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영업이익 14조' 역대최고실적 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10. 2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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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쨍쨍할 때 우산을 준비하라는 격언 때문인가. 삼성그룹이 가장 잘 나가는 최고수익 분야의 ‘수장’을 전격 경질했다. 재계에서는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 그랬을까.


지난 10월 13일 재계에는 ‘경사’가 났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국내 기업의 분기 실적 신기록도 당연히 새로 작성됐다.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호조에 힘입어 대한민국이 9월 한 달간 거둔 무역흑자가 137억 달러(15조여원)였다. 한 기업이 석 달간 벌어들인 돈이 국가 전체의 한 달 수입과 맞먹는 셈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 잔칫날에 삼성전자의 수장격인 권오현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퇴진의사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사퇴를 고민해 왔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출발해 달라”며 퇴진 배경을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계 최초 64메가비트(Mb) D램을 개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나아가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반적인 반도체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1952년 10월 15일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대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공과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2월 박사학위를 졸업한 그는 같은 해 11월 미국 삼성 반도체 연구소(SSI)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 제품기술실 실장(상무) △시스템 LSI 제품기술실 실장(상무) △시스템 LSI ASIC 사업부 사업부장(전무) △시스템 LSI ASIC 사업부 사업부장(부사장) △시스템 LSI사업부 사업부장(사장)을 두루 역임했다.


그는 4메가비트(Mb) D램을 개발해 1987년 12월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했고, 1992년에는 64Mb D램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다시 한 번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받았다.


이어 2009년 반도체사업부 사업부장(사장)으로 발탁, 이듬해 DS부문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2012년은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이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원장 및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면서 이 부회장을 대신해 ‘총수대행’ 역할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방미 경제인단 일원으로 동행했으며,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내 대기업 총수를 한 자리에 모아 이른바 ‘호프미팅’을 가졌을 때도 삼성전자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 지난 7월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2차 주요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에 앞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등 참석 기업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또 권 부회장은 재계 중 가장 연봉이 높은 ‘연봉 킹’ 자리에 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만 67억원을 벌었으며, 올 상반기만 139억 8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권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면 33년 만에 삼성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이런 권 부회장의 ‘용퇴’를 두고 언론과 재계 일각에서는 ‘박수칠 때 떠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룹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공백인 상태에서 대행을 맡고 있던 최고경영자가 용퇴한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다. 일반적인 위기대응 방식에도 어긋난다. 권 회장의 퇴임 선언 배경을 놓고 재계에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권 부회장의 퇴진 선언이 삼성의 실적 신기록보다 더 충격적인 이유는 그가 실적 신기록을 이끈 반도체 부문의 수장이라는 점에서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 중 최대 10조원가량을 반도체에서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침을 겪어온 휴대전화(IM)사업부나 상대적으로 이익규모가 적은 가전(CE)사업부에 비해 현재 반도체부문은 삼성전자의 이른바 ‘삼각편대’ 중 전자를 실질적으로 먹여살리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반도체는 오늘날 삼성전자를 있게 한 주역이기도 하며, 여전히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초 4메가 디램, 64메가 디램 등의 개발을 주도한 ‘기술자’다. 반도체 부문은 향후 모바일 기기 보급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로 당분간은 호실적이 전망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신수종 사업 발굴에 미진했다”고 평가한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권 부회장의 경우 반도체 전문가이지 신수종 사업 발굴이 본연의 업무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 개혁과 혁신보다는 현상유지나 관리 쪽에 신경을 더 썼기 때문에 급격한 위기가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결국 업무문제만으로 권 부회장이 퇴진을 선언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둘러싼 ‘정치적 배경’ 때문에 용퇴했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그룹은 총수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당연히 총수 인신 구속이 그룹의 최 우선 이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이 올인을 해야 한다. 총수와 이심전심으로 그룹 고위관계자들도 목전의 이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권 부회장이 퇴진을 선언하기 하루 전날인 12일에는 이 부회장의 2심 첫 공판이 열렸다. 두 사건의 시점이 거의 일치함을 들어 재계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의 퇴진이 이 부회장의 2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은 이번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통해 그룹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짜야 하고,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2심을 전후해 그룹에서도 어떤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그룹의 핵심 고위직 임원들이 모두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까지 모두 5명이 피고로 재판을 받고 있다. 권 부회장도 이들과의 ‘연대책임’ 선상에 있다. 그룹의 적폐를 끊으려고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삼성이 미전실을 해체하고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한 것 역시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이 부회장 측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경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로 형량 감경을 생각했다면 스튜핏(어리석은 것)”이라고 밝혔다가 설화를 겪기도 했다. 



권 부회장 퇴진과 이 부회장의 2심을 엮어서 보는 시각에 대해 삼성전자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권 부회장 퇴진으로 삼성 위기설이 재등장한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 일부 언론 등에서는 권 부회장 퇴진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문제를 연일 조명하며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권 부회장 퇴진이 어떤 방향으로든 이 부회장의 2심 재판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삼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대최고실적이 아니라 총수의 '자유'이지 않을까.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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