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살고 싶다"고 자주 말했던 김광석, 죽음의 미스터리 총정리
고 김광석의 자살에 관한 의혹은 그동안 가요계 주변에서는 소문으로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자살로 최종 결론이 났고, 부인 등 유족도 살아있기 때문에 그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1996년 1월 6일, 33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가객' 고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지영)가 김씨와 그의 10년 전 숨진 딸 서연씨 사망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를 지휘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이 시점에서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재수사는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제작한 영화 '김광석'이 시발점이 됐다. 이 기자는 영화 '김광석'을 통해 고인의 죽음 이후 제기된 의혹들을 소개하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고인의 저작인접권을 물려받은 딸 서연씨가 10년 전 이미 사망한 것이 밝혀지면서 김광석 자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뜨거워졌다.
이상호 기자를 비롯해 김광석 사망 사건에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제기하는 의문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21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고 김광석씨는 군에서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형을 얘기하면서 평소에 지인들에게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만큼 큰 불효는 없다. 나는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사망 전 행보도 의구심을 키운다. 그를 만난 지인들은 하나같이 김광석이 자살할 만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씨의 절친한 친구였던 가수 박학기씨는 고인이 숨지기 전날 저녁에 만나 "이제야 음악에 대해 눈이 뜨인 것 같다"며 "내년에 함께 공연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라 그냥 지나가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광석은 사망한 날 저녁에도 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의 모습으로는 맞지 않는, 그냥 일상을 보낸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
고인과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고 하는 방송인 신동엽씨는 한 방송에서 "(숨지기) 이틀 전에 굉장히 재밌게 놀고 이야기도 했다"며 "갑자기 자살이라고 하니까 ‘이게 뭐지?’ 싶었다. 굉장한 충격이었다"며 의아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광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로 그가 앓던 우울증이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을 취재한 손수호 변호사에 따르면 부검 결과 그의 몸에선 우울증 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고인이 우울증을 앓았다는 데 대해 주변 사람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1000여 회 가까이 공연을 함께 한 지인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서 우울증이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분을 의아하게 여긴 지인들을 중심으로 사건 당시 타살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사건 현장의 모습도 일반적인 현장과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고인은 계단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발견됐다. 목에는 전깃줄이 감긴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고인을 처음 발견한 부인은 목에 줄이 3번 감겨 있었다고 했지만 발견된 상처는 단 한 줄로 나있었다.
부인은 고인을 발견한 뒤 끌어내려 1시간여 동안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취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공중에 매달린 시신을 끌어내릴 의자나 받침대가 현장서 발견되지 않았다. 손수호 변호사는 목격자인 부인의 진술대로 당시 현장을 재구성해봤지만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고인이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은 데다,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졌던 고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고인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부인 서해순 씨는 일부 언론에 "마녀 사냥이다. 인권을 유린하고 살인자 취급을 했으니 인권위원회 제소와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서 씨는 "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 나는 숨을 이유가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김광석이 평소 '오래 살고 싶다'고 밝힌 점, 사망 전날에도 친한 지인들에게 향후의 계획을 말한 점, 우울증 약 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점, 자살 당시의 석연치 않은 정황들, 자살 뒤 현장이 훼손된 점 등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은, 망자의 한은 풀어주고, 혹시라도 부인 서씨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면 그것 또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풀어줘야 하는, 두 가지의 숙제를 안고 출발하고 있다.
성기노 피처링 대표