재판부에 탄원서를 낸 것을 두고 “적절치 않은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탄원서까지 내줄 정도로 이 부회장의 혐의를 박 전 대통령이 부인했다면 진작 재판에 나와 법리적인 대응을 했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탄원서가 별다른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일단 큰 변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법관들이 전직 대통령의 편지 하나로 심리적 중압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정경유착’이 판결 마지막까지 유령처럼 떠도는 형국이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www.featur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