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노벨문학상 수상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인'인가 '영국인'인가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10. 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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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시구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그가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이시구로의 문학적 스타일에 대해 "일상에 대해 매우 정밀하고 민감하며 때로는 정감 있게 접근한다"면서 "그는 매우 자제하고, 잘난 체 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그는 여러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가"라면서 (영국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특히 오스틴의 풍속 희극과 심리적 통찰)과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뒤섞은 듯한 소설가가 이시구로"라고 말했다.  


그런데 가즈오는 수상자가 발표되자 "가짜뉴스의 희생자가 됐다고 의심했다고"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이어 그는 "스웨덴으로부터 걸려온 상냥한 여성의 전화를 받고 노벨문학상을 받아들일 것인지 물었다"고 답했다.


특히 가즈오 이시구로는 "내가 거절할까봐 염려하는 듯한 인상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즈오 이시구로는 현대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녹여낸 작품 세계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싱어송 라이터인 가수 밥 딜런을 선정, 논란이 많았던 것을 의식, 올해엔 의도적으로 덜 논란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그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5살 되던 해 아버지가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이직하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 켄트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다시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 진학해 문예 창작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스물 여덞 살이던 1982년 영국에 사는 일본 여성의 눈을 통해 본 나가사키의 피폭과 재건 과정을 통해 전쟁 후 상처와 현재 상황을 엮은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첫 소설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은 그는 두 번째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년)로 휘트브레드상과 이탈리아 스칸노상을 받았다. 


전후 영국을 배경으로 한 그의 세 번째 소설 <남아있는 나날>(1989년)이 부커상을 받고 이후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주연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2005년 발표한 <나를 보내지마>는 복제 인간의 슬픈 운명과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그의 대표작으로, 타임에 의해 '100대 영문소설'과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표한 소설 <파묻힌 거인>(2015년)까지 그는 모두 8권의 장편소설과 영화와 드라마 각본 등을 썼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특유의 문체로 녹여낸 작품으로 주목받으며 현대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학적 공로로 그는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에는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까지 거머쥐었다. 


노벨상 부문별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2억7000만 원)이며 매년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가즈오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5세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유창한 영국 중산층 영어를 구사하는 그를 ‘일본인’으로 분류해야할지, 영국인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헷갈리기도 한다. 


일본 현지에서는 난리가 났다. 호외가 발행되는가 하면 각 방송마다 가즈오에 대한 소개와 인터뷰가 계속 방송되고 있다. 


가즈오는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늘 어려운 질문은 내가 일본인인의 영향을 받았는지 영국인의 영향을 더 받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아직도 중요한 건, 나는 집에서 일본어로 말해야 했고 일본 관습과 전통도 따르고 존중해야만 했다. 이런 점이 내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일본인에게 ‘립 서비스’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정체성에 ‘핏줄’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이 국적도 영국인 ‘영국사람’ 가즈오를 마치 자국인의 수상처럼 기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이중국적’ 논란에 휩싸였던 일본 민진당 렌호(蓮舫) 대표는 결국 사임했다.  




지난해 9월 민진당 대표로 취임한 렌호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대만과 일본 이중국적 보유 문제로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도쿄도의회 선거 패배 후 당내에서도 비판론이 일자 지난 18일 뒤늦게 호적등본을 공개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렌호 대표가 도의원선거 참패 후 집행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사임하고 말았다.  


일본인들이 렌호에 대해서는 '이중국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해 배타적이었다. 우익에서는 일본인도 아닌데 정치를 한다고 비난했고 결국 그는 물러났다.


하지만 가즈오는 영국인임에도 노벨상을 받아서 마치 '일본인'처럼 대하는 것은 이중적인 기준이라는 것이다. 


옛날에도 미국 국적의 일본인이 노벨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일본매체는 "미국적이고 일본사람"이라고 소개해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사실 가즈오의 문학적 바탕이나 소양은 ‘영어’로 된 영미문학 계열이다. 영국인 특유의 감성과 위트도 작품에 잘 드러난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오에 겐자부로의 노벨문학상 이후 또 한번의 일본의 쾌거라고 즐거워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호외를 받아보니 그 기쁨을 같이 나눌 수도 있었지만, 역시 ‘우리는…’이라는 생각의 꼬리가 계속 따라다녔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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